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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푸르른 날에 어울릴 만남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27일

아름다운 청년들을 이 겨울에 만났다. 이들은 또래 젊은이보다 약간 더 내성적이거나 약간 더 외향적이었다.
먼저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청년 화가 이야기다. 그날은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가 창작지원 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 기획전 개막일이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는데 낯익은 초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JTBC뉴스룸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였다. (방송사 후배이자 개인적으로 손아래 처남이기도 하다) 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그림 앞에서 얘기하고 있었다. 수줍음 많은 미남청년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어머니 등 뒤로 얼굴을 숨겼다. 그가 바로 그림을 그린 정도운 화가였다.
현직 교수인 아버지는 저와 명함을 주고받으며 설명했다. 아들이 어릴 적부터 그림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며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그린다고 전했다. 도록(圖錄)에 어머니가 쓴 글을 읽어보니 '도운이의 관심은 단순히 팬심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창으로' 연결됐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림에는 촛불집회에서 노래한 가수 이승환의 얼굴도 보였다.
손석희와 이승환, 이들 사이엔 세월호의 노란 리본도 놓여 있었다. 나는 정 작가의 아버지에게 이들을 직접 만나면 꼭 화가의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극적인 만남을 주선하는 다리가 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들이 얼마나 기뻐할지를 예감하는 아빠의 표정은 달아올랐다. 나는 이런 장면에 어울릴 만한 배경음악을 생각해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인이 쓴 동명의 시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푸르른 날'이다.
푸르른 어느 날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옆 건물인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됐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온 후 제일 가까운 이웃인 박종오 복지관 대표님과 직원들을 저희 회사로 초대했고 저희 또한 그곳을 방문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명랑청년 하나가 바로 내 앞에 식판을 들고 앉았다. 그는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씩씩하게 내게 인사했다. 놀라지 말라.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성시경 아저씨 맞죠?"
"어떻게 아셨죠?" 나는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 성시경은 저보다 한참 어린(?) 연예인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내 안경과 머리스타일이 성시경과 비슷해서 착각한 것 같다. '처음처럼, 내게 오는 길,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다정하게 안녕히, 어디선가 언젠가' 그는 성시경이 부른 노래 제목을 줄줄 외우더니 "저도 양띠. 성시경도 양띠. 내 말 맞죠?"라고 물었다. 우연이겠지만 내가 성시경은 아니지만 양띠는 맞았다.
졸지에 식탁은 '양들의 침묵'이 아니라 양들의 오순도순 식사 자리가 됐다. 명랑청년의 이름은 김승욱이었다. 박종오 복지관장이 명랑청년이 누구인지 자상하게 설명했다. 그는 미세한 발달장애가 있는 직업적응훈련생인데 여기서 2년을 훈련한 후엔 복지관에서 직업을 알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나는 성시경을 만나면 꼭 승욱씨 얘기를 전해줄 것이다.
앞에 소개한 정도운 화가도 처음엔 강남장애인복지관 문화예술팀 작가육성프로그램에서 방과 후 그림 멘토링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내게 장애가 무엇인지 묻고 답했다. 장애란 자신의 재능에 집중하게 해주고 가족을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선물이라고 대답했다.
내 첫 직업은 중고등학교 교사였다. 당시 나는 마지막 수업마다 제자들에게 노래 한 곡을 가르쳐줬다. 사이먼 앤 가펑클 (Simon And Garfunkel)이 부른 '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였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당신이 지치고 왜소하다고 느낄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당신의 편에 서서 제가 그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시절이 험하고 친구가 안 보일 때 제 몸을 눕혀 거친 풍랑 위 다리가 될게요)
누구나 그리운 것이 있고 부르고 싶은 이름도 있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까닭이다. 우리가 외롭다고 느낄 때 미술과 음악은 가족과 친구를 연결해준다. 나는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겠다고 살짝 다짐했다. 바로 그 순간 감사와 행복이 내게 밀물처럼 몰려왔다.

▲ 주 철 환 / 서울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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