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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전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문재인정부의 탈 원전정책이 한국의 원전산업을 뿌리 채 흔들면서 원전 관련 산업체는 물론이고 한때는 인기학과였던 원자력공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조차 관련학과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 
더 늦기전에 원자력학계가 원전(原電)을 조기에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려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려운 국내경제나 원전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속 질주로 강행하는 정부의 탈원전 조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정부는 우리에게 맞는 에너지수급계획 재정립을 위해 심도 있고 성숙한 범국민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원자력 기술 분야 산학연 전문가 5000여 명이 활동하는 원자력 학술 단체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지난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수정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방광현 한국해양대 교수,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심형진 서울대 교수등 원자력학회는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게 됐다"며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화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 부문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또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 가치가 아닌 국가 실익이 우선인 만큼 하루빨리 과학적인 재 검토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독선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성급하게 (탈원전 정책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대통령 공약의 시행을 위해 다른 사항은 무시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원자력학회는 지난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심각한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 결정을 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정을 무효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12년 5천9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의 노후 설비를 교체해 운영 종료 시점을 2012년에서 2022년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해 5월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달 폐쇄 결정을 내려 투입된 공사비용 5천900억이 날라가 버린것이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겨울 국내 기업들은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급전(전력 수요 감축) 지시를 10차례 받았고, 원전 가동률 저하로 전기료 인상 압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학회는 신규 원전 투자가 꺾이면 국내 원전 산업은 물론 원전 해외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600여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까 우려된다"며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내 원전 산업이 축소되면 해외 원전 수주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학노 원자력학회장은 한국이 최근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사업에 미국·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4국과 함께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한편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건설수주는 국내의 탈 원전정책만 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주경쟁국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우리보다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탈 원전정책을 시작한지 15년이 넘어 원전전문건설사인 웨스팅하우스사의  기반산업이 붕괴되어 공사비각출이 어렵게 되자 사우디에 우라늄농축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하면서까지 수주전에 뛰어 들었고 프랑스는 해외원전건설경험은 많지만 프랑스국내 전력회사들이 지금구조조정중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되며 러시아는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핵연료재처리기술 제공을 제안하고 있지만  체르노빌 같은 원전사고로 원전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공세에 나서며 수주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해외 원전건설을 완성한 경험이 전무하여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호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원전기술과 운전기술까지 갖추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정책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학계의 우려다. 이시점이 때를 맞추어 원자력학회는 범국민 공론화의 장 마련, 신규 원전 재추진, 사우디 원전 수주 지원, 수요자와 에너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회 내 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현 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에너지 정책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학자가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마가 끝이 난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다는 기상대의 예보가 전력수요를 감당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 냉방 전력수요를 어떻게 감당 해낼지  우려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력거래소의 전력수요 감축지시가 몇 번이나 내려올지 급전지시로 산업체에 끼치는  피해는 얼마나 될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 권 태 환 / 동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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