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6-16 21:24:41

문경의 워낭소리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
오재영 기자 / 1459호입력 : 2022년 09월 0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2009년 1월 15일 개봉되어 관객 수 292만 명이란 대기록을 세운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당시 관객 동원 3만이면 대성공이라는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경이적인 것이었다.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경북 봉화 산골 노인 부부와 늙은 소가 한 식구처럼 살아가는 꾸밈없는 모습과, 수명을 다한 소가 죽음을 맞았을 때 장사지내고 절에서 천도재를 올리는 등 이별의 슬픔을 담은 영화로, 생로병사의 삶을 되돌아보고 사유하게 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워낭소리 영화가 한창 인기를 끌 무렵 필자가 자원봉사활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눈앞에서 ‘워낭소리’영화에서 본 그 장면이 거짓말처럼 현실로 나타났다. 워낭(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매단 소가 끄는 소달구지 위에 할머니가 타고 있고, 할아버지가 앞에서 소 고삐를 잡고 가는 모습이 꼭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두 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와 사연을 듣고 중앙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문경 호계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 정우섭 할아버지와 최순희 할머니였다.

그때 쓴 글을 회상하며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인 우리 모두의 고향인 농촌, 할아버지, 할머니, 함께 살아온 순한 눈의 소 그리고 삶과 죽음, 이별을 생각해 보며 지금도 변함없는 문경의 수려한 산천과 아름답게 살아가는 문경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나누어 보고자 한다.

호계 막곡에서 논밭이 있는 창리들을 가고 오자면 영강에 놓여있는 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놓은 시멘트 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그 다리 위에 노을이 물들고 영강의 맑은 물이 붉게 물드는 저녁때가 되면 댕그랑댕그랑 워낭소리가 들리고 앞에는 할아버지가 소를 끌고, 뒤에는 소달구지 위에 할머니를 태우고 들에서 돌아오는 노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할머니께서 오래전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고 게다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잘 걷지 못하자 안타까운 마음에 할아버지는 어디를 가나 소달구지에 할머니를 태우고 다니셨다. 소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그날 가는 길을 척척 알아서 갔다.

요즈음 모두 소에게 배합사료를 먹이로 주지만 할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을 해 주고 매일 교통수단이 되어주는 친구 같고 한 식구 같은 소에게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매번 정성을 다해 쇠죽을 끓여 먹였다.

두 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들에 가고 올 때는 물론 농협 연쇄점에 생필품을 사러 갈 때도 소달구지를 타고 가며 이웃 동네 나들이나 점촌 오일장에 가실 때도 항시 타고 다니니 이웃이나 지나는 사람들이 쳐다보며 “자가용이 좋습니다”하면, 할아버지는 “차비도 안 주고 타네”하며 농을 하지만 함께하는 것이 행복에 겨운지 두 분은 연신 싱글벙글하신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시집와서 6남매 낳아 잘 키우고 힘든 농사일 하느라 고생고생하다가 병을 얻었으니 내가 죽을 때까지 태워 주어야지 하시면서 너털웃음을 웃으신다.

문경은 산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여기 노부부처럼 모두 아름다운 삶을 산다. 중국 하남성에 선경으로 유명한 기산영수(箕山嶺水)가 있는데, 옛날 요나라 시절 관직과 명예를 마다하고 수려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무위자연을 즐긴 ‘소부’와 ‘허유’가 거기에 살고 있었다.

두 은사(隱士)는 학식과 덕망이 높아 백성들로부터 존경받아 제왕이 되고도 남는 인물이었는데, 하루는 요 임금이 허유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하자 귀가 더러워졌다고 영수로 달려가 귀를 씻었는데,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려고 나오든 소부는 그 소리를 듣고 그런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가 없다고 강 상류로 몰고 가 물을 먹였다는 고사가 있다.

그런데 이병연이 지은 조선환여승람에 문경이 바로 조선의 기산영수(箕山潁水)의 고장이라고 하며 기산은 조령산 아래 작은 산이며 영수는 영강으로 이어지는 조령천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 조선 중기의 학자인 태촌(泰村) 고상안(高商顔) 선생의 태촌문집(泰村文集) 남석정기(南石亭記)에 돈달산(遯達山)과 영강(潁江)을 기산영수라 하였으니 중국의 기산영수 못지않게 문경의 산천이 아름답고 현자가 은거할 만한 곳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 문경이다.

후속 이야기로 당시 ‘문경의 워낭소리’라는 필자의 글을 인터넷에서 본 ‘KBS 6시 내고향’팀에서 내게 전화가 왔다. 문경에 와서 이 내용을 현지 취재하고 방송했으면 하는데 그렇게 해도 되겠는가를 묻길래 문경 사람들의 정겹고 아름다운 삶과 수려한 자연을 보여 줄 수 있으며,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문경시를 전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말없이 좋다고 하여 그해 4월 2일 호계면 막곡리와 흥덕시장 일원에서 촬영하여 4월 6일 오후 6시에 KBS 1TV ‘6시 내고향’에 방영되었다.

이렇듯 문경은 산천도 사람도 아름답고 그 안에서 오순도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우연히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을 보고 글을 써 기고하고 그로 인해 전 국민이 보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송된 ‘문경의 워낭소리’‘소달구지에 할머니 태운 할아버지의 순애보’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오래도록 남기고 싶다.

워낭소리/ 이만유

서산 노을 비춰
강물 붉게 물들면
영강 새마을 다리 위에
댕그랑댕그랑
워낭소리 들린다

할부지가 끄는
소달구지 위에 앉은 할머니
긴 세월 짐 지고 온
할부지 등을
잔잔한 미소 그윽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둠이 내린 강변
하나둘 별이 뜨는 저녁
귀갓길에
댕그랑댕그랑
워낭소리 들린다

할부지 궁금한 듯
뒤돌아본 소달구지 위에는
60년 전에 보았던 예쁜 새색시가
수줍게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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