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1:58:33

‘혼밥’에서 우울한 미래를 본다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5월 23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혼밥’ ‘혼술’ ‘혼행’ ‘혼놀’이 한국 사회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며, 혼자 여행을 다니고, 혼자 영화구경이나 노래방을 가는 그야말로 ‘혼족’ 시대가 온 것이다.
오죽했으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혼족의 영문 표기 ‘honjok'이 보통 명사로 등장할까.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혼족 문화에서 대표적인 게 혼밥이다. 처음에 독거노인 등 식사를 같이 할 사람이 없는 독신자들의 식사 방식이어서 ‘혼밥’이란 말은 그 자체가 쓸쓸함과 우울함을 내포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혼밥은 단순히 개념 정하기가 어렵다. 
‘혼밥’이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4~5년 전이고 그때부터 ‘혼밥’은 기업은 물론 의료계, 학계, 시민사회단체에서 논의 대상이 되었고, 이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끌면서 정책적 논의 대상으로까지 떠올랐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혼밥’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국회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는 포럼이었다.
이날 포럼의 주제 발표자는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였다. 윤 교수는 혼밥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를 소개하고 패러다임 변화 등 학술 연구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귀에 솔깃하게 들려온 얘기는 그날 윤 교수가 점심시간에 경험했던 식당의 혼밥 에피소드였다.   
윤 교수는 포럼에 참석하기에 앞서 동료와 함께 학교 앞 베트남 식당에서 서둘러 점심을 먹었다. 둘이 열심히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데 식당 종업원이 다가와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여기는 혼자 점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용히 식사해주십시오.”
그 순간 윤 교수의 머릿속에는 아마 ‘혼밥족’이라는 이미지가 스치고 지나간 모양이다. 식사를 하고 발표할 주제가 혼밥이었으니 윤 교수에게는 정말 실감나는 현장 경험이었을 법하다.
윤 교수는 서울 관악구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혼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혼밥은 문화다”라고 답한 학생이 무려 80%였다고 한다. 관악구는 위치로 볼 때 서울대 학생들이 몰려 사는 곳이다. 아마 윤 교수는 그날 베트남 식당의 경험을 통해 ‘혼밥은 문화’라는 학생들의 견해에 대한 확신감을 공고히 했을지 모른다.
윤 교수는 사회문제로 해결해야 할 혼밥의 유형을 생애주기별로 3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꿈나무카드에 의존하는 취약계층 아동, 시간과 공간이 없는 비정규직 청년층, 끼니를 챙길 수 없는 노인계층으로 나누고 이들에게 적합한 정책적 지원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혼밥에 대한 전통적 패러다임이 ‘식생활교육’과 ‘식환경’이라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함께 먹는 혼밥’의 개념을 강조했다. 식구가 없어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일지라도 마을이나 아파트 공동체에서 함께 교류하며 식사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실례로 마을부엌과 마을급식을 들었다.
이날 윤지현 교수의 주제발표와 이 분야 전문가들 및 관련 공직자들의 패널 토론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혼밥의 증가 추세에 비해 사회 정책적 대응은 아직 초보 탐색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인구 동태를 보면 혼밥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추세를 말해주는 지표가 1인 가구 증가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0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23.9%였으나 2016년 27.8%로 급속히 늘었다. 530만 가구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50%가 하루 세끼를 ‘혼밥’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15년에 1인 가구가 34.6%로 늘어난다는 통계 예측이다. 혼밥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식품안전과 영양학적으로 부실 관리 가능성이 높고, 둘째 소외감 등 개인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노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혼밥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상상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실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혼족문화가 한국 사회를 장차 어떤 모습으로 바꿔 놓을지 겁이 난다.

▲ 김 수 종 / 뉴스1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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