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신작 영화 ‘호프’가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6년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세웠다. 개봉 직후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올여름 극장가 흥행 돌풍의 중심에 섰다. 이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군체’보다 하루 빠른 기록으로, 올해 최고 흥행 속도를 새롭게 경신했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을 주민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접하면서 시작되는 SF스릴러다. 마을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예상치 못한 괴 생명체와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이번 작품은 나홍진 감독이 2016년 ‘곡성’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특히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런 가운데서 호불호 논란으로 많이 시끄럽다.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왜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지? “이 영화는 롤러코스터입니다. 한바탕 휘몰아치고 나니 내릴 곳에 다 와있고, 아! 와! 헉! 이런 비명 지르다가 내려오잖아요?”등 “저는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였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개연성이나 몰입이 깨지는 억지 개그 등)으로만 욕을 먹기에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리얼하고 3시간이 순식간이더라고요”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완전한 백지 상태로 영화관에 들어가지 않는다. 낯선 존재를 대하는 태도, 불학실성을 견디는 정도, 선악을 구분하는 방식,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들어간다. 따라서 ‘호프’를 둘러싼 극단적 반응의 차이를 영화의 완성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신경생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모든 것은 결정 되어 있다”에서 "매 순간은 이전에 있었던 모든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 대한 극단적 반응이 영화관에서 갑자기 생겨난 수수한 선택만은 아니라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성장 환경. 교육과 문화, 정치적 신념, 불확실성과 확신을 다루어온 오랜 습관이 무엇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하나의 영화를 보는 관점에 정답은 없다”고 한 유명 평론가의 말처럼 우리는 저마다의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느낄 뿐이다.
호포 항에 나타난 외계인 존재는 정체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침입자다. 인간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으며, 익숙한 윤리적 규칙을 따르지도 않는다. 외계 존재 외양과 행동은 불길하고, 인간에게 실제적인 위해까지 가한다. 마을 사람이 그들을 괴물이나 침략자로 규정 하고 무기를 드는 과정은 과격하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다. 관객도 자연스럽게 인간의 공포에 동조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서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존재에게도 나름의 사정과 희망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호프’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분리하지 않는다. 인간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고, 외계 존재 역시 피해자이면서 인간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다. 어느 한쪽의 선의를 확인한다고 해서 상대가 입은 피해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는 생존과 희망을 추구하지만, 한쪽의 희망이 다른 쪽에는 침해와 재앙이 된다.
이 지점에서 단순히 "외계인과 소통하지 못해 전쟁이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방 언어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해도 서로의 욕망이 양립할 수 없다면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과 타자 행동을 용납하는 것은 다르다. 이 영화는 우리의 방어와 폭력이 정당해 보이는 순간에도, 우리가 보지 못한 다른 관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 따라서 세상을 적과 아군으로 빠르게 구분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맞선 존재를 우선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고, 한번 내린 판단을 새로운 정보가 나타난 뒤에도 바꾸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점의 반전은 말 바꾸기로 보일 뿐이다. 누가 선하고 악한지 영화가 분명하게 판결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모호함은 서사의 무책임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영화 속 가상의 마을 호포항과 곳곳에 붙어 있는 반공 포스터, 그리고 외계인을 침략자나 빨갱이처럼 규정하고 맹목적 사냥에 나서는 마을 사람들 모습은 다분히 한국 현대사의 경직된 안보 이데올로기를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에서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가 배외주의와 이민자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외부 집단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언제나 정당한 방어로 받아들이는 보수 성향 관객이라면, 인간의 폭력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 영화의 관점에 반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황정민이 정체모를 외계인을 쫓는 장면에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동굴과 같은 효과를 연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동굴에 숨어 활로 무장하던 인류가 밖으로 나아가 무기를 총으로 바꿔드는 것처럼 연출 한다. 마을에 넘쳐나는 총과 멸공 표시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인류가 얼마나 무기와 가깝게 살고 있으며 과거에 그러했는지에 대한 의도성으로 보여준다. 호프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외형 중 유독 시가지에서 조우하는 외계인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고속도로 추격씬에서 서로 다양한 면을 상징하는 인물 4명(범석, 양배, 성애, 낙연)이 같은 차를 타고 달리는데, 성기(조인성 분)만 따로 말을 타고 달린다. 4명은 자신들이 함께 타고 달리고 있는 차로 말을 버리고 넘어오라고 끊임없이 손짓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조인성이 환호를 받으며, 말에서 내려 차로 넘어 오지만 쓸모가 다한 영웅을 인간들은 바로 버리게 된다(자연과의 조화를 버리고 인간문명 세계로 넘어온 영웅). 마지막에는 차를 버리고 걸으면서 범석에게 성애가 “바로 요새를 만들고 싸울 준비를 하자”고 하지만 범석은 성애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폭력은 그만 멈추라”고 말한다.
아내는 너무 무섭고 재미없다고 하면서도 ‘아바타’보다는 낫다고 한다. 영화 도입부에 외계인에 대한 얘기가 없다가 마지막에 외계인 함선이 보이는 등으로 영화 보는 동안 알 수 없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의 영화를 보는 관점에 정답은 없다”고 한 어느 평론가 말이 새삼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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