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1:03:17

3·1절, 기억을 넘어 다짐으로

경북북부보훈지청 보상과 김경민 주무관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260호입력 : 2026년 02월 2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3월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떠올린다. 바람에 펄럭이는 흰 바탕과 붉고 푸른 태극,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는 단순한 문양이 아니라 우리 역사 속 수많은 선택과 희생을 상징한다. 그 중심에 1919년 3월 1일이 있다. 3·1절은 단지 과거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가치 위에 서 있는지 되묻는 날이다.

1919년 3월 1일, 서울의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독립선언의 외침은 곧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학생과 상인, 농민과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들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대신 맨손으로, 그러나 굳은 의지로 자신들의 뜻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민족의 자존과 존엄을 세계 만방에 선언한 사건이었다.

3·1운동의 가장 큰 의미는 ‘연대’에 있다. 계층과 지역, 종교를 넘어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섰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서로의 차이를 내려놓고 공동의 미래를 선택한 그 결단이 있었기에 만세의 물결은 들불처럼 번질 수 있었다. 그 함성은 국경을 넘어 세계에 전해졌고, 결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역사적 기반이 되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뿌리 또한 그날의 외침 위에 놓여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날의 ‘용기’다. 식민 통치 아래에서 독립을 외친다는 것은 체포와 투옥, 혹독한 탄압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였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는 책임감이었다.

3·1절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과연 그 정신을 얼마나 되새기고 있는가. 자유와 권리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결단 위에 세워진 결과다. 만약 우리가 그 의미를 잊는다면, 3·1절은 단지 하루 쉬는 공휴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살린다면, 3·1절은 여전히 살아 있는 가치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생각과 이해관계의 차이로 서로를 향한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1919년의 봄을 떠올려야 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뜻으로 손을 맞잡았던 장면을 기억해야 한다. 3·1운동은 단지 과거의 항일운동이 아니라, 공동체가 위기 앞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3·1절을 기린다는 것은 과거를 미화하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다짐이다.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책임을 나누는 선택이야말로 3·1운동의 정신을 잇는 길일 것이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손길이 형식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그 깃발은 단지 국가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의 표지이기 때문이다. 3·1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물음에 떳떳이 답할 수 있을 때, 1919년의 함성은 2026년의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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