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은 바둑판의 돌이 갖추어야 할 완생(完生)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잘 하면 살 수도 있고 잘 못 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생사가 불투명한 처지에 놓여있는 존재다. 미생은 2012년 부터 연재되었던 웹툰 제목으로 시작됐다. 인턴 사원으로 입사한 장그래가 회사에서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미생이라 표현한 말이다.
2014년에 동명의 드라마가 tvN에 방영되어 인기를 얻었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미생의 신드름으로 확산됐다. "야 가슴이 멍하네. 눈물 난다. 저게 바로 나야 나" 힘든 삶의 현장에서 미생들이 퍼뜨리는 말로 확산됐다.바둑판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세상에서는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벌어진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있는 살타필생의 법칙이 난무한다.
미생이란 완전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고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생존보장이 불확실한 상태다. 언제나 불안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 시도 마음을 놓고 지낼 수가 없다. 항상 나의 인사권을 가지고 노려보고 있는 상관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나를 흔들어 바닥에 떨어지게 할지 모르는 아래 사람, 나를 낭떨어지에 밀어 버릴지 모르는 옆 사람의 심보를 살펴야 한다. 노동법으로 정년 보장을 받는다는 회사원이나 공무원도 근무하는 과정에 성과를 올리지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언제든지 짤릴 수 있는 시한부 연명을 하고 있다.
사장과 기관장, 단체장과 총장도 도중에 퇴진을 당하거나 결국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816만 명이며 정규직과 임금 격차는 211만 원이라고 한다. 2017년의 185만 원에 비하면 격차가 더 늘어났다. 대기업의 직원과 중소기업의 직원들 사이에 임금차이가 있으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다르고 직장 내에도 부서와 직급에 따라 임금이 다르다. 물론 모든 직종의 직원들이 같은 임금을 받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심한 불평등 속에서 억울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시공간의 모든 존재는 생성소멸의 법칙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차별과 불평등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 시공간 유한의 절벽에 직면했던 성현들이 수행과 기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반야심경에는 바라 승아제 주문이 있다. 성경에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교훈했다. 인간이 태어나 살고 있는 고해와 같은 이 세상은 스스로의 힘으로 건너 가든가, 아니면 중보자를 통해 건너 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교훈도 주관적인 수행 체험으로 얻어진 경지인지라 모든 중생이 보편적으로 알고 받아 드리기가 쉽지 않다. 아주 분명한 존재론적인 자각은 내가 미생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마다 처해 있는 미생의 처지는 차이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나 오너나 시이오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크게 보면 오십보 백보이며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별반 차이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엄연한 실사에 남는 것은 고뇌하는 미생이다. 탕웨이가 앓았던 결심의 열병이다. 미생의 결심은 끝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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