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8월 14일, 동아일보에 뽑힌 ‘고향길’로부터 치면, 내가 시를 지은 시력(詩歷)이 56년이 된다. 중앙지지(中央紙誌)에 첫 발표가 내 나이 만20세였다. 내가 시를 지을때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이면지같은 것에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긁적인다. 시도 비교적 쉽게 쓴다. 난산(難産)이 아니고, 대부분 순산(順産)이다. 내 시를 즐겨 읽으시는 마음의 동반자들이 고생하시는 일이 없도록 세상에서 가장 평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시가 되도록 배려를 하는 편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전에 아버지(김덕출님)가 1941년 7월일, 한 여름에 낙엽이 되셨다. 나는 아버지를 뱃속에서 여의고, 꼭 6개월뒤인 1942년 1월 14일에 태어났다. 우리 애기들(전라도식 표현)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시 ‘평범한 것’은 둘째 아들의 어릴 때 있었던 일을 그 날 곧바로 적은 것이다. '평범한 것’ 아이는 전등불을 한사코 꺼라고 한다. 불이 켜져 있으면 숙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래도 그대로 불을 켜놓는다. 잠자는 아이의 평화로운 모습을 어둠속에 묻어 놓기 싫어서다. 나의 어린 시절엔 나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아버지가 안 계셨다. 아이는 알고 있을까 잠자는 제 모습을 흐믓이 지켜보는 아버지가 옆에 계시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내 마음도 아이처럼 평안해진다.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는 세상에서 더 없이 행복하다. (1992.10.27.作) 지난 한 겨울을 되돌아보며 ‘성에 낀 아침’을 만날까나. 성에 낀 아침 간 밤은 너무 추워 하느님도 밤잠을 한 잠도 못 주무신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집마다 유리창에 하느님이 손가락으로 아름다운 성에꽃을 그려 놓았다. 비오는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지난날을 추적하듯… 비에게 추적당하여 발자국마다 고인 빗물. 발자국이 동동 뜬다 (2016.6.30.) -봄비가 이 땅을 촉촉이 적셔줄 봄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2018.3.14. 21시 45분)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경상북도 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