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8-19 12:06:50

유곡의 개 서낭당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세명일보 기자 / 1221호입력 : 2021년 08월 26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남쪽 삼천포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혜산진에 이른다는 3번 국도를 따라, 점촌 버스터미널에서 6㎞북쪽으로 달리면 사백여 호나 되는 큰 마을이 있으니, 바로 유곡(幽谷)이란 동네다.
유곡은 옛날부터 영남의 주요 역(驛)으로 찰방이 배치되어 인근의 여러 역을 관할했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조용한 느낌을 주는 유곡이라는 마을 이름과는 달리 항상 번화한 마을이었다.
대개 서낭당은 호젓한 오솔길 옆이나 외진 곳에 있기 마련인데, 유곡 서낭당만은 국도변에 있는 게 특징이다. 유곡 서낭당이 말목고개에서 현재의 장소로 옮겨진 것은 1908년이라고 한다. 서낭당 큰 느티나무는 손가락 굵기의 가는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 지금은 둘레가 두 아름 반이나 되는 거목(巨木)이 되었다.
1970년에 서낭당에 불이 나서 반소(半燒)되어 외관이 초라했는데, 그나마1986년 7월 25일에 완전히 철거하고, 서낭당 신위(城隍堂 神位)라고 새긴 비석을 당집 대신 세워 놓았다.
사람도 조반석죽으로 겨우 연명하던 시절이라 개는 하루 두 끼 얻어먹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이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요사이도 개의 점심은 없을 때가 많다. 사람을 잘 따르는 개는 주인을 따라 바깥나들이를 곧잘 했다. 주인이 자기 집 개가 따라오는 것을 꾸짖거나 때리면, 일시 집으로 돌아가는 척하지만 개는 얼마간 거리를 두고 주인을 배행할 줄 알았다. 주인을 따라 잔칫집에 가서, 요기를 한 경험이 있는 개는 주인이 갓만 써도 주인의 뒤를 따를 준비를 했다.
옛날 유곡에 어떤 늙은이가 살았다. 노인은 집에서 개를 한 마리 길렀다. 여느 집의 개처럼 이 개도 주인을 잘 따랐고 주인의 웃고 성내는 것을 가릴 만큼 영리했다.
유곡의 인근 부락인 불정(佛井) 마을 어떤 집에 회갑 잔치가 있었다. 노인은 이른 아침부터 잔칫집을 찾았다. 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배행했음은 물론이다. 잔칫집에 가는 것은 경사를 축하해 주는 뜻도 있었지만,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노인은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쉬지 않고 먹고 마셨다.
해가 지자 날씨는 추워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노인은 너무 취하여 엎어졌다가 가까스로 일어나고, 일어났다가는 엎어지곤 하다가 말목고개에 이르러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추운 겨울바람이 술로 상기된 얼굴을 때려도 노인은 코만 드르렁 드르렁 골았다. 얼어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영리한 개는 주인이 바깥에서 자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았다. 개는 주인의 옷을 물고, 필사적으로 흔들어댔지만 주인은 죽은 듯이 움직일 줄 몰랐다. 혀로 얼굴을 핥고, 꼬리로 코를 간질여도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개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이르니, 마침 마당에 큰 아들이 서 있었다. 개는 막무가내로 주인 아들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밖으로 끌고 갔다. 드디어 노인이 쓰러진 곳까지 주인 아들을 끌어 오는데 성공했다. 한참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던 주인 아들은 개의 영리한 행동에 탄복하고, 언 땅에 쓰러져 체온이 식어가는 아버지를 부리나케 업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노인을 아랫목에 눕혔을 때, 아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아랫목에 한참 누워 있던 노인은 비로소 눈을 뜨고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고 물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노인이 동사(凍死)를 면한 것도, 개의 기지(機智)로 말미암은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뒤 개는 주인 식구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지냈음은 쉬이 짐작이 갈 것이다.
