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20 05:43:46

기생 앵무에서 배운다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7일

얼마전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동일범죄, 동일수사'를 내건 여성들의 성난 시위가 첫 집회부터 만 명 넘게 모이더니, 3차 집회에서는 6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며 웃옷을 벗고, '탈 코르셋'을 선언하는 등 올 초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에 이어,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편으로,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뒤떨어진 여성 인권을 외치고 있지만, 과도한 혐오와 조롱으로 '도를 넘었다'는 거센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는 일찍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의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 당당한 여성의 위치를 자리매김해 간 기생 앵무 염농산에 얽힌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그는 춤과 시조, 소리에 능하여 서른 살에 으뜸기생이 된 후 행수기생을 거쳐 달성권번의 초대회장이 될 정도로 지역사회의 리더였다.
일제가 정치·경제적 침탈을 노골화하고 있고, 이에 맞서 김광제, 서상돈 선생이 주도한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었을 1907년 2월이었다. 남자들이 담배를 끊고 그 절약된 돈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대구의 기생 앵무는 가장 먼저 1백 원을 기부하면서 “금번 의연금은 힘에 따라 내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거늘 여자로서 감히 남자보다 한 푼이라도 더 낼 수가 없으니 누구든지(남자) 1천 원을 출연하면 죽기를 무릅쓰고 따라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감동한 서상돈, 김병순, 정재학 등의 지도자들이 각기 기만 원씩 출연하기로 결의하였다.“라고 황성신문에서 보도 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은 유생층, 상인층이 주도하여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삽시간에 부녀자와 하층민중 사이에 확산시킨 촉매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단순한 남자들의 금연운동 차원을 넘어, 여성들이 가락지나 비녀 등의 패물을 기부하고, 먹을 것을 줄여 기부하는 등 실질적인 나눔과 책임정신을 온 민중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이어받아 대구 남일동 7부인들은 여성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경고 아부인 동포』라는 제목의 격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통해 여성의 근대의식을 확연히 불러일으키는 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북 성주군 용암면 용암 파출서 옆에는 『염농산 제언 공덕비 廉?山 堤堰 功德碑』라는 비석이 있다.
『성주군지』(1996)에 따르면, 성주에는 해마다 큰 물난리가 나서 마을이 피폐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를 보다 못 한 앵무 염농산이 나서서 1918년에 속칭 두리방천을 쌓았다는 것이고, 이 복구로 인해 생긴 너른 들판을 ‘새내들’, 마을 어른들은 ‘앵무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를 감사히 여긴 마을 사람들이 앵무빗집을 짓고, 앵무빗돌을 세웠던 것이다.
“일개 기생의 몸으로 성주군 용암면의 농업기반을 일으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두리방천의 복구를 이룩하였으니, 누가 그녀를 감히 기생이라 천시하겠는가!”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염농산에 대한 또 다른 자료는 ‘고조되는 교육열’이라는 제목의 1938년 동아일보 기사이다.
“교남학교의 기초가 아직 서지 못 하였다는 것은 ··· 대구라고 하면서 너무나 큰 수치인 것이다. (중략) 염농산 여사는 ··· 금년 79세의 노령으로 ··· 시가 2만 원어치의 부동산을 잘라 내기로 하였다.”
커지는 교남학교의 걱정에 염농산은 기꺼이 전 재산을 털어 기부하였던 것이다.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남자와 기 막히는 대조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곧 당시의 여성으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남녀평등의 가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생출신의 실천적 선구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앵무 염농산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에 기생의 몸으로 거금을 보태어 여성의 참여에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고, 성주군 용암면에 제방을 쌓아 마을 사람들을 위하고자 하였으며, 후배들에게 기예뿐만 아니라 나라 사랑하는 항일정신과 계몽정신을 전수하여 기생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
이를 본받아 이번 여성들의 거리의 외침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작지만 실천하는 여성운동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 김 지 욱 /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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