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살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그는 2010년 전기자동차 '모델S‘를 내놓으면서 기후변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의 추세로 전기자동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의 벤처 정신은 이 시대를 풍미하는 세계적 기업가들도 좀체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머스크가 최근 두 가지 큰일을 저질렀다. 첫째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고, 둘째 실리콘밸리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 거대한 텐트를 쳤다. 머스크는 2년 전 그의 야심작인 전기차 ‘모델3’를 선보였다. 테슬라 공장의 2개 조립라인을 완전 자동화 공정으로 설계하고, 로봇이 노동자를 대신하여 값싼 전기자동차를 찍어내게 만들었다. 모델3의 가격을 3만5000달러(약 4000만원)로 제시하자, 테슬라에 매료된 미국 소비자들이 예매하려고 구금처럼 몰려들었다. 1년 후 인도 조건이지만, 선수금 1000달러를 지불하고 40만대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팔기도 전에 테슬라는 4억 달러를 챙긴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계획은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자 꼬이기 시작했다. 배터리와 자동차 대량생산 체제에 문제가 생겼다. 로봇이 정교하게 작동하지 못하면서 조립에 하자가 생겼다. 2017년 여름 모델3을 조립하기 시작하여 석 달 동안 겨우 260대를 생산했다. 소비자들은 실망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연말이면 월 2만대 생산이 가능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작년 마지막 석 달 동안 생산한 자동차는 겨우 2425대에 불과했다. 올해 연산 50만 대 목표는 허황돼 보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테슬라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한때 GM을 능가했던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쳤다. 테슬라는 계속되는 적자 경영의 짐을 견딜 수 없어 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월가에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머스크는 로봇을 치우고 조립 노동자 수백 명을 대신 투입해서 수작업으로 모델3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슨 영감을 얻은 것인가. 머스크는 지난 6월 테슬라 공장 부지에 거대한 텐트를 쳤다. 알루미늄 골조를 세우고 캔버스 천을 덮어 만든 텐트는 길이 300m, 폭 50m, 천장높이 18m의 초대형 천막으로 축구장 2.5배 크기다. 머스크는 그 안에 ‘모델3’ 조립 라인을 설치했다. 외부 비판가들은 이 천막공장이 낭비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그러나 머스크는 폐품 수준의 재료를 이용하여 텐트 건물을 만들었다며 오히려 반박했다. “종래 생각으로 일이 불가능할 때,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머스크의 주장이다. 다행히 천막 공장을 완성한 지난 6월 마지막 7일 동안 모델3 생산량은 5000대에 이르러 체면을 찾았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는 조립 노동자가 공정을 장악하고 작업의 일부를 로봇이 담당하게 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반대로 했다. 수천 개의 로봇과 다른 자동화 기계가 조립 라인의 주력부대로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이 공정이 작동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머스크는 우여곡절의 ‘모델3’ 생산 공정에서 로봇보다 사람의 손이 더 뛰어나고 효율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로 만든 텐트 공장의 공정은 이런 점을 보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역은 로봇이 맡고 노동자는 섬세함을 요구하는 틈새 역할을 맡는 머스크의 비전은 변함없다. 이 텐트 공장이 ‘모델3’을 50만대 대량생산 체제로 이끌 것인가. 머스크의 운명이 이 천막 공장에 달린 듯싶다. 머스크가 저지른 또 하나의 큰일은 이달 초 상하이에 5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테슬라 해외 최초의 공장이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100% 테슬라가 지분을 갖는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벌이는 게임이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그냥 구경거리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과 국력은 한데 엉켜 돌아가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고 세계적 글로벌 기업도 여럿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벤처정신이 없는 재벌2, 3세들이 지배하고 있다. 재벌기업을 뚫고 솟아나는 벤처기업의 싹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기업계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