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9-22 10:55:48

교권보호 전담관 제도(3)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적 관계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95호입력 : 2026년 09월 2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들은 교사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 주리라 기대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 교육 사법화와 엄벌주의로 교사들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싸우면 당연히 선생님이 말려야 한다고 여기는 학부모가 많지만, 지금의 교사들은 선뜻 개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사들이 회피한다는 말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양쪽이 각각 어디까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그 경계가 왜 흐려졌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희망적인 것은 학교를 신뢰하며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가 90%이상이라는 데 있다. 이들이 학교와 신뢰를 회복해 공동체를 이루면 오늘의 학교 붕괴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문제는 엄벌주의가 이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와 거리를 두고 울타리를 높이면, 선의를 가진 대다수 학부모가 다가 설 기회부터 사라진다. 상식적 대다수는 울타리에 막혀 학교에 닿지 못한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학교를 지키는 길이다. 물론 학생에게 관심도가 적은 문제 교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수는 극소수일 것이고, 또 행정처분으로 시정시킬 수도 있다.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신뢰 회복이다. 과거의 학부모와 교사는 중요한 신뢰의 파트너였다. 당시 교사들 고민은 촌지와 불법 찬조금 징수, 부교재 채택 비리 같은 비민주적·비교육적 관행과 관료적 교육행정의 폐해였다. 교사들은 이를 풀기 위해 학부모에게 도움을 청했고,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가 함께 학교장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교사는 학부모를 통해 힘을 얻었고 학부모도 교사 대표들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관계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교육행정 비민주성과 비교육적 관행은 상당 부분 해소 됐지만, 그 빈자리에 학교폭력 엄벌주의 대책이 들어서면서 교사와 학부모가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함께 싸울 상대가 사라진 자리에, 서로를 겨누게 만드는 제도가 들어온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없던 이상향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훨씬 협력적 관계를 누렸었다.

또한 학생 인권 대 교권 충돌 문제도 심각하다. 학생이 "왜 어른의 인권만 존중받아야 하나요"라고 묻는 것은 정당하고, 인권 의식 성장은 반길 일이다. 문제는 인권이 강조된 것이 아니라, 인권을 내 마음대로 할 자유로만 가르치고 남의 권리와 공존하는 책임은 가르치지 못한 데 있다. 예를 들면 수업 중 여러 학생이 저마다 인권을 내세워 수업방해 행동을 한다면 나머지 다수는 배움을 빼앗긴다. 이때 교사의 제지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 그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 휴대폰을 자유롭게 쓸 권리도 인권의 한 자락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권리는 ‘방해받지 않고 배울 권리'다. 그런데 지금의 논쟁은 이 근본을 놓친 채 개인의 자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권리가 다른 다수의 권리를 침해할 때 이를 조정하는 균형 감각, 그것이 성숙한 인권 의식이다. 교권도 여기서 다시 이해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아동학대로 신고만 당해도 판결 전에 교사가 기계적으로 직위 해제돼 수업을 할 수 없었는데, 그 부분은 조금 개선된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이다. 교사들은 이 조항을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아동학대로 소송에 걸리면 6개월에서 1년씩 걸리고, 그동안 교사는 경찰·검찰·법원에 계속 불려 다닌다. 열에 아홉은 무혐의로 끝난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종결 사건 90% 이상이 수사 개시 전에 종결되거나 불기소됐다. 그래서 교원단체들은 경찰 단계에서 종결된 사건이 검찰·법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다. 또 교사에게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처벌하되, 경계가 모호한 아동학대처벌법이 아니라 교육관련 법을 손질해 다루자고 요구한다. 정당한 교육활동은 두텁게 보호하되, 문제 행위는 교육의 영역에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교사들 중에는 아직도 부적격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서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는데, 어떻게 교사의 안전만 보장하라는 것이냐? 타당한 우려다 강력한 보호를 받는. 버스 운전기사를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는 버스 기사에게 아주 강력한 보호 장치를 둔다. 운전 중인 기사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면 행인 간 다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처벌한다. 왜 이토록 특별히 보호하는가? 기사가 위협을 받으면 그 버스에 탄 승객 전체 안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기사 개인의 인권이 승객보다 귀해서가 아니라, 다수 승객 안전을 위해 기사의 안전을 이례적으로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를 지키는 것은 교사가 더 대우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교실에 있는 다수 학생의 배울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일과 자격 미달 교사를 가려내어 바로잡는 일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다루면 된다.

앞으로.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학부모와 교원 사이 불신이 어느 정도고 지역별·학교별로 어떻게 다른지, 엄벌주의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두는지도 살펴야 한다. 엄벌 정책 시행 뒤 정말 예방 효과가 나타났는지.

정서적 아동학대도 그렇다. 실제 아동학대 85% 이상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데, 정작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비중을 넘어, 수사나 기소로 이어진 경우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조사해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학벌을 따기 위한 과열된 입시경쟁 때문에 학교는 아이들 상호간 경쟁의 장이 되고 교사와 학부모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대가 돼 ‘교육의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가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온 국민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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