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7-30 21:36:44

'허실생백' 방 비우면 빛 들어온다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김경태 기자 / 2359호입력 : 2026년 07월 2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허실생백(虛室生白)은 방을 비우면 빛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인간이 욕심을 버리면 진리가 생겨난다는 수행의 이치가 담겨있다. 이 말은 장자(莊子)의 내편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구절이다. 원문을 보면 장자는 "텅 빈 방에는 빛이 스며들고, 길한 기운은 고요한 마음에 머문다(虛室生白 吉祥止止)" 라고 말했다.욕심과 집착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지혜의 빛이 들어오고, 평안과 행복이 깃든다는 뜻이다. 장자는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비우라고 가르쳤다.

오늘 우리는 무엇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는가. 돈, 권력, 명예, 경쟁, 분노, 비교, 불안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가득 찬 컵에는 물을 더 담을 수 없듯, 가득 찬 마음에는 진리도, 행복도 들어올 자리가 없다. 불교에서도 '공(空)'을 말하고, 선종에서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비우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수행자는 앉아 명상을 하지만 잡념은 끝없이 밀려온다. 욕망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은 이익 앞에서 흔들린다. 자존심을 버리려 하지만 한마디 비판에도 분노가 치민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세상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일이다. 그래서 어려운 수행의 과제가 된다.

마음 비우기에 성공한 사람은 삶이 달라진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통해 자유를 얻었고, 많은 수행자는 욕심을 내려놓으며 평화를 얻었다. 비우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얻는 길이다.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가벼워질수록 삶은 깊어진다.

역사는 비우지 못한 사람들의 비극으로 가득하다. 탐욕은 나라를 무너뜨렸고, 오만은 제국을 몰락시켰다. 권력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민심을 잃는 순간 허망하게 무너졌다. 기업은 끝없는 탐욕으로 신뢰를 잃었고, 지도자는 독선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은 행복보다 불안을 키우고, 남보다 높아지려는 경쟁은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넘침은 결국 무너짐을 부른다.

노자는 "가득 차면 덜어내는 것이 하늘의 도(天道虧盈)"라고 했고, 공자는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비우지 못하면 결국 잃게 된다. 자연은 언제나 비움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 낙엽이 져야 새순이 돋고,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온다. 허실생백과 뜻이 통하는 말도 많다. 

마음을 비우고 솔직하라(虛心坦懷), 참된 능력은 드러내지 않는다(大巧若拙),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上善若水), 이상은 노자의 철학이다. 서양에는 "Empty your cup(컵을 비워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Less is more(적을수록 풍요롭다.)" ,"Pride goes before destruction(교만은 멸망의 앞잡이다)"이라는 격언이 있다.

지금 시대는 채우는 기술은 넘치지만 비우는 지혜는 부족하다. 물건은 많아졌지만 만족은 줄었고, 정보는 넘치지만 지혜는 부족하며, 사람은 가까워졌지만 마음은 더욱 멀어졌다. 풍요 속 빈곤이다. 가득 참 속의 공허가 현대인의 초상이다 

장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에는 빛이 들어올 빈자리가 있는가." 나의 인생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욕심은 줄이고 감사는 늘리자. 남과의 경쟁보다 나를 이겨야 한다. 말은 줄이고 경청은 늘리자. 소유보다 나눔, 주장보다 배려,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하자. 매일 마음을 비우고,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매일 누군가를 용서하며 살자.

방을 비우면 햇살이 들어오고, 마음을 비우면 진리가 들어온다. 탐욕을 버리면 평화가 오고, 교만을 버리면 사람이 찾아온다. 오늘 내가 비운 자리만큼 내일의 빛이 들어오고, 오늘 내가 내려놓은 만큼 내일의 행복이 자라난다 오늘도 허실생백이다. 내 속에 쌓여있는 백해무익한 것들을 창밖으로 훨훨 던져버리자 진리의 빛이 솓이져 들어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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