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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로 보는 世上] 창업수성(創業守成)

배 해 주
수필가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1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시작할 倉.  업 業.  지킬 守.  이룰 成.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것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수(隨)나라 말의 혼란기에 이세민(李世民)은 아버지인 이연(李淵)과 군사를 일으켜 관중(關中)을 장악했다. 이듬해 2세 양제(煬帝)가 암살되자 이세민은 양제의 손자인 3세 공제(恭帝)를 패하고 당(唐)나라를 창업했다. 626년 고조(高祖) 이연에 이어 제위에 오른 2세 태종(太宗) 이세민은 우선 사치를 경계하고, 천하 통일을 완수하고, 외정(外征)을 통해 국토를 넓히고, 제도적으로 민생 안정을 꾀하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 학문·문화 창달에 힘씀으로써 후세 군왕이 치세(治世)의 본보기로 삼는 성세(盛世)를 이룩했다.
이 성세를 일컬어 ‘정관지치(貞觀之治)’라고 한다.
‘정관지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단력이 뛰어난 좌복야(左僕射) 두여회(杜如晦), 우복야(右僕射) 방현령(房玄齡), 강직한 대부(大夫) 위징 등과 같은 많은 현신들이 선정에 힘쓰는 태종을 잘 보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태종은 이들 현신이 모인 자리에서 이럴 질문을 했다. “창업과 수성은 어느 쪽이 어렵소?” 방현령이 대답했다. “창업은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일어난 군웅 가운데 최후 승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창업이 어려운 줄로 아나이다” 그러나 위징은 대답은 달랐다. “예로부터 임금의 자리는 간난(艱難) 속에서 어렵게 얻어, 안일 속에서 쉽게 잃는 법이 옵니다. 그런 만큼 수성이 더 어려운 것으로 사료 됩니다”
그러자 태종이 말했다. “방공은 짐과 더불어 천하를 얻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소. 그래서 창업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오. 그리고 위공은 짐과 함께 국태민안을 위해 항상 부귀에서 싹트는 교사와 방심에서 오는 화란(禍亂)을 두려워하고 있소 그래서 수성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오. 그러나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끝났소. 그래서 짐은 앞으로 제공(諸公)과 함께 수성에 힘쓸까 하오”
우리는 여러 대통령이 창업과 수성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경제성장을 목표로 국정을 편 사람, 민주주의를 최우선 과제로 한 사람, 보수의 대통령, 진보의 대통령, 어느 쪽, 누구던, 대통령의 시작은 창대하였다. 국민들은 그때마다 기대치가 상승했다.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달라지겠지”라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고 나면 시작의 절반, 아니 그 절반도 되지 못한 채 끝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수성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만다. 한 걸음 더해 감옥으로 가는 사람을 여럿이 보아 왔다.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전자의 전철을 밟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한다. 그러면 왜 수성에 실패했을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재를 잘못 기용한 경우도 있고, 사심이 발동한 경우도 있다. 그 중에도 내 편만을 생각하는 치정에서 많은 오류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수성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옛날 임금 중에는 탕평책으로 선정을 베푼 이도 있고, 인의 장막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위치 때문에 야간에 몰래 민정을 살피는 어진 임금도 있었다. 당파싸움으로 국력이 소진될 때는 힘의 균형을 맞추며 정사를 이끌어간 임금도 없지 않았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수성의 실패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쪽으로 가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 그 길을 가고 있으니, 그 자리에 앉으면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는가?
그 자리가 참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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