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4 18:31:39

직업선택의 자유의 미래

정 영 훈 연구위원
국회미래연구원

세명일보 기자 / 990호입력 : 2020년 09월 0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헌법 제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기재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직업의 ‘선택’에 관한 자유만을 기술하고 있지만, 이 자유의 보장 범위는 꽤 넓다.
첫째는 말 그대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자유이다. 둘째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직업 활동을 할 것인지 고를 수 있는 자유이다. 셋째는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 등의 습득을 위한 직업교육을 받을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이다. 넷째는 직장선택의 자유이다. 이것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어떠한 ‘직장’에서 영위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자유이다.
근대시민 혁명에 의해서 봉건적 경제 질서가 해체된 이래 직업선택의 자유는 사적 자치와 재산권 보장과 더불어 자본주의 시장결제질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법적 장치였다.
나아가 직업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개인 차원에서 보면 이는 자신과 그 부양가족의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초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개성 발휘와 인격 신장, 그리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기쁨, 보람, 명예는 바로 직업 생활의 중요한 의의이다. 따라서 직업을 가지고 직업 활동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개인의 인격 실현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는 다른 어떤 자유권적 기본권 못지않게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대한 자유가 어떻게 보장되고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법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다소 복잡해진다. 우리나라의 헌법학과 헌법재판소는 자유권을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침해를 방어하는 권리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어떠한 공익적 이유로 법률의 형태를 취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개인은 국가에 자유의 제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를 포함한 대다수의 자유가 절대적이고 무한정의 자유는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중단 요구는 국가에 자유의 제한이 정당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요구가 된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서는 국가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고 하여 위에서 언급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의의가 개인에게 실현되지 않는다.
취업 가능성, 직업 생활을 통해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 수단을 얻을 가능성, 직업 생활을 인격 실현의 기회로서 영위할 가능성, 선택한 직장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 등은 대다수의 개인에게는 국가의 소극적인 방임으로는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여 우리 헌법에서는 노동3권과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노동3권의 보장은 근로자가 스스로 단결하여 형성된 힘으로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이에 비하여 근로의 권리 보장은 국가가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고용을 촉진하고 보호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자유와 권리의 보장 체계는 직업 생활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와 인격적 의의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하면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와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동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직업 생활에 관한 이러한 기본권 체계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계의 노정은 곧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헌법 제32조와 제33조가 보장하는 권리의 주체를 임금을 대가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 즉 근로자만으로 규정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의 경영 전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경제활동 종사자의 인식 변화 등에 따라서 임금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를 구별하기 곤란한 경제활동 종사자나 프리랜서라고 하는 1인 자영업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로써 경제활동 종사자 중에서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법적 권리의 격차가 헌법 차원에서부터 발생하여 법률적 차원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헌법의 이와 같은 기본권 체계는 직업 생활에서 개인이 임금 근로자와 프리랜서를 서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하는 법 제도가 형성되는 것을 저해한다. 나아가 근로자 개념에 대한 좁은 이해와 이에 터 잡은 노동권 보장은 결국 근로자의 권리가 보다 확장될 가능성도 막고 있다. 경제활동 종사자가 중에서 가장 보호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근로자의 유형에 국한하여 법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 제32조와 제3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의 권리 주체와 내용을 노동 환경에 따른 변화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논의는 노동환경의 변화에 맞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논의와 다름없다.
전통적인 고용 관계 하에서 형성된 노동법을 현대화하는 작업은 이러한 헌법 규범의 근본적 변경이라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질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법의 현대화가 규제 완화 일변도로 또는 규제 완화와의 교환 속에서 어정쩡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의의를 비로소 실현할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미래의 노동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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