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4:17:01

의성 허준 대감과 간신 유자광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0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사람은 자기가 사는 시대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 상황에 갇혀 살기 마련이다.
조선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양반?중인?상민?천민으로 4분(四分) 됐다. 양반들은 양반의 기득권을 독점하기 위해, 양반의 서자들은 양반신분을 주지 않고 중인으로 묶어, 과거도 문과 응시 자격을 주지 않고 기술관시험인 잡과 응시는 허용했다. 서자는 잡과에 응시하여 급제해도, 당상관(정3품 상계)이 될 수 없었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은 조선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시대 서열(중인)으로 양반도 도달이 난감한 정1품(정승급)이 된 두 명이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의성 허준(醫聖 許浚)대감과 간신 유자광이다. 의성 허준은 전(全) 조선시대를 통하여, 가장 환자를 성실하게 보살핀 명의요, 어의로, 의관으로 최고 관직은 정3품하계(당하관)인데, 왕과 왕실의 난치병치료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임란에 선조를 호종하여, 육신의 병 뿐 아니라 상담을 통하여 선조의 마음까지 치료하여 대간(언관)들의 벌떼같은 상소를 물리치고, 의관신분으로 숭록대부(정승반열)가 되었다.
허준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한의학대전인 편찬을 왕(선조)에게 건의하여, 16년의 오랜 기간 동안 불여의 한 여건을 이겨내고, 25권이나 되는 방대한 동의보감을 펴내게 되었다. 전의감 의관들이 참여했지만, 편집을 기획하고 집필을 한 중심인물은 허준대감이었다. 한지에 붓으로 적어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렸고, 낮으론 환자를 치료하고, 야간을 이용해야 하는데 조명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초인적인 인내심을 갖고 집필했음이 틀림없다.  이 책을 만듬으로 환자에게 삶의 기쁨을 찾아준다는 인간애를 가슴에 안고, 동의보감을 집필하고 편찬했다.
재정도 충분한 것도 아닌데, 어려움 속에도 제대로 된 동의보감을 펴낸 것은, 의관 허준 선생의 지극한 인간애의 발로였다. 동의보감은 선조 때 편찬을 시작하여, 광해군 때 완성되어 호학(好學)의 왕이었던 광해군(光海君)의 기쁨도 자극했을 것이다.
허준 대감은 동의보감에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약재를 소개하여 그 전의 중국에서 나는 약재 위주로 처방한 의서보다 몇 배 앞섰다고 하겠다.
요즘 유행되는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자재를 우리가 먹는다는, 신토불이(新土不二)는 진작 허준 대감이 종자를 뿌린 것이다. 허준 선생은 거작 외에도 , 등이 있다.
허준 선생은, 경상도 산음(산청)의 유이태(유의태)의 제자란 전설이 있는데, 아주 잘못된 전설이다. 유이태는 조선조 숙종 때 사람으로 허준 선생보다 약 200년 뒤의 후생이고, 유이태가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을 읽고 의술을 익힌, 허준 선생의 정신적 제자라고 본다. 허준 선생은 선조 때 어의 양예수 대감의 제자라고 봄이 합리적이고 진실일 것이다.
허준이 죽을 병 걸린 환자들을 살려 내어 착한 의술로 정1품 어의대감이 되었다면, 같은 서얼출신인 유자광은 멀쩡한 사람(관리)를 모함하고 작살내어 정1품이 된, 흉악한 간신이다.
유자광은 천성이 음험하여, 재능이 있어 자기보다 임금의 사랑을 더 받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모함했다.
세조의 뒤를 이어, 예종이 즉위하자 남이장군을 무고하여 처형을 받게 하고 1등공신 무령군이 되었다. 남이장군은 태종의 외손자로 16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27세에 병조판서(국방장관)가 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가 유자광의 참소로 끝장이 난 것이다. 정치감각이 뛰어난(?) 유자광은 무오사화?갑자사화 때 신진사류를 음해하여 공신이 되었지만, 연산군 폐출 때는 줄을 잘 서서 중종반정 때는 1등공신이 되었다.
악인의 영달은 고금을 넘어, 국가의 큰 화근이 될 수 밖에 없다. 세상만사는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중종 때 대간들이 간신 유자광을 집중 탄핵하여, 중종의 배려로 사형은 면하고 강원도 평해현(울진)에서 유배 생활 5년만에 적소(유배지)에서 사망했지만, 두 아들이 아비의 장례를 거부하여, 현지인들이 시체를 거두어 평해에는 유자광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악을 경작하여 거운 관직을 사탈 당했다. 유자광의 만고의 간신이다.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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