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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방아가 있던 나의 외가

조정희 휴피부관리실 원장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625호입력 : 2023년 05월 1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조정희 휴피부관리실 원장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버스에서 내려 나룻배로 강을 건너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겨울이면 낙동강이 30cm이상 두껍게 얼어 그 위가 통행 길이 되었다. 얼음에도 숨 쉬는 숨구멍이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그래서 얼음 위를 갈 때는 숨구멍을 조심해야 했다. 눈이라도 폭폭 내려 쌓이는 날이면 버스운행은 온혜까지 밖에 안 왔다. 온혜에서부터 외갓집까지 몇 시간을 걸어야 갈 수 있어, 이모랑 둘이 엄청 힘들게 외갓집을 갔었던 기억이 있다. 주변은 큰 외갓집, 작은 외갓집 등 친척들이 많아 이곳저곳이 모두 놀이터 느낌이라,이집 저집 돌아 다니다보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 갔는지 모른다.

지금의 컴퓨터 모니터보다도 작은 TV는 그나마 외할아버지 계시는 사랑방에 있어, 나는 TV보기를 엄두도 못 냈다. 시골에 또래친구가 있기는 만무해서, 여름에는 외할머니 따라 논, 밭으로 가서 새참 얻어먹고 겨울오기 전에는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겨울준비로 땔감 하러 가는 길에 추운 줄도 모르고 따라갔다. 그렇게 해온 나무들을 테트리스 쌓아올리듯 올려 지붕높이만큼 올려놓으면, 그해 겨울준비는 끝났다.

외할머니 뒤주 방에는 종이 자루에 쌓여 숨겨진 사과, 장에 다녀오며 사다놓은 박하사탕, 고구마 삶아 말려놓은 빼대기, 엄마랑 이모 삼촌들 어릴 적 물건들로 놀 거리 없는 꼬마에게 뒤주 방은 좋은 놀이터였다.

외할머니 외출하고 없는 날이면, 숨겨두신 사과하나 베어 물고 뒤주 방 탐방하는 맛이 얼마나 스릴 있었던지 모르겠다. 그 몰래 먹던 사과 때문인지 지금도 나는 사과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꼽았던 외할머니는 웃는 모습보다 사색에 잠겨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식사를 하시다가도 숟가락을 든 채로, 장작 타는 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 손에 든 채로 자주 그랬다. 어쩌면 호랑이 같은 외할아버지의 성격을 맞춰 드리는 게 힘이 들었었던 걸까? 어린 손녀가 성가셨던 걸까?

동생이 태어나 엄마가 힘들 때도, 놀러왔던 이모가 데려가고 싶어 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다른 형제들 보다 자주 외할머니를 성가시게 했는데 나는 한번도 야단맞은 기억이 없다. 입댈 게 없는 손녀라고 칭찬해주신 기억밖에 없다.

아빠라도 가는 날에는 며칠 전부터 술 좋아하는 조서방 주려고 막걸리 담고, 땅콩 동동 떠있는 새콤한 안동식혜도 담가 두었다. 물고기 잡는 걸 좋아하는 아빠, 매운탕 끓여 드린다고 마당에 큰 솥도 걸었다. 큰딸 데려가 고생만 시키는 맏사위가 뭐 그리 이쁘다고! 그 시절엔 없는 집안이어도 양반이라면 대접이 달랐다. 그래서 백년손님 대접을 톡톡히 받으셨던 것 같다.

내가 가물치라는 물고기를 알게 된 것도 외갓집 이였다. 아빠랑 삼촌들이 낚시 가면, 흔하게 잡아오던 물고기 였다. 그래서 요즘도 전통시장에서 가물치를 보는 날이면, 외갓집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한다.

작은 물고기는 기름에 튀겨 도리뱅뱅을 해줬다. 몇 해 전 대구 어느 어탕국수집에서 도리뱅뱅을 보고 아빠가 참 반가워했던 음식이기도 하다. 아마 수십 년만에 맛보는 것 같다고 했다.

외갓집 전경이 지금도 사진처럼 남아있다. 마중물 부어 열심히 펌프질해야 세수라도 할 수 있었다. 디딜방아는 딛는 이와 튀어나오는 곡식을 쓸어 담는 이가 서로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손님이라도 오셔 특별한 음식을 해야 할 때는 디딜방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방 대청마루 밑은 소죽을 쑤는 큰 가마솥이 걸려있다. 그곳은 숨바꼭질할 때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통나무 두 개 나란히 놓여있는 무서운 푸세식 화장실을 가려면, 얼굴 삐죽히 내밀고 있던 누런 황소를 지나가야했다. 지금 농촌에 집집마다 농기계 하나씩 있는 것처럼, 그 시절 외양간의 누런 황소는 농촌의 필수였던 것 같다.

요즘 반려견 산책 시키듯 여름날엔 푸른 풀 무성한곳으로 소를 데려나가 배불리 먹여서 오는 건 외삼촌 몫 이였다. 겨울에는 사랑방 대청마루 밑 가마솥에는 볏짚으로 구수한 소죽 쑤는 냄새가 저녁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거름무덤이 있었는데, 비료가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 사람 똥도, 황소 똥도 음식물 찌꺼기도 하나 버릴게 없이 다음해 농사의 자양분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아마도 그래서 시골 냄새가 꼬릿꼬릿 했었던 건 아닐까?

지금은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안 계신다. 큰외삼촌이 귀향을 하셔 살기 편하게 개보수를 했지만, 난 아직도 어린 시절 외갓집이 선명하다. 내 감정선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 늘 평온을 유지하는 건 자연이 놀이터였던 그 시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오래전 요양원에서 만난 치매를 앓던 외할머니가 “정혜가..?”
집에서 부르던 내 이름을 불러주시며 환하게 웃던 그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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