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5 03:32:15

‘참 시(詩)의 숨결을 찾아’에 숨은 얘기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필자(나)는 내가 살고 있는 문경시 점촌동에서 발행되고 있는 지역신문 ‘주간문경’에 명시(名詩)감상을 한 달에 한 번씩 싣고 있다. ‘주간문경’신문의 전규언회장의 배려로 지난 11월 7일에 52번째 시, 노산 이은상 시인 선생님의 ‘구름’을 애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참 시(詩)의 숨결을 찾아 를 주간문경에 실린 그대로 보여 드리고, 덜한 얘기를 마저 하고자 한다.

구 름 / 이은상(1903-1982) 예술원 문학분과 종신회원 역임/금관문화훈장(1등급)수훈/한국 대표 시조시인

 

물 속에 구름이 간다./ 물에서도 젖지 않는다.

 

나도 간다 젖지 않고 간다/ 저 구름같이 간다.

 

한 평생/ 풍우 속에서/ 젖지 않고 간다. <1965. 1. 15>

 

<덧 말> 천재시인의 절묘한 처세철학시다.

<김시종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시 ‘구름’은 시인 이은상선생님이 만 62세 때 지은 원숙기에 지어진 시로 천재시인의 작품으로 완벽한 시다. 필자의 시감상 특색은 시작품을 단 한 줄로 핵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구름’에 붙인 해설 ‘천재시인의 절묘한 처세철학시다.’라고 했는데 이표현이 나를 찝찝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시인 이은상선생님은 처세꾼이 아닌 참된 시 창작만을 위해 살아오신 고결한 선비셨다. ‘처세’라는 말이 이은상선생님을 모독하는 말 같아, 장고 끝에 ‘처세’대신 ‘경세(經世)’라는 말을 찾아내고, 젊어서 1천5백 쪽 한글사전을 정독(精讀)한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은상시인 선생님은 생전에 여러 번 뵈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시란 글을 짓는 게 아니라, 새로운 말을 찾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셨는데 세월이 지나갈수록 평범한 시인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시의 최고경지에 이른 대시백(大詩伯)이 하실 수 있는 지언(至言)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시인 이은상선생님은 재주가 비범한 대천재(大天才)시였지만, 참된 시인으로 사는 것을 가장 높은 가치로 치셨고 그렇게 사셨다. 이 말은 노산 이은상시인선생님 생전에 지근(至近)에서 모셨던 서울여자대학교 김해성교수님이 제게 들려 주셨다. 3공화국이 출범할 무렵, 박정희대통령이 이은상선생님을 찾아뵙고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해 국회의장을 맡아 달라고 교섭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순수한 시인으로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박대통령은 무척 아쉬워 하시면서도 이은상선생님의 깨끗한 뜻을 이해하셨다고 한다. 이은상선생님 대신, 한솔 이효상 교수가 국회의장의 총대(?)를 매고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 파트너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인 중 굴러 들어온 국회의장직을 고사(굳이 사양)할 사람은 이은상시인선생님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은상선생님은 국회의장은 사양했지만, 그 많은 애국시조시·애국자·지사를 기리는 편찬사업을 하셔서 짧은 생애를 영원한 조국에 바치신 위대하고 고마운 대문호(大文豪)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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