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0-20 15:56:06

'출사와 은둔' 까마귀 우는 곳을 떠나야 하나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김경태 기자 / 2412호입력 : 2026년 10월 20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세상을 바꾸겠다며 권력에 물들 것인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것인가.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시샘하나니, 청강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시조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권력에 들어간 사람이 어느새 권력의 포로가 된다. 정의를 외치며 출세한 사람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불의에 침묵한다. 개혁을 약속했던 사람이 부패의 공생자가 된다. 부패한 현실에 뛰어들어 싸우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곳을 떠나 청빈하게 사는 것이 옳은가. 출사와 은둔, 참여와 도피 중 어느 삶이 더 인간다운가. 백로가 까마귀 무리에 들어가 모두를 희게 만들겠다는 것은 이상일 수 있지만, 자신의 흰빛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슬픈 일이다.

노자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며, 오래도록 삶을 보전할 수 있다. (知足不辱,知止不殆,可以長久)"고 탐욕을 경계했다. 장자는 초나라 왕이 사신을 보내 정치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자 복수에서 낚시를 하다가 사신에게 “그대는 죽어서 뼈만 남아 귀하게 받들어지기를 바라겠는가,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겠는가.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寧其死為留骨而貴乎)" 라고 반문을 했다. 장자가 택한 것은 명예가 아니라 자유였다. 높은 자리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것이였다. 도연명도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돌아가자꾸나,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去來兮,田園將蕪胡不歸)" 라고 노래했다. 그의 귀거래는 패배가 아니었다. 부귀를 얻기 위해 자신의 뜻을 꺾느니 가난해도 자유롭게 살겠다는 결단이었다.

백이와 숙제는 자신들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권력에 협력하지 않았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한 뒤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은거했다고 한다. 굴원은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에 참여해 나라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배척당한 뒤에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내 마음이 옳다고 여기는 길이라면 아홉 번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亦余心之所善兮,雖九死其猶未悔)"는 말을 남겼다. 북송의 범중엄은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 백성을 걱정하고, 강호의 먼 곳에 있으면 임금을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걱정하기에 앞서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한 뒤에 즐거워한다.(居廟堂之高則憂其民,處江湖之遠則憂其君. 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고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관직의 유무가 아니었다. 권력의 중심에 있든 밖에 있든 사회에 대한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고려 말기의 길재는 고려가 멸망하자 조선에 출사하지 않고 낙향해 학문과 후학 양성에 집중했다. 고려조에 대한 절의를 지켰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이구하되 인걸은 간대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라는 시에는 길재의 왕조 무상의 감회가 담겨있다. 조선의 생육신 김시습은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하여 승려의 모습을 하고 방랑과 은둔의 삶을 살았다. 경주의 남산에 들어가 금호신화를 창작했다. 김시습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나아가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邦有道危言危行, 邦無道危行言孫)" 라고한 논어의 출처관을 실천했다.

조선의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 이황은 관직에 나아갔다가 여러 차례 사직을 했으며 물러난 후에는 학문과 후진 양성에 힘썼다. 이황은 여러차례 사직 상소를 올렸으며 왕은 사직을 만류했으며 사직한 이황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황의 사직은 도피가 아닌 또 다른 참여이며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였다. 남명 조식은 관직을 사양하면서도 현실정치를 비판했고, 그의 문하에서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나선 인물들이 여럿 배출되었다. 이들은 벼슬하지 않고도 학문과 교육, 비판과 실천을 통해 세상에 영향을 미쳤다. 다산 정약용은 "군자의 학문 절반은 자신읕 수양하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백성을 위하는 것이다.(君子之學 半是修己 半是牧民)"라고 했다.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면서 목민과 개혁을 글로 남겼으며 백성을 돌보고 후학을 가르쳤다.

출사와 은둔을 단순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나아가는 것과 물러나는 것 자체를 정의라 할 수 없다. 부패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다면 나아가고, 참여가 양심의 매도라면 물러서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물러난 뒤에도 책임을 버리지 않는 일이다. 권력의 자리를 떠나 글로 비판하고, 학문으로 후학을 기르며, 부정을 고발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도 있다. 현실참여론자는 부패한 세상일수록 정의로운 사람이 들어가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은둔론자는 자기 자신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말한다. 두 주장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문제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고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물러나는가에 있다.

