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4-27 05:10:51

문경새재아리랑 ‘홍두깨’ 이야기

이만유 아리랑도시문경시민위원회 위원장
오재영 기자 / 1343호입력 : 2022년 03월 0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문경새재아리랑비-이만유-

-이만유=

“문경새재에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가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길로 놀아나네
문경새재를 넘어갈 제/ 굽이야 굽이굽이가 눈물이 나네”

문경새재아리랑의 대표 사설(辭說)이다.
1896년 우리 아리랑을 처음으로 악보에 담아 해외에 알린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 박사가 서울과 경기 인근에서 채록한 ‘아르랑’(일명 ‘헐버트 아리랑')에도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가네”라고 하는 ‘홍두깨 방망이’란 사설이 들어있다. 당시 경성에서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유행한 '아리랑 타령' 사설이다.

박달나무는 문경시의 시 목(市木)이며 오래전부터 문경새재 주변에 군락을 지어 자생하는 재질이 곧고 단단한 나무로 시민의 강인한 정신과 굳건한 기상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가진 나무다.

홍두깨는 옷감을 감아서 다듬이질하거나 칼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도구로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지만 1930년대까지 우리 조상들의 가정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지름 8cm, 길이 80cm 정도로 둥글게 깎아 표면을 곱게 다듬은 박달나무 막대다. 예전부터 이 문경산 박달나무로 만든 홍두깨는 조선 팔도에 널리 팔려나가는 인기 품목이었다.

우리 전래 속담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의미와 같은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뜻밖에 좋은 일을 만난다는 '홍두깨에 꽃이 핀다, 예기치 못한 말이나 행동을 불쑥하거나 뜻밖에 좋은 일을 만남을 이르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등 홍두깨와 관련되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 홍두깨가 남성의 남근(男根)을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사용되며 북한에선 현재도 남성의 그 곳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럼 위에 기술한 문경새재아리랑 사설에 나오는 홍두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한다. 詩나 노랫말은 다의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학계에서 이 문경새재아리랑 속 홍두깨는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시 도끼, 망치, 끌 등 각종 연장 자루로 물박달나무가 일시에 다 베어져 나간 것에 대한 문경사람들의 집단적 상실감이 담겼다는 역사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경에서 전래되는 민담(folktale), 즉 민초들의 일반적 삶과 생활 속에서 전해지는 이바구에서 '홍두깨'는 나이 40살 먹도록 장가 못 간 노총각의 애환이 담겨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 사설 "문경새재에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가네”는 권력이나 돈이 있거나 살만한 집의 총각들은 적령기에 때맞추어 다 짝을 지어 장가간다는 의미이거나, 비록 나무토막이지만 "너는 예쁜 처자들 곁으로 갈 수 있으니 좋겠구나"라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사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길로 놀아나네”는 그 장가 간 총각들은 좋은 팔자를 타고 나 아름다운 신부와 밤낮으로 신혼의 즐거움 속에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아이고! 내 팔자야! 나는 이게 뭐람”하며 부러워하며 한탄하는 절규의 노랫말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 시골에서 40살 먹도록 장가 못 간 노총각한테 마을 할머니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야 이놈아! 새벽에 성황당에나 가봐라!”라고 했다는데 성황당은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사람들은 거기에서 길흉화복을 빌었다. 예전에는 소박맞은 여자가 돌아갈 곳이 없게 될 경우 새벽에 이불보를 들고 고갯마루 성황당을 찾아가 그 옆에 서성거리면 길가는 과객 중에 여인을 처음으로 본 남자는 이유 여하 신분 불문하고 데리고 가 함께 살아야 했다. 그게 하나의 관행이고 풍속이었다. 여자의 입장에서도 소박맞아 내쫓긴 마당에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기에 어떤 남자를 만날지는 복불복이었다.

보쌈은 사람을 강제로 보(褓)에 싸서 잡아 와 결혼하는 풍속인데 일종의 약탈혼(掠奪婚)으로 유교를 숭상하고 국가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 시대는 공식적으로 이혼과 개가(改嫁)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칠거지악 등으로 소박맞거나 정식 결혼을 하지 못한 가난한 하층민이나 재가가 허용되지 않은 과부들의 삶을 위해서 나라에서 슬쩍 눈 감아 준 것이 보쌈이란 풍습이다. 또 과부가 죽어 원귀가 되면 가뭄이 자주 들게 된다든가, 노총각이 많으면 민심이 흉흉해진다고 하여 왕이 민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어느 정도 묵인한 것이기도 하다.

보쌈은 떳떳한 혼인이 아니므로 일종의 신분 세탁용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남편을 둘 이상 섬겨야 할 흉한 팔자를 타고난 딸을 위하여 양반집에서 액땜용 보쌈으로 변질되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보쌈은 여자만 당하는 것이 아니고, 수절과부가 노총각이나 홀아비를 같은 방식으로 납치해 같이 살기도 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보쌈의 대상은 과부나 이혼장인 휴서(休書)을 받은 소박녀로 국한하였다.

휴서 또는 수세라고 하는 할급휴서(割給休書)는 나비 모양의 옷섶 조각이다. 이것이 당시 사회에서 이혼증서로 비공인 효력을 가지며 이를 지닌 여인은 새 남자를 만나 개가할 수 있는데, 소박맞아 떠나는 부인에게 그래도 그동안 몸을 섞으며 함께 살아온 남편이 이별하면서 다른 남자 만나 알콩달콩 잘 살기를 바라며 여인의 새 삶을 위해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이 상해 막말을 하며 헤어지는 부부일 경우 이 휴서를 주네마네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다.

다시 말해 성황당에서 소박녀가 처음으로 만난 남자에게 인연이 끝났다는 의미를 지닌 이연장(離緣狀)인 ‘휴서’를 보여주면, 남자는 여자가 가진 이불보로 보쌈하여 집으로 데려갔다. 그냥 데려가는 것이 아니고 보쌈을 하는 것은 그 당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암묵적 하나의 의식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는 것이며 수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여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이로써 "문경새재아리랑 ‘홍두깨’ 이야기”는 문경새재의 물박달나무와 노총각이 얽혀있는 또 하나의 전설이 되고, 노랫말의 기원이 되는 다의적 스토리텔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경새재아리랑 사설의 다의적 의미는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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