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된 국민건강보험이 1989년 전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햇수로 30년이 됐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중병에라도 걸리면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 치료는 꿈도 못 꾸거나, 가산을 처분해서나마 눈물겹게 병원을 찾던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었지만 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되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문만 나서도 병의원과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나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진료를 까다로운 절차 없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 국민의 건강향상과 의료발전을 견인해 온 국민건강보험은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장률이 6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부상이나 질병으로 큰 병원에 가게 되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의료비 부담에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치료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들이 ‘비급여’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5년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보장성 강화 대책을 보완·추진했다. 그 결과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의 보장률은 2010년 76.1%에서 2016년 80.3%로 크게 상승했지만,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최근 10년간 60% 수준에서 계속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지속적으로 급여화하고, 급여항목에 대한 보장률도 높여나가고 있지만 그에 따라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창출되고, 기존 비급여 항목의 진료가 늘어나 보장률이 정체되어 있다. 마치 풍선의 한쪽을 잡으면 다른 한쪽이 커지는 풍선효과와 같은 현상을 보여왔고,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지난해에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지난 1년간 중증치매와 틀니·임플란트, 아동입원진료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본인부담을 완화하고, 선택진료비 부담을 해소했으며 상복부(간·담낭·비장·췌장) 초음파, 상급병실(종합병원 이상 2·3인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또 저소득층의 본인부담상한제를 개선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확대해 개인이 부담하는 총 의료비 부담도 낮추었다. 이러한 제도개선 결과 만성신장병을 가진 아이가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에 21일간 입원하는 경우 과거에는 진료비로 1,243만원을 부담했으나 현재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을 받아 397만원만 부담하게 됐다. 더불어 본인부담 상한제(1월)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7월)가 대폭 강화되어 가계 파탄의 방지 대책도 틀을 잡아가고 있다. 보험 적용의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의료기관에는 보상을 해준다. 보상액의 규모와 수가 수준은 의료계와 협의하여 결정한다. 수가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컸으나 이런 방식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고, 전반적인 수가를 재설정하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데 5년간의 예정된 단계가 진행 중이다. 수가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가계산이 필요하고, 진료비 심사도 더욱 합리적 근거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방지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 마련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초기에 의료할인 쿠폰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병원을 이용하고,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했으며, 국민의 건강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보장성 강화 대책의 본질은 무엇보다 소중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그동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다. 그 과정에 여러 논란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아플 때 더 큰 힘이 되는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 ▲ 박 용 규 /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 행정지원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