부패한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거짓말을 하고, 부당한 지시를 따르고, 비리를 눈감아야 한다면 그 자리를 버리는 것이 낫다. 출세를 위해 양심을 죽이느니 청빈을 택함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다. 자신의 청렴만을 내세우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은둔도 비판받아야 한다. 세상의 부조리를 외면하고 자기 안위만을 위해 물러난다면, 그 자리는 부패한 자들이 차지한다. 그래서 맹목적인 참여도, 무조건적인 도피도 아닌 참여의 원칙과 퇴장의 기준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 까마귀를 모두 백로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까마귀가 싸운다고 세상을 떠날 수도 없다. 부패한 현실을 바꾸되 자신이 부패하지 않고, 물러나도 사회적 책임을 버리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아갈수도 숨을 수도 없는 진퇴의 고뇌에 빠져있는 자신에게 이런 경고를 해 보자. 세상을 바꾸겠다며 자신을 더럽히지 말라. 자신을 깨끗이 지키겠다며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지도 말라. 어느 곳에 있어도 부끄럽지 않고 어느 날이 되어도 두렵지 않아야 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사람들
울진 기성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 16일 취약층 50가구를 대상으로 ‘마음담은 반찬 지 
울진 매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 19일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 50가구를 대상으로 ‘1 
성주 가천면이 하반기 직원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김천복지재단이 지난 19일, 봇또랑추어탕으로부터 이웃돕기 성금 100만 원을 전달받았다. 
김천 대곡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및 부녀회가 지난 19일, 김천 청년새마을연대와 함께 부곡 
대학/교육
경산수학체험센터, 수학융합축전 '수(數)크램블' 성료  
DGIST, 퀀텀센싱 전략사업단 출범 ‘260억 규모 초정밀 양자센서 개발 본격화’  
대구보건대병원,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유공 ‘질병관리청장 표창’  
영남이공대, 중간고사 앞둔 학생에게 브리또로 응원  
대구한의대 혁신소상공인 AI활용지원사업단, 한·중 7개 기관 ‘맞손’  
대구공업대, ‘AI로 도전하는 인생 2막’ 운영  
대구대 사범대, ‘희망의 과학싹잔치 20주년 기념특별전’ 개막  
계명대 로봇공학과, ‘2026 해양공학 CAE 경진대회’ 최우수상  
호산대, ‘앵커사업 제2회 지산학연 협의체 간담회’  
DGIST, 친환경 태양광 수소 생산 기술 개발  
칼럼
세상을 바꾸겠다며 권력에 물들 것인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것인가.“까마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로봇 택시를 타고 가던 청소년이 자동차 안에서 작난감 총을  
악당은 공해인가. 빌런은 사회악인가, 아니면 정의를 위해 악의 가면을 쓴 영웅인가 
새마을 금고와 각종협동조합 금리가 어느 곳이 더 높은가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물어 
전쟁이 끝났다고 역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너진 뒤 무엇을 다시 세우느냐가 진 
대학/교육
경산수학체험센터, 수학융합축전 '수(數)크램블' 성료  
DGIST, 퀀텀센싱 전략사업단 출범 ‘260억 규모 초정밀 양자센서 개발 본격화’  
대구보건대병원,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유공 ‘질병관리청장 표창’  
영남이공대, 중간고사 앞둔 학생에게 브리또로 응원  
대구한의대 혁신소상공인 AI활용지원사업단, 한·중 7개 기관 ‘맞손’  
대구공업대, ‘AI로 도전하는 인생 2막’ 운영  
대구대 사범대, ‘희망의 과학싹잔치 20주년 기념특별전’ 개막  
계명대 로봇공학과, ‘2026 해양공학 CAE 경진대회’ 최우수상  
호산대, ‘앵커사업 제2회 지산학연 협의체 간담회’  
DGIST, 친환경 태양광 수소 생산 기술 개발  
제호 : 세명일보 /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안기동 223-59 (마지락길 3) / 대표전화 : 054-901-2000 / 팩스 : 054-901-3535
등록번호 : 경북 아00402 / 등록일 : 2016년 6월 22일 / 발행인·편집인 : 김창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창원 / mail : smnews123@hanmail.net
세명일보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세명일보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