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역 간에 통합하려면, 첫째, 주민의 중론이 모여야 하고, 둘째, 청사 위치를 합의해야 하고, 셋째, 통합 명칭을 정해야 한다. 넷째, 지역 간 균형발전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다섯째,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선거 제도도 바꿔야 한다. 여섯째, 기초단체 자치분권, 특히, 재정 분권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 외에도 지역 주민의 공동체(거버넌스)활성화로 주민자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사회 발전이 가능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광역행정 통합을 말하기 전에 이런 전제조건부터 갖워도 어려운 일을 무턱대고 통합부터 하고 보자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아무리 정략적 특별법이라 해도 국민의 뜻이 아니면 소용없다.
정부 정책 또한 졸렬하기 짝이 없다. 통합하면 돈 주겠다. 안 하면 안 준다는 건가? 그러면 또 아니라고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물어보자. 지금 지방자치·분권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가? 8 대 2다. 7 대 3이다. 열악한 지방비를 개선도 하지 않고, 통합하면 돈 준다고, 그것도 한시적 사탕 발림으로, 행정이 무슨 장난인가 허탈하다.
정권 또한 마찬가지다. 민선 8기까지는 찬·반이 있었다. 그런데 9기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여·야가 경쟁적으로 누가 먼저 하느냐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그들만의 정략적인 리그는 무엇일까?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 백년대계의 지방행정체계 개편방안을 수립해 국민(국회)적 합으로 이뤄야 할 국책사업이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가장 무모한 TOP-DOWN형태로 주민투표는 안중에도 없이 밀어 붙이다가, 극렬한 북부주민 반대와 대구에 불리한 통합의회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반대하는 자중지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부·울·경과 충청지역은 초광역 연합체 구성부터 논의했으나 졸속 통합은 마찬가지로 좌초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0년부터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초광역 경제연합체 구성이 논의 됐으나,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상황에 함몰돼 결국 실패했다. 문제는 그 당시에 합리적 판단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발 더 나아가 무모한 광역행정 통합을 추구하다가 오늘날 이런 난맥상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시행착오로 발전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한 전남광주특별시의 성패를 눈여겨볼 일이지만, 올 7월 1일 출범부터 주청사 문제로 시끄럽다. 시작부터 지역 갈등을 촉발해 결코 앞날이 밝지 않다는 여론이다. 무조건 통합하고 보자는 졸속 통합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전남광주특별시의 성공을 빈다.
상대적으로 실패한 대구·경북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지방자치·분권에 충실해,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들의 복리증진에 매진해야 한다. 향후에 기본적인 초광역 행정통합 조건이 충족하면 주민 뜻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진할 일이다. 3번의 실패도 모자라 또 다시 관 주도로 2028년 통합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만과 독선을 자제하라.
더 이상 관 주도형 TOP-DOWN 방식은 주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현행 지방자치·재정 분권부터 확실하게 시행하라. 시·군·구 읍·면·동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 행정구역은 지금도 넓다. 지역 공동체로 주민자치가 이뤄져야 소득 증대로 인구도 늘어나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강소단체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특히, 경북도청은 북부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이전 신도시를 계획했다. 바로 인근에 하회마을, 병산서원 세계문화유산과 가일, 소산, 오미, 서미의 임진왜란, 병자호란,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 있지만, 관광단지와 주차장조차 없다. 지금 또 다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논할 사정이 아니다. 대마불사보다 아생연후가 먼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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