최종편집:2024-05-31 09:42:43

문경의 탄광촌 이야기

전 문경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이만유
오재영 기자 / 1480호입력 : 2022년 10월 11일
↑↑ 광부 입갱 모습.

↑↑ 은성 갱도 입구.

↑↑ 갱내에서 도시락 먹기.

↑↑ 석탄 박물관 전경.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에너지 자원이다. 문경은 국내 제2의 탄전지대로 1926년 대성탄좌가 남한 최초의 석탄광산으로 개광되었고, 그 이후 73개의 크고 작은 광산들이 생겨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석유, 가스 등 고품질 연료의 공급과 화석연료의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1994년 7월 30일 은성광업소가 마지막 문을 닫으면서, 문경 인구 16만 명의 번창했던 한 시절 영화를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내 고향 문경이 다시 도약하는 제2의 번영을 꿈꿔보면서 오늘은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탄광촌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1979년 10월 27일 새벽, 은성광업소 13편 병반 근무시 갱내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44명이 희생되는 아픔이 있었다. 화재 바로 전 날인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신 날이라 큰 뉴스에 가려졌지만, 화재가 난 다음 날 북한 방송에서 이 사고에 대해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북한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한 것일까? 이상하게 여긴 정보기관에서 사회 혼란을 획책한 간첩에 의한 방화로 추정하고 당일 근무자들을 조사했다는 비공식적인 뒷말이 돌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인은 담뱃불 등 여러 설이 있었으나 정밀 조사 결과 석탄을 운반하는 체인컨베이어 마찰 과열로 고무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렇게 탄광에서는 크고 작은 많은 사고로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므로 광부의 생활은 전전긍긍 불안하였고 그런 관계로 탄광과 탄광촌에는 금기사항이 많았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광부가 출근하기 전에는 여자가 광부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리고 광부들의 출근길에 여자가 가로질러 가면 부정(재수 없다)을 탄다고 하여, 광부 출근길에는 대체로 여자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광부들이 많이 사는 마을에서는 이장이 출근 시간 직전에 “동민 여러분, 지금 광부 아저씨들이 출근하는 시간이니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마을 방송을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금기는 어떤 대상에 대한 접촉이나 언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런저런 탄광촌의 금기사항을 살펴보면, 전날 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면 출근하지 않는다. 남편 출근할 때 잔소리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부부싸움 후에는 가급적 갱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인이 도시락을 쌀 때 죽을 사(死)자는 불길하다고 해서 밥을 담을 때 4 주걱은 푸지 않는다. 도시락 보자기는 길하다는 청색, 홍색만을 사용한다. 남편이 출근한 후 벗어 둔 신발을 방 안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바깥쪽으로 두면 혼이 나간다는 뜻이고, 갱내에서는 귀신을 부른다며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출근길에 생명체를 밟거나 짐승을 치면 그날은 더욱 조심하거나 출근하지 않는다. 등이다.

막장(working face)은 터널의 굴착에서 최전위(最前位)의 단면이고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채굴이나 굴진(掘進) 작업장이다. 막장은 밀폐된 공간이고 지열과 지하수에 의해 덥고 습하면 공기도 희박하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온몸은 금방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옷에 스며든 땀을 여러 차례 짜서 입기도 하며 진폐를 예방하기 위해 쓰는 방진마스크도 안전을 위해 입는 광부복도 더위와 숨이 차서 착용하기가 어려워 팬티 바람으로 일하기도 하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금방 콧구멍이 막히고 입속은 까맣게 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한다.

그런 막장을 사람들은 광부를 비하하는 말로 변질시켜 ‘끝장’의 뜻으로 인생 갈대까지 간 사람, 막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으로 인식하며 몸만 성하면 언제든지 일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 사고로 죽을지도 모르고, 사회적으로 이것저것 해도 안 돼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탄광으로 온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 역군인 광부들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광부들은 캄캄한 지하 악조건하에서도 가족과 국가를 위해 일하며 내일의 꿈을 키우고 희망의 꽃을 피웠던 사람들이다.

광부와 쥐는 친구이고 쥐는 광부의 생명을 지켜준다. 갱내에서 쥐를 발견하면 광부들은 안심하고 작업을 한다. 갱내에는 석탄층에서 발생하는 폭발성 가스인 메탄가스나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 위험 가스가 많으므로 갱내에 쥐가 살고 있다는 것은 유해 가스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쥐는 아주 영리한 동물이고 사람의 청력으로 들을 수 없는 미세 음이나 진동을 듣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갱내에서 발생하는 출수 사고나 붕괴 사고 등을 미리 예감한다. 그래서 광부들은 쥐가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비실비실하는지 그 움직임을 보고 사고의 위험을 미리 인지하여 피할 수 있다. 작업 중 도시락 먹을 때 쥐에게도 나누어 주는 것은 생명을 지켜주는 쥐에게 고마움의 표시이고 정이다.

