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2 22:52:59

그리스와 스웨덴 산불, 남의 일인가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3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26명이 해변에서 서로 엉켜 잿더미로 변했다.” “남편이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해 불타버린 자동차와 집을 뒤졌다.” “아버지는 젖먹이를 품에 안고 그냥 바다로 달려갔다.”
“그리스로 여행을 온 아일랜드 신혼부부가 산불을 만나자 차에서 내려 도망치다가 신랑은 불타 죽고 신부는 화상을 입고 혼자가 되었다.”  “한 남자가 가족을 데리고 가까스로 산불에서 탈출한 후 혼자 사는 어머니 집으로 달려갔으나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불타 죽어 있었다.” “마치 아마게돈과 같았다.”
그리스 산불 재앙을 묘사한 세계 언론의 보도다. 현장을 전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2097년 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을 상상해 보았다. 화산재가 폼페이시를 향해 달려올 때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우왕좌왕했을 그 순간을.       
아테네 동쪽으로 30㎞ 떨어진 마라톤 지역의 해변 휴양 소도시 ‘마티’는 지난 24일 오후 발생한 산불로 완전 잿더미가 됐다. 81명이 산불을 피해 도망치다 불타 죽었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200여 명이 화상을 당했다.
그리스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걸린 그리스 국기는 반기(半旗)로 게양됐다. 국민들은 정부를 향해 분노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산불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방화, 송전선의 방전, 자연발화 가능성 등등.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발화 원인보다 산불의 급속 확산에 모아지고 있다. 전에 없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즉 기후변화가 산불을 통제불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유럽은 산불과 전쟁 중이다. 북극권이 걸쳐 있는 스웨덴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30군데서 열흘째 산불이 타들어가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26일 제트폭격기를 출격시켜 산불 중심에 폭탄을 투하했다. 폭발압력이 산소를 제거해서 불이 꺼지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유효할지는 모르나 스웨덴은 이미 산림 3만 헥타르를 상실했다. 지구의 저편에서 일어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 것 같은 환영(幻影)을 느끼게 된다.
서울 기온이 섭씨 38도, 경북 경산은 40.5도를 깼다. 무섭다. 그리스의 불이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바싹바싹 말라가는 이 땅에 불씨가 던져지면 어떤 화마를 부를지 알 수 없다. 이런 폭염이 8월로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올해 폭염은 전 세계적이다. 일본도 40도 이상의 고온으로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텍사스도 5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시달리고 있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도 산불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폭염은 북반구 상공에 걸쳐 있는 제트기류의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최고 기온의 기록이 빈번하게 깨지는 것은 기후변화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을 과학자들은 못 찾고 있다. 기록의 파괴, 올림픽에서는 신나는 일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상서롭지 못하다. 
얼마 전 우리는 이웃 일본에서 한번에 1000㎜가 넘은 폭우가 쏟아져서, 도시가 홍수에 잠기고 2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전에 없던 일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불과 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가 올여름 그리스의 산불과 일본의 홍수에서 보았듯이.
“만물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 불 공기 물 흙.”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한 ‘4원소설’이다. 2500년 전에 나온 옛날 얘기라고 생각했던 4원소설(說)이 요즘 새롭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스를 공포로 몰아넣은 산불을 보면서 불과 물, 그리고 공기와 땅의 변화가 얼마나 외경스러운 것인지 느끼게 된다.  
스웨덴의 한 유명 디자이너의 주장이 잠자는 의식을 일깨운다. “북극권의 스웨덴이 불타고 있다.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앞에 있다. 산불은 모든 사람의 일이다.”

▲ 김 수 종 /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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