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5 01:00:19

현대차 리더십, 키워드는 스마트

김 화 진 교수
서울대 법학대학원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현대중공업이 조선산업에서 글로벌 1위라는 사실은 이제 좀 무감각해졌다. 세계를 제패했던 대영제국 넬슨 제독의 후예 영국해군도 현대중공업이 지은 유조선을 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산업 글로벌 랭킹 테이블을 보면 자못 통쾌하기까지 하다. 현대차가 미국의 GM, 포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전쟁까지 벌였던 막강한 산업생산국 독일과 일본은 모르겠다. 그런데 코리아의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산업의 원조 거대 미국의 GM, 포드와 나란히 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적이다. 더구나 현대차 초기에 포드가 현대를 업신여기고 제멋대로 기승을 부리던 이야기를 들으면 더 그렇다.
현대차는 그 연원이 194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자동차주식회사가 탄생한 것은 1967년 12월 30일이다. 그해 5월 포드가 한국 진출을 결정하고 9월에 현대 측과 제휴를 확정했었다. 현대차의 홈페이지에도 회사 연혁이 1967년에서 시작되고 있다.
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시작한 사업 중에서 자동차만큼 파란만장한 역정을 거친 것이 없다고 한다. 공장 부지 매입, 기술진 해외 연수, ‘코티나’의 실패,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책 혼선, 울산 지역 대홍수로 인한 공장 침수, 포드의 현대차 접수 책략과 합작 결렬 등 천신만고를 겪었다.
회사 출범 후 거의 10년만인 1976년 1월에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가 탄생했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최초의 금메달을 땄던 해이고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설립되었던 해다. 포니는 대성공이었다.
1986년에 그랜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거의 국민차인 쏘나타가 탄생했다. 1991년에 이미 전기차를 개발했고 1994년에 연 생산 100만대를 돌파한다. 1998년에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1999년에 에쿠스를 내놓았다. 현대차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정몽구 회장 체제가 시작된지 6년 만인 2006년에 글로벌 6위에 진입했다. 2008년에 제네시스가 태어났고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공개했다.
오늘날의 현대모비스인 현대정공을 성공적으로 키웠던 정몽구 회장 체제의 현대차에서는 품질 경영이 특히 강조됐다. 그 결과 현대-기아는 2016년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3위에 올랐다. 2019년에는 약 600만대를 판매해서 GM(630)에 이은 글로벌 5위다. 포드(440)가 그 뒤를 따른다.
아산은 자동차를 ‘달리는 국기’라고 불렀다. 자동차는 산업혁명 이후의 대표적인 공업생산품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독자 생산하는 나라의 모든 생산품은 같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가 사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수단을 넘어 사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여주는 기계장치이기도 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와 생산국 간의 이미지 관계도 긴밀하다. 현대차를 모바일 태극기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정이 든 물건’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무생물인 물건에도 정서적으로 유착되고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심지어 집착하고 숭배까지 한다. 어떤 물건이 대량으로 사회에 유포되면 그 물건은 소유주들을 통해 사회적 기능도 개시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동차가 그 대표적인 물건이다. 움직일 뿐 아니라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와 일체가 되고 운명공동체다. 독일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독일과 심정적 유대를 맺게 되고 현대차를 타는 사람은 한국과 그렇게 된다. 현대차는 해외에서는 한국 정체성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현대차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3세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와 그에 따르는 지배구조의 변화 외에도 포스텍 송호근 석좌교수가 ‘가 보지 않은 길’(2017)에서 진단하듯이 단일 리더를 중심으로 한 추진력과 노사 간 화합이라는 장점이 사회의 다원화와 노조의 강성화로 희석되는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 와중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변신도 가속 중이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이제 ‘퀀텀 점프’가 필요한 시기다. 사업환경이 그냥 변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을 다음 시대에 적응시키면서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서 진취적이고 스마트한 리더십을 기초로 디지털 혁신을 성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산의 혁신적 리더십이 그 DNA를 그대로 내장한 채 새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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