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20 04:58:11

영원히 ‘영미’를 기억할 것이다


박선애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27일

▲ 한 기 봉 국민대 초빙교수 / 언론중재위원

평창의 함성을 뒤로 하고 오대산에 조용히 봄이 오고 있다. 월정사 전나무 천년 숲에는 물이 오를 것이다. 곰취와 명이나물도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겨울은 갔다.
적지 않은 사람이 평창을 걱정했다. 그러나 매서운 삭풍이 있었기에 미풍이 불어오듯 평창은 무탈하게, 아니 기대 이상의 호응과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큰 적자 우려도 줄어들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조심스럽게 흑자 가능성도 언급했다. 역대 최대 동계 올림픽이었다. 92개 국에서 약 3,000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26개 나라의 정상급 인사가 한국 땅을 밟았다. 종합 7위 성적도 좋다. 걱정했던 개폐회식 강추위도 하늘이 도왔고 노로바이러스도 물러갔다.
평창은 무엇을 남겼을까. 국위 선양과 국가 브랜드 향상, 올림픽 정신의 구현, 평화 이미지 고양, 남북 화해의 전기 마련에 이의가 없다.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정부관료, 올림픽조직위 관계자, 자원봉사자까지 다들 오랜 기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봉사했고 선전했다. 북한 인사 초청을 둘러싼 문제가 내부 갈등과 분란을 주기는 했지만, 이데올로기 문제는 올림픽이 아니어도 늘상 보수 진보 간에 있는 일이라 여기선 말하고 싶지 않다.
스포츠만 보자. 보통의 민초에게는 ‘평양’이든 ‘평창’이든 스포츠는 스포츠다. 아니 스포츠 이상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착실한 기승전결 같지만, 행운과 실수와 판단착오와 반전이 숨어있는 예측불허의 드라마다. 그렇다고 막장은 아니다. 룰이 있고 경쟁은 공정하고 승패는 차갑다. 그래서 스포츠는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빙판에 서있는 양 몰입하고 감정이입하고 한숨 쉬고 박수친다.
지구촌 국가들이 모여 국기와 국가를 위해 메달 색을 가리는 올림픽은 개인의 정서적 체험 외에 또 하나가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같은 DNA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국민적 동질감과 국가적 응집력으로 승화한다는 점이다. ‘애국심’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전 국민이 마법의 주문처럼 외쳐댄 “영미”에서 실감했다. 피곤하고 고단한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서 얼마 만에 느끼는 순수한 일체감이며 집단적 카타르시스인가. 
모처럼 가족이 TV 앞에 뭉친 시간이었다. 대화와 화제도 많아졌다. 치맥도 시켜 먹었다. 나도 몰랐다. 이름도 생소한 컬링과 스켈레톤. 웬 헤어스타일 비슷한 이름이 있고, 해골 경기는 또 뭐란 말인가. 알고 나니 즐거웠고 조마조마했다. 젊은이들은 특히 열광했다. 그들은 관심 없는 일에는 패러디 안 한다.
호기심이 충만해진 나는 심지어 ‘영미’란 이름의 점유율까지 인터넷서 찾아봤다. 내 여동생 이름도 영미다. ‘영미’의 점유율은 1968년에 7위(당시 1위는 ‘미경’)를 하고 나서 한 번도 10위권 안에 들지 못 했다. 그리 인기 있는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영미’는 이제 고유명사의 지위를 잃었다. 보통명사가 됐다. 이 나라의 숱한 ‘영미’들은 평생의 스토리텔링 하나를 갖게 됐다. 그러고 보니 시인 최영미와 컬링의 김영미는 2018년 대한민국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 두 ‘영미’가 됐다.
그 누가 짐작이나 했단 말인가. 돌덩이와 빗자루인지, 대걸레인지를 든 낭자들이 평창의 가장 위대한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곡선주로 추월의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 전통의 쇼트트랙도 평창의 변함없는 주인공이었고, 스피드 스케이팅도 괄목상대했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다른 경기장서 나왔다. 경상도 산골 마을에서 시지프스처럼 끊임없이 돌을 굴리고 빗질하던 마늘농사꾼 집 딸들이었다. 또 동굴 같은 좁고 굴곡진 얼음통 속에서 엄청난 중력을 견디며 바싹 엎드린 채 외롭게 질주한 썰매꾼이었다. 우리의 소매를 잡아끈 건 장미꽃이 아니라 척박한 땅에 묵묵히 피어난 평창의 소박한 메밀꽃이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2018 트렌드 코리아’의 한 현상으로 제시한 ‘왝 더 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이 생각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한일 월드컵 때의 대표 구호는 사실 사람들을 미혹하는 무책임한 말이다. 그냥 이뤄지는 꿈은 없다. ‘우생순’은 거저 굴러 들어온 호박도, 행운의 잭팟도 아니라는 걸, 마늘소녀와 썰매꾼은 증언했다. 비인기 종목을 선택하고도 성실과 집념으로 10년 이상 무명의 설움과 열악한 훈련 환경을 견디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 꿈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열광했고, 그들은 더 진정한 갈채를 받았다. 기억이 남는 말. 스킵 김은정이 과거 인터뷰에서 이랬다. “컬링이라고 하면 아무도 몰라요. ‘닦는 거요’, 이렇게 말해주면 알아들었어요. 컬링은 닦는 거 말고도 더 많은 재미가 있는데….”
평창이 우리에게 오래 기억될 것은 거대한 메시지보다는 빗자루(브룸, broom) 쓸던 장면이 아닐까. 팍팍한 현실에 희망을 접은 청춘이 있다면 돌덩이와 빗자루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놓을 일이다. 빛나지 않던 것이 샛별이 되고, 불리지 않던 이름이 국민이름이 된 평창의 대반전을 기억할 일이다. 무명과 소외, 박탈과 상실이 그대를 힘들게 한다면 영미,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영미 동생 친구를 기억하자. 마음속으로 “영미! 영미 헐!” 주문을 외자. 이왕이면 상황에 따라 고저와 완급의 추임새를 추가하는 게 어떨까. 그리고 끊임없이 던지고 문지르고 쓸고 닦자. 목적지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
메인과 주연이 아니어도 좋았다. 작은 것처럼, 시시한 것처럼, 사소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 빗자루 뒤에 숨었던 사람이 모두가 인정하는 ‘대박’과 ‘영웅’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우리는 17일간 너무나 생생히 목격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손짓한다. 폐회식의 주제는 ‘미래의 물결(the next wav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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