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생활을 한다. 이 같은 신뢰에서 발을 디디는 땅을 더욱 믿는다. 그런데, 믿었던 땅에 발을 놓자마자, 푹 꺼진다면, 목숨을 건, 아찔한 순간이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지난달 24일 직경 20m·깊이 20m 규모의 싱크홀(땅꺼짐)이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가로 6m·세로 4m·깊이 2.5m의 싱크홀에 승용차가 통째로 빠져,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서울 강동구 한복판에서 거대한 싱크홀로 1명이 사망한 지 채 3주도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에 따르면,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시가 그동안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싱크홀 위험 지역 지도를 비공개했다. 사람의 목숨보다 집값이 더 중요했다는 말인가를 묻는 것은 단순한 수사(修辭)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광주 광산구 하남동 광산소방서에 따르면, 가로 40㎝, 세로 40㎝, 깊이 50㎝의 발밑이 꺼졌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땅꺼짐 현상으로 트럭 2대가 빠졌다.
지난 16일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하 시설물 전반에 대해, 정밀점검을 추진한다. 박희준 대구 재난안전실장이 주재했다.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 TF 회의’를 개최했다. 땅꺼짐 사고 안전관리실태 점검 및 대책을 마련했다. 회의는 최근 전국적으로 빈발하는 땅 꺼짐 현상 및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구시 관계 부서, 구·군, 산하기관 등 총 18개 부서 및 기관이 참석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도로과, 수질개선과, 철도시설과, 도시건설본부 등 주요 지하시설물 관리부서 및 기관에서 관리하는 지하 시설물 관리 현황과 점검계획을 공유했다. 각 기관에서는 땅꺼짐 예방대책으로 5년마다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로 탐사한다. CCTV점검 등 정밀 안전점검을 전 구간에 대해 실시한다. 점검팀이 수시로 현장 순찰 등 육안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부산 등의 땅꺼짐 사고로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 따라, 집중호우 등 우수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선제적으로 현장점검 대책 및 대응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층 강화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대구시는 향후 중점 추진사항으로 기관별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4월 중)한다. 우수기를 대비해, 집중점검을 실시(4~6월)한다. 중장기 안전대책을 수립한다. 땅꺼짐 방지 긴급현장 점검은 지난 17일~오는 25일까지 실시한다. 재난안전실 주관으로 지반 침하 예방 T/F팀을 구성했다.
17일에는 재난안전실장과 유관기관 합동으로 상화로 입체화사업(심도30m, 터널구간L=3.2km) 현장과 노후 하수관거, 도시철도 구간, 상수도 구간 등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867건 중 394건(45.5%)이 ‘하수관 손상’에 기인했다. 우수기 대비 집중 점검은 대구 내에 노후한, 포장도로 및 노후 상·하수관, 대형 공사장 등 주변이다.
또한 대구도시철도 1·2호선 구간 등 땅꺼짐 고위험 가능지역을 집중·점검한다.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예정된, 500㎜이상 하수도 1,343㎞에 대한 지표 투과레이더 탐사에 따라, 보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치한다. 사전예방 강화를 위한 중장기대책은 땅꺼짐 사전 예방을 위해 상·하수관, 대형공사장, 대구도시철도 1·2호선 구간 등에 대한 통합관리방안 등 상시점검시스템을 구축한다. 올 4월 말까지다.
박희준 대구시 재난안전실장은 선제적 점검과 철저하게 대응한다. 문제는 땅꺼짐이 대구시 뿐인가 하는 점이다. 행정은 구역이 뚜렷하지만, 발밑의 땅은 하나다. 대구시는 하나인 땅을 중심으로 이웃 지자체와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