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4 06:13:14

[반려학개론] 동물보호법 개정, 회초리도 필요하지만…

윤 신 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세명일보 기자 / 1199호입력 : 2021년 07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월 12일 시행에 들어갔다. 동물 유기와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중 반려동물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꼽아보자.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 등에 대한 벌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 등에 대한 처벌 수준은 과거 300만 원 이하 과태료에서 3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높아졌다.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와일러 등 맹견 소유자에 대해 ‘맹견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기존 소유자는 12일까지 가입해야 했다. 신규 소유자는 소유하는 날 가입할 의무를 부여했다.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반려견과 외출할 때 사용하는 목줄·가슴줄 길이는 2m 이내로 제한(시행은 1년 뒤)한다. 아파트 등 건물 내부 공용 공간에서는 동물을 직접 안거나 목줄·가슴줄을 잡는 등 안전 조치가 필수다.
동물판매업자는 등록 대상 동물을 팔 때 구매자 명의로 등록(내외장 무선 식별 장치)해야 한다.
필자는 1990년대 ‘한국동물보호연구회’를 설립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사실상 ‘대외용’이었을 뿐 ‘동물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후 동물보호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펼쳤다.
그랬던 필자이기에 이번 개정이 남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내 착잡해진다. 지난 30여 년 간 국내에서 반려동물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반려동물 문화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 등에 대해 벌칙을 강화한 것은 그간 얼마나 많은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났는지, 정부가 이를 당장 제재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읽혀 안타깝다.
5대 맹견 소유자 보험 가입 의무화는 견종이 정말 다양화했다는 데 반가워하다 그동안 맹견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일어났고, 맹견 소유자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람 반려동물에게 얼마나 배려가 부족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아파트 등 건물 내부 공용 공간에서는 동물을 직접 안거나 목줄·가슴줄을 잡아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나 반려동물과 건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구나’라는 아쉬움이 든다.
동물 구매 시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한 데서 ‘반려동물등록제’에 그동안 얼마나 허점이 많았는지, 그 제도가 반려동물 유기 문제 해결에 좀처럼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만다.
결국 ‘몸’(반려동물 산업)은 이미 ‘성인’이 됐으나 ‘정신’(반려동물 문화)은 아직 ‘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기에게 어서 성인이 돼야 한다고 재촉하고, 채근한다고 해서 바로 성인이 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회초리를 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기 정신’이 ‘성인 정신’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성인 몸’에 꾸준히 영양을 공급하고, 그 몸을 지속해서 운동시켜야 한다. 간신히 성인 정신이 됐는데 몸이 기다리다 지쳐 ‘노인 몸’이 돼버리는 안타까운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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