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14 05:24:26

DGIST, 폭주하는 뇌 면역세포 잠재우는 치료 기전 규명 ‘FDA 승인 약물 활용 치매 치료 가능성 확인’

뇌 면역세포 '신경보호적 상태'로 전환하는 소마토스타틴 작용 원리 최초 규명
과거 임상 한계 극복할 정확한 기전 밝혀 'FDA 승인 약물 신약 개발 시간 단축'

황보문옥 기자 / 2288호입력 : 2026년 04월 07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왼쪽부터 DGIST 뇌과학과 엄지원 교수와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 현가은 석사과정생. DGIST 제공

DGIST(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소속 엄지원 교수 연구팀이 뇌 속 신경물질인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이 뇌 면역세포를 직접 조종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는 치매를 악화시키는 뇌 면역세포를 '신경 보호 모드'로 완전히 바꾸고, 기존에 쓰이던 약물을 치매 치료제로 재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찌꺼기가 쌓이고,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과하게 흥분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악화된다. '미세아교세포'는 발병 초기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어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병이 심해지면 오히려 뇌 시냅스를 망치고 염증을 내뿜는 파괴자로 돌변한다.

연구팀은 소마토스타틴이 이런 면역세포 폭주를 막고 다시 청소부 역할을 하도록 직접 제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배양된 미세아교세포에 소마토스타틴을 투여하자, 찌꺼기를 잡아먹는 식세포 작용 기능이 크게 향상되고 염증성 물질 분비는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뇌를 망치는 염증성 인자(IL-12 등) 발현은 강력히 억제하고 뇌를 지키는 항염증성 인자(TGF-β)를 유도하여, 면역세포를 얌전한 '신경보호적 상태(protective state)'로 완전히 전환시켰다.

나아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소마토스타틴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며 과활성화되는 현상이 성공적으로 억제됐고, 뇌 속에 널리 퍼져 있던 아밀로이드 찌꺼기가 대폭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행동학적 분석에서도 소마토스타틴이 늘어난 쥐는 장기 공간 기억 능력이 통계적으로 확연하게 좋아져, 실질적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까지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약물을 활용한 '신약 재창출' 전략을 통해 치료제 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에서 사용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 작용제'는 말단비대증 등 타 질환 치료 목적으로 이미 FDA 승인을 받아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게 활용되고 있다. 과거 알츠하이머병 대상 임상에서는 뇌 전달 효율 등의 한계로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으나, 본 연구를 통해 해당 약물이 '미세아교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작용한다는 정확한 기전이 최초로 규명되면서 기존 약물을 치매 치료제로 확장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엄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신경물질인 소마토스타틴이 면역세포의 상태를 직접 제어해 치매 병리를 완화하고 기억력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한 결과”라고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어 “과거 치매 임상에서는 한계를 보였지만 타 질환 치료 목적으로 이미 승인받아 쓰이고 있는 약물이, 이번에 밝혀진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향후 치매 및 신경염증 치료제로 새롭게 쓰일 수 있는 융합적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연구센터의 정혜지 박사와 석사과정 현가은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주도했으며, 국제학술지 'Brain, Behavior, and Immunity'(JCR 상위 약 4% 이내)에 지난 3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아울러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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