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1:06:24

영화 ‘만약에 우리’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265호입력 : 2026년 03월 0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만약에 우리’는 한마디로 “청춘의 사랑은 영원할 수 없으나 그 기억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많이 힘들고 초라했던 그때, 고향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탄 은호(구교환 역)와 휴학 후 어디론가 떠날 결심을 한 정원(문가영 역)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의지하다가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한다.

웃고, 싸우고, 화해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뜨겁게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선택하며 결국 이별한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은호와 정원 두 사람은 마치 운명인 듯 비행기 안에서 뜻밖의 상황으로 재회하는데,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려던 비행기가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화로 갑작스럽게 이륙이 취소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호텔 객실까지 턱없이 부족했던 관계로 두 사람은 부득이하게 같은 호텔 방에 머무르게 된다.

거기서 두 사람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면서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옛 추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는데, 두 사람 인연이 시작된 것은 고향 집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고, 가는 도중에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막혀버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버스 기사는 더 이상 운행은 불가하니 부를 사람이 있으면 부르라고 한다.

다행히 은호는 아버지(신정근 역)가 데리러 왔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정원이 눈에 밟혔던 은호는 그녀를 차에 함께 태워주게 됐고, 인정 많은 은호 아버지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 먹고 가라며 친절을 베풀어 준 덕에 어색했던 두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같은 06학번 있었고, 은호가 삼수를 하긴 했지만 같은 학번이기에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숫기 없던 은호는 정원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정원은 그런 와중에 선배 오빠와 연애를 시작했으며, 은호는 곁에서 그저 친구로만 함께할 뿐이었다.

고시원에서 지내던 정원이 사정이 생겨 은호 자취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친구사이로 우정을 쌓아가던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현실적인 이유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되지만 늘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이 꿈이었던 정원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게임으로 100억 벌기’가 꿈이었던 은호는 그렇게 함께 사랑하며, 서로의 꿈들을 응원했는데. 사소한 감정 대립으로 두 사람은 결국 이별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호텔 안에서 은호는 정원에게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한마디를 꺼낸다. “만약에 우리, 만약에 그때, 그 시절에 나는”

영화는 슬프고, 짠했다. 초반에 풋풋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게 시작했던 사랑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익숙해지고 조금씩 삐걱거리면서 현실의 무게와 함께 지쳐갔고, 그러다가 결국 헤어진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 우연히 재회해 서로에게 남아 있는 감정과 미련을 다시금 마주하지만,

“만약에...”라는 상상이 주는 아련함과 현실의 거리감을 끝까지 안고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지 않고 현실을 수용하고, 서로의 삶을 인정하면서 조용히 각자 성장에 응원을 보내면서, 자기의 삶으로 돌아간다. 사랑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도, 다시 붙잡지도 않고, 모든 사랑이 함께하는 결말로만 증명될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랑의 타이밍, 현실의 벽,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우리가 놓쳐온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현실 멜로 드라마다. 즉, 완전한 재결합보다는 현실적 이별과 성숙한 마음의 정리가 결말의 핵심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봄비처럼 왔다가 겨울비처럼 흘러가는 것 같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음직한 젊은 날의 치열했던 삶과 사랑, 결국 관객 자신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에 우리’영화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Once We Were Us)’를 한국 정서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작품이라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흑백으로 처리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사랑의 묘사와 아련한 분위기, 그리고 극적인 전개보다는 감정의 여운, 재회와 선택의 순간을 깊이 있게 담으면서, 만약이라는 가정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에게 그 대답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흔히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사실 개인 인생에도 가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되뇌는 가정법 ‘만약에’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일은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거기를 가지 않았다면, 그때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그때 그 손을 놓지 않았다면, 등” 그랬다면 우리의 지금은 달랐을까? 수많은 가정 속에서 살아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 질문을 마주하면서 단순한 미련이나 후회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가치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사랑의 형태가 수만 가지이듯, 그 끝에 남는 감정도 하나로 정의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 즉 "다시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과거의 만약에 갇혀 현재의 진심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에게 되묻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가 가슴속에 저마다의 만약을 품고 살아가지만, 영화는 그 미련을 억지로 지우라고도 하지 않고, 과거를 고치고 싶어 하는 마음보다는 오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의미 있게 살아가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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