죽탄이란 물과 석탄이 뒤범벅되어 마치 죽처럼 된 상태를 말한다. 지하 갱도에는 지하수가 흐르고 갱도를 굴착할 때는 우선으로 이 물을 배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물이 배수로로 빠지지 못하고 석탄층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있다. 석탄층에 물이 계속 스며들면 물과 석탄이 섞여 팽창하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 터지게 되고 엄청난 힘으로 광부가 있는 갱도로 밀려 나온다. 많은 양의 죽탄에 휩쓸리면 갱내에 철로 된 장비들도 엿가락처럼 휘게 되고 사람의 사지가 절단되는 등 치명상을 주며 죽탄에 매몰되면 인명구조가 어렵고, 심할 때는 시신도 찾기가 힘든 상상을 뛰어넘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은성광업소에서 1981년 죽탄사고가 발생, 9명이 매몰되어 8명이 사망하고 1명은 11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무너진 갱속에서 사투 115시간, 매몰 광부 극적 생환’이란 신문 보도에 나온 그 기적의 광부 이름은 ‘이옥철’. 캄캄한 어둠과 배고픈 공포의 5일간을 비상 식염과 나무껍질로 연명하면서 살아 돌아온 의지의 광부는 필자가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 시 졸업 후 처음으로 신문 지면에서 만난 중학교 동기였다. 그래서 한번 만나 보고 싶어 현재 어디서 살고 있는지 수소문해 보았더니 구출되고 얼마 뒤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운명의 여신은 두 번 구원의 손길을 주지 않았구나 하며 원망과 허무를 느꼈다.

여성을 금기시하는 광산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광부가 있었다. 탄광에서 사고로 순직한 남성의 부인을 선탄부로 특별 채용한 것이다. 여성 광부들은 석탄과 돌을 분리해내는 선탄 작업을 하는데 겨울철이 가장 힘들었다. 얼어붙은 석탄과 돌에 손이 달라붙어 장갑을 끼고 있어도 항상 동상으로 고생하였고, 몇 십년 동안 선탄장에서 일한 여성 광부들은 관절로 인해 손마디가 굵어지게 된다. 그런데 기름기 있는 괴탄과 석탄가루로부터 피부 보호 차원에서 손과 얼굴에 좀 짙은 화장을 하는데 말하기 좋은 사람들이 남자 꼬실려고 저런다고 수군대기도 하여, 남편 잃고 시부모 봉양하며 자식 키우면서 어렵게 사는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하였다.

탄광촌에는 애환이 스민 숱한 이야기가 많지만, 마지막으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떤 광부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대우가 좋은 화약관리자 시험을 현지에서 보게 되었는데 시험관의 질문에 긴장하여 “화약 100개 정도를 넣고 폭파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하니 답은 “대발파”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큰소리로 “꽝”입니다. 라고 해서 시험관도 응시자도 모두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루었고 시험관이 기분이 좋아졌던지 “합격!”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광부가 갱도에서 작업 중에 남몰래 술을 먹었다가 감사관에게 들켰는데 변명의 말이 “비번에 먹은 술이 본방에 취합니다”라고 하여 한바탕 웃고는 용서하였다고 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화석(化石)/ 이만유

가은선 폐선로 위에
한 남자가 멍하니 앉아있다
힘겹게 숨 쉬는 그의 폐에는
삼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 양치류가 자라고
삼엽충이 바스락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다
일억 오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공룡이 밟고 지나고
익룡이 날개를 퍼덕이다 부리로 쪼면 각혈을 한다
고통은 뱀처럼 꿈틀댄다

따가운 햇볕이 정수리를 내리쬐는 정오
힘에 부친 듯 눈을 감는다
검은 하늘 칠백 미터 지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 소리들
곡괭이 소리, 착암기 소리
공기압축기 소리, 권양기 로프 소리
체인벨트 돌아가는 소리
광차 소리, 폭약 소리
아우성치는 소리
김 씨! 하고 부르는 소리

저녁노을 붉게 물드는 시간
이제 차오르는 숨을 고르기 위해 조용히 눕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들이 탄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며 떠난다
손을 흔든다

가은선 폐선로 위에
한 남자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나뭇가지처럼 마른 몸에
검은 피, 순환을 멈추고
천천히 화석이 된다
고정탄소비율 95%의
석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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