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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 일까?

장선아 경북과학대 외래교수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295호입력 : 2021년 12월 20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장선아 교수

지난 2014년경부터 쓰이기 시작한 낱말들이 있다. 바로 ‘노키즈존’에 이어 ‘노중년존’, ‘노시너어존’, ‘노틴에이저존’, ‘노교수존’과 같은 특정 연령, 집단의 출입금지를 요하는 일명 ‘노(No)존(Zone)’이다. ‘Zone’은 구역이고, ‘No’는 안된다는 의미니까 ‘노(No)존(Zone)’이란 ‘안되는 구역’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No Kides Zone’이라면 ‘어린아이는 출입이 안 되는 구역’이라는 뜻인 것이다.

최근 SNS에서는 40대 이상의 커플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한 캠핑장에 의해 예약 거부로 마음이 상했다는 글을 올린 한 시민이 있어 화제였다. 그는 “캠핑장을 알아보는데 한곳에서 40대 이상 커플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 분들이 오는 분위기가 안 맞는다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업체 측은 커플일지라도 가족 외 중년층은 자신의 가게 컨셉과 맞지 않기에 예약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또 40대 이상 고객 외에도 여성 5인 이상 팀, 남녀혼성팀, 남성팀 등 정해진 이용객 외에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이미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이번엔 노중년존이냐”, “중년만 콕 집어서 말한다. 굉장히 기분 나쁘다”, “일반화하지 말라”, “한국은 정말 투명한 차별주의 국가다”라는 불만을 드러내었다. 이에 반해 “40대 이상 커플들이 얼마나 진상이 많으면”, “싫으면 다른 곳에 가면 된다” 등 옹호하는 반응도 상당수 있었다. 어쨌든 업체 측은 ‘노중년존’ 공지를 두고 논란이 이는데 대해서는 조용하고 쾌적한 캠핑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부득이 영업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약제한을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얼마 전에는 ‘노교수존(No Professor Zone)’이란 공지글이 올라온 곳도 있었다. 이 공지문에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들의 편안한 이용을 위해 ⃝ ⃝ 대학교 정규직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입장하신다면 절대 스스로, 큰소리로 신분을 밝히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의 안내가 있었다. 해당 업체에서는 ‘노교수존’ 공고문을 두고 오랜 고민을 했지만, 쉬기 위해 들린 다른 손님들이 진상 교수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손님들(교수와 함께 입장하는 대학원생)을 보면서 담당교수와 동석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주변의 술집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몇몇 진상 손님이 모두 ⃝ ⃝ 대학교 교수였기에 부득이 포스트를 했다고 했지만, 이에 대학교수 대부분을 폄훼하는 듯한 인상을 우려하는 대학단체 측 입장에서 공지문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조치되었다고 하였다.

‘노존’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내 가게에 오는 손님을 잘 모시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손님을 대할 때의 도리를 일컫는 ‘대객지도(對客之道)’에 충실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하는 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고 평등해야 옳지 않은가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님은 왕이 아니라 주인이 손님을 선택한다는 대객지도의 반대행위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측면에서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고는 하나, 업소마다 고객이 좋아하는 일을 한답시고 지나치게 고객의 행동을 간섭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양한 취향의 고객들 요구를 수용하기에 무리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고객의 연령층이나 요구사항도 점차 세분화되어, 이에 따른 차별화, 전문화가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즐길 문화의 공급은 부족했지만 수요는 넘쳐났다. 그래서인지 극장가의 개봉작이 걸리는 날에는 줄줄이 사탕처럼 가슴 졸이며 긴 줄에서 기다리기도 했고, 욕쟁이 할머니 식당들도 문전성시를 이루며 호황을 누렸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고객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욕쟁이 할머니에게는 오히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인사까지 하며 가게 문을 나서곤 했다. 전체적 교육수준은 지금보다 낮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예와 도리를 배우며 자랐다. 세대 간에 불화도 드물었고 이웃 간에는 허물없는 ‘정’을 나누기도 했다.

‘노존’을 내걸며 고객만족경영을 위해 업소마다 나름대로의 컨셉을 정하고 운영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모든 업체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일부의 ‘무례한 고객’, ‘분위기를 흩트리는 고객’, ‘내 아이만 소중히 여기는 고객’ 등에 의해 마땅히 편안한 서비스 제공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불만을 달래고, 자기 영업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존’이 나쁜 것만도, 좋은 것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세대 간 또는 동 세대 사람들 간의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도 하며, 함께 살아가면서 누리는 기회와 자유를 얻기 위함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님과 그들을 맞이하는 업체 간의 대객지도, 손님은 왕일까에 대한 의견일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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