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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05일

작년부터 남편이 조용필 노래가 참 듣기 좋아진다고 하였다. 그 중에도 “그 겨울의 찻집”이 아주 맘에 들어서 가사를 적어 다니는가하면 전화 받을 때 휴대폰에 그 노래가 나오게 설정도 해 놓았다. 아이들이 어버이 날 선물로 뭘 해드릴까요 하고 물어 보기에 아빠께는 조용필 음반을 사다 드리라 하였다. 남편이 무척 좋아하였다. 남편의 출,퇴근 거리는 40분 정도 되는데 전에는 신승훈, 전유나 등의 발라드를 듣더니 설운도의 “누이”를 한참이나 애청, 애창하다가 언젠가 부터는 조용필이 최고란다.
8월에 내가 가입해 있는 공연티켓 예매사에서 ‘9월에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조용필 씨가 콘서트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에게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남편은 공연장 가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하면 더욱 안 갈 것이고 이번이 참 좋은 기회 같은데 가격도 만만치 않고... 며칠을 망설이다가 큰 맘 먹고 저질러 버렸다. 한 달 생활비가 휘청할 가격의 티켓 두 장을 사 놓고 언제 말할까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보니 공연날짜가 점점 다가와 d-day 10일이 되었다.
내 딴에는 분위기 잘 보아서 이야기 한다고 저녁상을 물리고 맥주까지 사다놓고 은행도 볶아서 안주해 놓고 나서 “인환이 아빠 며칠 있다가 문학경기장에서 조용필 씨가 콘서트를 한다네요” 남편이 “그래?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사람이 많이 올까?” “아니야 표가 벌써 다 매진 됐다는데요...” “그래? 아줌마들이 조용필이 온다니깐 남편들 몰래 많이 샀겠구만...” “...뜨끔...” “그런데 자기가 조용필 씨 노래 무지 좋아 하잖아요 우리도 가볼까?” 남편이 나를 심상치 않게 쳐다보더니 “뭐야, 혹시 마누라 또 사고 친거 아니야?” “자기가 좋아할 거 같아서 선물로 산거다 뭐”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기나 해? 나한테 물어 보지도 않고 덥석 표를 사놓았단 말이지” 어쩌고 저쩌고 “정 싫으면 물리면 되요. 다 매진돼서 몇 만원 더 받고 팔  수도 있겠다. 나는 자기 생각해서 큰 맘 먹고 산건데” 그날 저녁에 남편에게 경제교육 받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하고 약간 삐친 채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2~3일이 지나면서 남편은 은근히 콘서트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 날 날이 좋아야 할텐데... 애들은 어떡하지... 그런 사소한 염려들을 하면서 날이 가고... 기다리던 그 날이 왔다. 우리 집에서 문학 경기장까지는 차로 5분이면 충분한데 저녁을 일찍 먹고 공연 한 시간 전에 출발 하였다. 차가 너무 밀려서 10분전에야 공연장에 도착했고 갑자기 관객이 몰려서 20분이 지나서야 공연이 시작 되었다. 관객은 부부동반이 많았는데 대부분 4~50대였다. 여자분들만 단체로 온 팀도 많았다. 조용필은 한 사람의 가수가 아니라 이라는 기업이 움직이는 듯 하였다. 돋보이는 영상과 주변 설치물들, 조용필 이기에 가능한 조용필 다운 손님 초대, 그 시원한 목소리, 두 시간 내내 지칠 줄 모르고 혼신을 다하는 성의, 그래 조용필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성심과 성의를 다 하고 있었다. 거기에 관객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형광막대를 흔들며 화답하고 아낌없이 박수 쳐 주었다. 가기 전에 프로필을 보니 처음 데뷔 했을 때는 어느 클럽에서 노래 못 한다고 고용 된 지 하루 만에 해고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남편은 한참이나 점잖은 자세를 고수하더니 옆에서 기절할 듯 열광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허허 웃기도 하다가 춤추며 즐거워하는 자기 또래의 아저씨들을 보고 같이 노래를 따라 하더니 점점 몸을 움직이고 자신도 동화되어 갔다. 우리가 앉은 자리 바로 뒤에 여자 분은 선 채로 숨 넘어갈 듯이 계속 괴성을 질러대는데 참 연구대상이었다. (얼마나 좋아야 저리할까) 고통을 참아내는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괴로움을 토하며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속으로 ‘분석하는 내가 이상하지 적어도 저 사람은 나보다 훨씬 정직하구나’ 생각했다.
사실 그렇다. 다 미친 사람 같은데 나 어찌 혼자 멀쩡한 척 하리요. 이럴 때는 미쳐야 한다. 나는 남편이 지금껏 보지 못한 미친 사람이 되어 맘껏 소리 지르고 춤추고 열광했다. 춤을 잘 추는 남편도 노래에 맞추어 멋진 춤을 추면서 형광막대를 흔들고 소리도 질러가며 아주 즐거워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이 느낌, 공모자 같은 이 느낌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을 때 문학 축구 경기장에서 포트투칼과 16강 전을 하던 당시 우리가족은 그 옆에 있는 문학야구장에서 붉은 악마 옷을 입고 응원을 하였는데 박지성 선수가 결승골을 넣자 온 국민이 모르는 사람과도 얼싸안고 기뻐하던 그 날의 그 느낌과 비슷하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노래 선율, 별이 쏟아지는 듯한 환상의 불꽃놀이를 끝으로 조용필과 작별했다. 아 시원하다. 돈 아깝지 않다.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현실로 돌아온 남편은 집에 빨리 가자고 성화다. 남편과 같이 오길 참 잘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나 평소에도 남편에게 선물을 받기만 했지 내가 해 준건 기념일에 안사도 꼭 사야할 물건 뿐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단단히 생색을 내었다. “재밌었어요?” “응 덕분에 잘 봤어” “사실 나는 아직 조용필과는 아닌데 순전히 자기 때문에 본거예요” “그런 사람이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그 난리야?” “그건 내가 노래를 다 아니까 그런 거고 나는 아직 김건모과다 뭐” “또 말 않고 공연표 사놓으면 문경(친정)으로 a/s 보낸다” “알았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다신 안그럴게요’는 내가 남발하는 공수표다. 다음에 또 그럴지라도 일단 물러서야 할 때, 또 남편이 화가 많이 났을 때 그것이 오해로 인한 것이라도 ‘다신 안그럴게요’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회 봐서 맹렬히 따진다. 남편과 두어 번 기억에 남게 싸운 적 말고는 별로 서운한 기억이 없고 항상 감사하다. 남편은 결혼 하던 해부터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 까지 매년 봄, 가을에 10박 11일씩 나와 아이들을 사과 농사 짓는 친정에 휴가 보내주었다.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 많이 불편 했을 것 이다.
아무튼 나는 오늘 뭔가를 무지하게 잘 한 것 같다.
조용필은 우리 모두가 아끼고 지켜야 할 문화유산... 그 이름 그대로 위대한 탄생이다.

▲ 안 경 희 / 제1회 세명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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