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5 02:10:32

탄핵당한 트럼프 대통령

김 수 종
뉴스1 고문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26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미국은 지금 정치적 내란상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혐의로 탄핵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 대통령 탄핵 의결이 당장 미국 대통령 파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대통령직은 내년 초에 열릴 상원의 재판 결과에 달려있다.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미국 상원이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워싱턴 정가를 지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탄핵권한은 하원에게 부여했지만, 탄핵 재판 권한은 상원에게 부여했다.
쉽게 풀이하면 대통령이 직책을 수행해서는 안 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탄핵재판에 기소하는 검사의 역할은 하원이 하되, 대통령의 유죄·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부의 역할은 상원이 하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 탄핵 재판은 배심원 제도와 궤를 같이 한다. 비유하자면 하원이 검사가 되고 상원이 배심원이 된다. 상원의 탄핵심리는 대법원장이 주재하고 유·무죄를 상원 표결로 결정한다. 상원 의원 3분의 2 찬성, 즉 100명의 상원의원 중 67명이 유죄를 인정하면, 대법원장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파면한다”고 선언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미국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탄핵안을 의결했으나,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석이 53석으로 다수당이다. 트럼프에게 유죄평결을 내리려면 공화당 상원의원 20명이 반란표를 던져야 한다.
미국은 231년 헌정사상 45명의 대통령이 집권했고 그중 3명이 하원의 탄핵을 받았다. 그러나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유죄평결로 대통령직을 그만 둔 사람은 없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에 직면했으나 사임함으로써 정치적 혼란이 수습되었다.      
대통령 탄핵은 개인적으로도 불명예지만 국가에는 정치적 혼돈이란 폐해를 일으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탄핵 이유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와 국제관계에서 자신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대를 향해 ‘가짜뉴스’ 또는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는 등 근래 미국 대통령에게 볼 수 없었던 품위 없는 행태를 보였다.
탄핵재판과 그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트럼프의 행동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재판을 앞두고 미국은 뜨거운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언론은 찬반 여론의 대리자 노릇을 한다.
반 트럼프 신문들은 ‘역사적 질책’이라고 탄핵을 옹호하는 반면, 친 트럼프 신문들은 “상원재판이 민주당의 장례일이 될 것”이라고 탄핵을 비난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탄핵에 대해 아주 대조적인 견해를 보인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공화당은 과거에 보여줬던 규범과 자세를 버리고 트럼프를 추종하고 있다. 사실을 무시하고 탄핵절차를 팽개치는 공화당의 자세는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탄핵의 어리석음’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수준 낮은 새 표준을 정했다. 트럼프는 상원에서 무죄가 나올 것이며, 민주당이 트럼프의 재선을 도와줄 것이다”고 오히려 민주당을 비판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미국의 국론이 어떻게 분열되고 수습되는지, 또 이런 일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인지를 세계인들은 주목하게 될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오랜 동안 성공한 요인은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되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절제가 큰 몫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사태는 한국인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한국인들도 3년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파면되는 정치적 충격과 혼란을 경험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 탄핵 위기를 어떻게 수습해나가는지를 보는 것 자체가 교훈적인 관찰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큰 관심은 교착상태에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트럼프 탄핵이 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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