나이가 많아 개가 죽자, 주인집에선 마치 가족 중한 사람이 죽은 것처럼 슬퍼했고, 개 무덤까지 만들었다.
무덤뿐 아니라 유곡(幽谷)의 의구(義狗)는 부락의 수호신인 서낭신으로 승화되어 기림을 받게 되었다. 의구(義狗)를 서낭신으로 한 서낭당은 유곡에서 얼마 안 되는 말목고개에 세워졌다.
지금도 유곡에서는 음력 정월 보름에 의구를 서낭신으로 한 서낭당에 온 마음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치성을 드리며, 음력 정월부터 사월까지 의구를 기리는 마음으로 보신탕을 먹지 않는 것이 마을의 불문율(不文律)로 되어 있다.
유곡 동민들은 의구를 생각하며 진작부터 일정한 기간 동안이나마 보신탕을 먹지 않는 문화인의 효시가 되었다고나 할까. 유곡에 의구 서낭당을 옮겨 세우고 나서부터는 마을에 도둑이 일체 들지 않아 개서낭의 영험에 주민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의구 서낭당에 제사와 치성을 극진하게 드리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사람들
영덕 남정면이 지난 16일 장사해수욕장에서 ‘2025 남정면민 화합 노래자랑’을 개최했다 
㈜이텍솔루션이 19일 영양군청을 방문,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100만 원을 기탁 
성주군이 지난 18일 읍 청진동해장국감자탕에서 ‘임산부 배려 할인업체 현판식’을 개최했다 
성주 수륜면이 지난 18일 계정1리 닭목경노당에서 별고을 찾아가는 이동 빨래방을 운영했다 
고령 재향군인회가 지난 18일 을지연습 근무자를 격려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 을지연습으로 
대학/교육
DGIST, QLED 디스플레이 수명·효율 높이는 소재 개발  
국립경국대·안동시, ‘안동형 일자리사업 진단평가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대구한의대·칠곡, '반려식물 치유농업' 전문인력 양성  
문경교육지원청 2025년 지역교육행정협의회 개최  
2025학년도 특수교육 지원인력 역량 강화 연수  
계명대, '2026년 가정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지정  
경산교육청, 특수교육대상학생 가족지원 캠프 운영  
예천, 2025학년도 2학기 원어민 영어교실 수강생 모집  
국립경국대, ‘제1회 경북 식물 엑소좀 심포지엄’성료  
영남이공대-베트남 반랑사이공전문대, 글로벌 인재 양성 협약  
칼럼
거경궁리(居敬窮理)는 마음을 경건하게 하여 이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성리학에서  
올해 10월 말, 경주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박완서 작가의 기행 산문집이다. 이 글 속에는 인생의 여 
물길을 막으면 저항력이 생기고 부패하며 임계점에 도달하면 둑이 터진다. 인간의 길 
이생망(此生亡)이란 말은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 말이다.계급 사회를 비관 
대학/교육
DGIST, QLED 디스플레이 수명·효율 높이는 소재 개발  
국립경국대·안동시, ‘안동형 일자리사업 진단평가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대구한의대·칠곡, '반려식물 치유농업' 전문인력 양성  
문경교육지원청 2025년 지역교육행정협의회 개최  
2025학년도 특수교육 지원인력 역량 강화 연수  
계명대, '2026년 가정전문간호사 교육기관' 지정  
경산교육청, 특수교육대상학생 가족지원 캠프 운영  
예천, 2025학년도 2학기 원어민 영어교실 수강생 모집  
국립경국대, ‘제1회 경북 식물 엑소좀 심포지엄’성료  
영남이공대-베트남 반랑사이공전문대, 글로벌 인재 양성 협약  
제호 : 세명일보 /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안기동 223-59 (마지락길 3) / 대표전화 : 054-901-2000 / 팩스 : 054-901-3535
등록번호 : 경북 아00402 / 등록일 : 2016년 6월 22일 / 발행인·편집인 : 김창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창원 / mail : smnews123@hanmail.net
세명일보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세명일보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수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