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8-03 12:37:54

퇴계 이황선생의 성학십도(1)-자기 구원의 가이드 맵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64호입력 : 2026년 08월 03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퇴계 이황 선생 탄신 500주년 이었던 2001년, ‘세계유교문화 축제’를 주관했던 경험으로 퇴계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KBS에서 기획해 제작 방영한 2부작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퇴계’의 내용을 보게 됐다.

제1편은 ‘세계, 퇴계를 주목하다’이다. 퇴계학이 단순히 조선이라는 과거 시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전 세계 지식인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있는지에 대하여 해외 취재를 통해 넓은 시야로 다뤘다.

동서양 철학의 만남:서양 근대 철학 출발점인 데카르트의 사상과 퇴계의 철학을 비교하며,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 온 서양식 세계관 한계를 퇴계의 우주론과 인간론으로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특히 괄목할 사항은 하버드대 옌칭연구소를 방문해 미국 석학들이 바라보는 퇴계 사상의 깊이와 인류학적 가치를 직접 들어보았다.

또, 일본 근대화 과정인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퇴계 사상을 정신적 사표로 삼았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인 퇴계의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목판본을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조선 성리학이 일본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된 흥미로운 학술 유통 경로를 추적해 소개했다.

제2편은 ‘퇴계, 인간을 주목하다’이다. 2편은 퇴계 사상 고향인 안동 도산서원을 배경으로, 퇴계가 남긴 유산과 “인간 중심'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 일상과 교육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있게 파고 들었다. 도산서원 서고인 광명실(光明室)에 보관돼 있는 희귀 고문서들과, 임금이 퇴계 선생에게 관직을 내렸던 48장 장문 교지(敎旨) 등 진귀한 유물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소개했다.

서양인이 주목하고 있는 성학십도를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전 세계에 알리던 미국 마이클 칼튼 교수 등을 인터뷰해, 서양 학자 눈에 비친 성학십도의 학문적 위상을 조명했다.

退溪 李滉은 인간의 자기완성 학문인 聖學을 집대성해 지은 聖學十圖를 어린 왕 선조(17세)에게 바쳐 聖君의 길을 걷도록 했다.

성학십도에 대한 퇴계 생각은 이러하다. 대저 마음은 방촌에 갖춰져 있지만 매우 텅 비고 신령한 것이요, 진리는 도서에 나타나 있지만 매우 뚜렷하고 알찬 것이다. 생각하며 얻고, 사리가 밝게 돼 진리에 통달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성학에는 커다란 단서가 있고, 백성의 지도자가 된 분의 한 마음은 온갖 징조가 연유하는 곳이고, 모든 책임이 모이는 곳이며, 온갖 욕심이 잡다하게 나타나는 자리고, 가지가지 간사함이 속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태만하고 소홀해 방종이 따르게 된다면, 산이 무너지고 바다에 해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 위기가 오고 말 것이니, 어느 누가 이러한 위기를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삼가는 애틋한 마음가짐으로 날마다 생활을 해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면서 ‘성학십도’를 올리는 진의를 밝히고 있다. 이황은 왕 한 사람 마음의 징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삼가는 경(敬)의 내면화를 중요시 했다.

10개 도표 가운데 7개 도표는 옛 현인이 작성한 것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을 골랐고, 나머지 3개 도표는 이황 자신이 작성한 것이다. 7개 현인들 도표 가운데 심통성정도는 정복심(程復心)이 작성한 것이고, 이황은 이 도표에 2개 도표를 첨가했다. 이렇게 첨가한 2개 도표에서 이황은 사단칠정(四端七情)과 이기(理氣)의 내용을 곡진하게 도해해 설명하고 있다.

이황 자신이 작성한 도표는 소학도·백록동규도·숙흥야매잠도 등 3개로 제 1도에서 제 10도에 이르기까지 경의 의미가 일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십도의 내용 서술은 도표와 함께 반드시 앞부분에 경서(經書)와 주희(朱熹) 및 그 밖에 여러 성현의 글 가운데 적절한 내용을 인용한 뒤 저자 자신의 학설을 전개하고 있다.

제 1도에서 제 5도까지는 “천도(天道)에 기본을 둔 것으로, 그 공과(功課)는 인륜(人倫)을 밝히고 덕업(德業)을 이룩하도록 노력하는 데 있는 것이다”며 그 대의를 밝히고 있다.

제6 도에서 제 10도까지는 “심성(心性)에 근원을 둔 것으로, 그 요령은 일상생활에서 힘써야 할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므로 앞의 5개 도표는 천도에 근원해 성학을 설명한 것이고, 나머지 5개 도표는 심성에 근원해 성학을 설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루소는 “세상에 잘 적응하는 것이 곧 건강한 삶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을 떠나 존재하는 사회적 인간은 오로지 타인 의견 속에서 살 수 있을 뿐이며, 또한 이를테면 자신의 존재감을 오로지 타인 판단에서 이끌어 낸다. 개인은 자신의 욕망마저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는 예속적 삶을 살고 있다. 욕망이라는 거대한 환상의 비현실 속에서 추상적이고 타율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스피노자가 비유한 대로, 돌멩이가 자신 의지와 힘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 발전으로. 외적 강제와 억압이 줄어들었는데도 우리는 왜 이리 획일적 가치와 삶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위대한 스승 퇴계는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도 그렇게 사시지 않았는데..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약자를 위해 다 내놓으시고 검소하고 단아하게 학자의 삶을 사시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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