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된 지도 1년이 되어 간다. 당시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예상되던 경기침체의 극복과 경제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는 디지털 및 그린 뉴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에너지 분야는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지능형 스마트그리드 구축, 전기차 확대 등의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는 그린뉴딜 쪽과 연관성이 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화라는 커다란 변화의 흐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술은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 왔고, 또 바꾸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의 확산은 가치사슬 상의 정보력 및 주도권 이동과 그에 따른 행동 변화를 불러 왔고, 각종 산업 지형의 개편을 유발시키고 있다. 디지털화를 너무 좁은 범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흔히 말하는 효율적인 IT는 디지털화를 구축하는 기본 바탕일 뿐이다. 디지털화는 결국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수반되며, 이는 협력사나 고객 등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에 Industry 4.0을 핵심 산업정책으로 계획한 독일은 산업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ICT 기술을 결합하여 생산시설을 네트워크화 및 지능화함으로써 제조 시스템 전체를 스마트하게 바꾸어 왔는데, 그 선두에는 독일 기업 지멘스가 있다. 지멘스는 전기 및 전자 기기 제조업을 시초로 지금까지 자동화 및 제어, 전력 및 운송, 의료 등 다양한 사업부문으로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설비에 부착된 센서들의 연결과 통합을 기반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마인드스피어(Mind Sphere)’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는 등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보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 역시 디지털 전환을 비전으로 선포한 이후, 제조 회사에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IT 기업인 IBM, Amazon 등을 중요한 경쟁자로 삼았고, Cisco, Intel, AT&T 등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왔다. 기존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을 수립한 후 개발한 ‘프레딕스(Predix)’를 2013년에 발표하였는데, 이는 다양한 앱(App)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산업 인터넷의 실현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솔루션 개발의 자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설장비 등 중장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CAT도 자사 장비들에 센서를 내장함으로써 절도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장비배치 계획수립 지원, 핵심 부품 관찰을 통한 최적화 등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전통 제조업에 속하던 기업들도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ICT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하여,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뒤셀도르프 사무소 시니어 파트너인 위르겐 메페르트(Jurgen Meffert)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시니어 파트너인 아난드 스와미나탄(Anand Swaminathan)에 따르면, 산업별 디지털 성숙도는 차별적이지만 결국 다양한 속도와 규모로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현재 활발히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통신, 은행 및 도소매 유통 등의 분야보다 전기와 수도, 오일과 가스 등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결국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의 산업구조와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파괴되고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되는 데에 시간차가 있을 뿐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을 전환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항이 클수록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힘도 커지는 법이다. 따라서 로딩(loading) 중인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를 외면하는 조직에게 보장될 미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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