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하다. 육체가 멈추면 의식도 사라지는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 방식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의 한가운데에 근사체험이 있다. 학술적으로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NDE)이라고 하며 인간이 죽음의 문턱에서 겪는 경험을 뜻한다. 심장마비나 심각한 사고로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살아난 사람들이 터널 끝의 밝은 빛, 육체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의 만남, 지나온 삶의 회상 등을 증언한다. 이 경험은 사후세계의 증거일까, 아니면 극한 상황에서 뇌가 만들어 낸 환각일까? 근사체험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발생했다고하는 특별한 의식 경험이다.
2023년 발표된 국제 다기관 연구인 AWARE-II는 심정지 환자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의식과 기억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다. 병원 내 심정지 환자 567명 가운데 53명이 생존했고, 그중 28명이 면담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심정지 당시의 기억이나 지각을 보고했으며, 일부는 초월적인 경험을 회상했다.연구진은 심폐소생술 중 뇌파와 뇌산소화도 함께 관찰했다. 그러나 특정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거나 의식이 뇌와 독립적으로 생존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표본과 면담 대상이 제한적이고, 체험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5년 3월 《네이처 리뷰 뉴롤로지》에 발표된 종합 리뷰는 근사체험을 설명하는 여러 신경과학적 가설을 통합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뇌의 산소 공급 감소, 혈압 저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네트워크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근사체험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여러 생리적, 심리적 과정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개별 체험이 발생한 정확한 시점과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2025년에는 이러한 신경과학적 설명의 방법론과 증거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논평도 발표됐다. 체험이 뇌의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체험자가 느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환각이나 꿈도 당사자에게는 실제 경험이지만 그 경험의 내용이 외부 세계의 객관적 현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근사체험을 둘러싼 논쟁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종교와 철학으로 이어진다. 기독교는 죽음 이후의 생명과 부활에 대한 믿음이 근사체험을 해석하는 틀로 본다. 불교는 윤회와 업, 의식의 지속에 관한 교리와 연결해 이해한다. 종교마다 인간의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이 다르며, 근사체험을 특정 교리의 직접적인 증거로 보는 것도 다르다.
체험자들이 만났다고 묘사하는 존재나 사후세계의 모습 역시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일부 체험의 생생함과 일관성, 심정지 상황에서의 의식 보고를 중요시 한다. 반면 비판적인 연구자들은 기억의 재구성, 사후에 접한 정보, 체험 시점의 불확실성 등을 제기한다. 현재까지 근사체험만으로 사후세계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4년 출간된 심리학·영성 분야의 연구서에 실린 브루스 그레이슨의 논의도 근사체험 이후 영성과 삶의 목적 의식이 강화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물질주의적 관심이 감소하는 경향이 소개됐다.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있는가, 아니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있는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믿든 믿지 않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근사체험은 환각인가, 사후세계의 흔적인가. 현대 과학의 가장 신중한 답은 이렇다. 근사체험은 주관적 경험으로 실재하지만, 그 경험이 사후세계의 객관적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과학은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증거를 통해 설명을 발전시킨다. 종교와 철학은 그 증거만으로 완전히 답하기 어려운 존재의 의미와 궁극적 질문을 다룬다.
두 영역은 서로 다른 질문과 방법을 사용하므로,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모든 문제를 종결하기는 어렵다. 근사체험을 무조건 사후세계의 증거라고 단정하는 것도, 뇌가 만들어 낸 무의미한 환상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성급하다. 그러나 만약 종교적 믿음을 과학 적으로 증명해 낸다면 인간의 삶에는 충격적 변화가 일어난다. 내세는 시공 초월의 세계로 인간의 모든 행위가 들어나고, 이 세상의 이타적 삶의 성과에 따라 내세의 등급이 결정되며, 인간의 속죄와 본성 회복을 위해 환생해야 한다는 종교의 주장을 과학이 실험으로 증명을 해낸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사기범죄 등 골치 아픈 지구의 적폐를 깨끗하게 청산할 수도 있지 않을까.
AI시대가 인간에게 기술적, 사회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70억 인류의 지능을 합한 것 보다 더 우위에 있는 AI가 곧 나오면 근사체험을 넘어 인간의 수명과 내세와 영혼 문제도 밝혀질 날이 오지않을까. 근사체험이 종교적 신앙 차원을 넘어 과학적 연구의 성과로 내세와 영의 존재를 실증해 낸다면 인간은 엄청난 문명의 개벽을 맞이할 것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 죽음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비밀을 향한 과학적 연구는 멈출 수 없다. 이 놀라운 과학적 성과가 실현된다면 노화된6 지금의 지구 대신 새로운 지구별을 발견하는 것 보다 놀라운 일이다. 내세와 영혼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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