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09 22:00:19

국민에게 환영받는 풍력발전

심 지 연 선임상무관
주한덴마크대사관

세명일보 기자 / 1021호입력 : 2020년 10월 2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덴마크를 여행할 때 여기저기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목가적인 풍광만큼 많이 보이는 경치가 있다. 바로 너른 들판 곳곳에서 돌아가고 있는 풍력발전기다. 덴마크 기념품가게에서도 풍력발전기가 화폭의 일부분을 이룬 엽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풍력발전기는 마치 덴마크 풍경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 정도 크기의 덴마크에서 현재 6,000여 개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라고 하니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다.
자료 조사 중, 2007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덴마크 인구의 50% 이상이 풍력발전기 5km 반경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없었던 것일까? 힌트는 협동조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육상풍력단지의 약 65%가 협동조합을 포함한 주민 소유이다. 미들구른덴 역시 코펜하겐 지역주민 8,000명 이상이 협동조합을 이루어 참여한 사업이다.
물론 덴마크에도 주민 반대로 인해 사업이 어려운 지역들도 있다. 하지만 시민 협동조합의 참여도가 보여주듯, 풍력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주민 수용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국민 80% 이상이 풍력발전개발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가장 큰 숙제는 ‘민원’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지역주민의 반대 사유는 주로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 및 보상을 포함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 매체들의 확인되지 않은 편향적 정보가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 부족, 그리고 정교한 시행계획 및 절차의 부재가 이를 거들고 있는 형편이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나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볼 수 있으리라. 그 노력의 일환으로 덴마크의 사례를 살펴보자.
덴마크는 ‘원스톱샵(one-stop shop)’ 시스템을 갖추어 덴마크에너지청 지휘 하에 해상풍력단지 입지를 조사하고 계획한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기본적인 타당성 조사 역시 정부가 진행한다. 정부 송전망운영자(TSO)인 에너르기넷(Energinet)이 주관하는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상풍력단지 개발 및 공사, 운영에 따라 미치는 어족자원조사를 보통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누어 조사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한다. 환경적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야만 정부에서 공개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이후 개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업자 주도적인 구조다. 해상풍력단지개발 초기 인허가 절차를 다소 거칠게 살펴보면, 일단 기업이 직접 단지에 적합한 입지를 물색한다. 해당 영역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 기상측정기를 세워 1년간 풍황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다. 이 단계까지 투입되는 개발 비용만 수 십억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발전사업허가 이후 사업자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이를 근거로 해당 부처가 적합성을 검토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때까지 투자된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환경영향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프로젝트를 철회한다면 그 매몰 비용이 상당하다. 설령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와도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기업에서 주도한 연구 결과인지라,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고 이로써 주민 수용성 갈등이 생긴다. 주민들이 더 안심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절차와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해양생태계와 어족자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어민들에게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환경 모니터링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덴마크 정부는 1999년부터 2006년 약 7년에 걸쳐 혼스 리브(Horns Rev)와 니스테드(Nysted)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사전·사후 환경모니터링 연구를 실시했다.
전기요금에 포함된 공공발전기금 (PSO) 약 1,100만 유로 (약 156억 원)를 투입하여 정부·시민사회·해양전문가·발전운영사로 특별 운영위원회를 구성한 이 프로젝트는 해상풍력발전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세계 최초의 장기 연구였다.
해당 연구를 통해 어류, 해양 포유류, 조류 및 저서 동·식물 등 다양한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저서 동·식물의 개체수와 종이 늘어났으며, 다양한 어종이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에 모여드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풍력발전단지 바깥 지역에 비해 단지 내에서 더 많은 수의 어종이 생겨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 포유류의 경우 공사 중 하부구조물 항타 작업 소음으로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제대로 관리된다면 해양 생태계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결론지었다.
국내 풍력발전 사업에 박차를 가할 정부의 그린뉴딜이 무척 반갑다. 정부안을 두루 살펴보면 시기적절하며 미래지향적 정책방향 또한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책의 총론이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으려면 내실 있는 구체적인 실행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재생에너지 각 요소별 전문성이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를 아우르는 장을 마련하여 역량있는 이들을 조직하는 바로 그 ‘역량’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체계가 필요한 바로 지금이 변화의 기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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