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5 03:34:13

미세먼지 공동체

김 수 종
뉴스1 고문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27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미세먼지의 계절이 다가왔다. 이젠 사람들이 외출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체크하는 것이 미세먼지 농도다. 홍콩데모의 영향인지 검은 마스크가 유행하기 시작한 거리, 올겨울엔 미세먼지가 얼마나 시민들을 괴롭힐까.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공동으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지난 20일 내놨다. 한·중·일 3국이 다른 두 나라에 각각 초미세먼지(PM2.5이하)를 얼마나 많이 날려 보냈는지를 측정해 분석한 것이다.
당연히 이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 배출원의 영향이다. 분석 결과 중국의 배출원이 한국의 초미세먼지 발생에 끼치는 영향은 32%였고, 일본에 주는 영향은 25%였다. 반면 한국의 배출원이 중국 초미세먼지 발생에 미친 영향은 2%에 불과했고, 일본에 끼친 영향은 다소 높은 8%였다. 일본 배출원이 한국에 미친 영향은 2%, 중국에 준 영향은 1%였다.
한국의 초미세먼지가 중국의 발생원에 의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 국가안보에서부터 먹는 음식에 이어 숨 쉬는 공기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동북아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는 한·중·일 3국 환경장관 논의에 의해 2000년부터 추진됐다. 2002년 국립환경연구원이 황해의 공기와 한국내륙의 공기를 비교분석해서 황 화합물의 경우 10~25%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원래 지난해 발간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에 의해 늦어지다가 올 2월에야 한·중·일 환경장관 합의로 성사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쨌든 한국의 초미세먼지 중에 중국배출원의 몫이 32%라는 사실이 공유된 것은 의미가 깊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국가 간 관계에서 볼 때 한국과 중국은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가와 13억 인구의 소비 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막대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내뿜고 있다.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오염된 대기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오게 되며 좁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있어 한국은 미세먼지를 더 심하게 뒤집어쓰게 된다.
이번 조사결과가 나오자 중국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정부 정책을 대변하는 글로벌타임스(環求時報)는 한국의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내 요인이 51%라고 소개하며 “한국내의 스모그는 사실상 ‘메이드인 코리아’”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학자를 내세워 한국 언론이 그동안 부정확한 보도를 했다고 비난했다. 입증된 근거가 없는 막연한 주장도 제기했다. 즉 1960∼70년대에 한국과 일본은 고속발전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해 중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언론은 대개 자국의 정부 정책을 두둔하게 마련이지만, 중국 언론이 한국 내 요인 51%라는 숫자로 중국 영향 32%를 덮으려는 단순 비교는 지나친 억지다. 한 나라의 초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어느 특정국가의 영향이 32%라면 이를 어떻게 적은 수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중국도 스모그와의 전쟁을 6년째 벌이고 있다. 미세먼지 줄이는 일이 산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중국도 잘 알 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한국의 미세먼지 중 32%가 중국에서 흘러왔다는 걸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두려움을 중국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제 G-2국가로서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주변 국가에 대해 져야 한다. 환경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지만 한·중·일은 ‘미세먼지 공동체’다. 공동 조사 연구를 강화하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여 ‘미세먼지 없는 공기’를 숨 쉴 수 있는 동북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이 결부된 문제다. 외교부든 환경부든 중국과 접촉할 때 이 점이 귀찮을 정도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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