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3 08:10:21

‘깡통전세’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449호입력 : 2022년 08월 22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얼마 전 수도권의 집중 폭우로 반 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딱한 사연이 매스컴을 타면서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으로 반 지하 건축허가를 불허하겠다는 방침과 반 지하를 벗어나는 세입자에게는 월 20만 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정책도 이어 나왔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의견과 함께 새삼 서울의 집값에 대해 재조명하는 분위기다.
 
그런 움직임 속에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값이 몇 십 억 원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현상은 아니라하더라도, 어쨌든 우리사회의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귀결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는 수준에서부터, 이런 가격은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가치관을 허무는 도덕적 해이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다소 격앙된 수준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 눈높이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의견이 수렴되는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이 급격히 하락함으로써 여러 가지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깡통전세’ 문제다. 하기야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한창 집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집을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전세 가격이 높다하더라도 그 보증금은 전세기간이 끝난 후 당연히 받아 나오니까 조금 높은 가격이라도 전세를 들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처럼 집값하락폭이 갑자기 클 때는 집값이 오히려 전세가격보다도 낮아져서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그 집은 ‘속을 다 먹고 비어 있는 깡통’과 같은 의미로 ‘깡통전세’라는 말이 만들어져 자연스레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재 확산에 따른 경제상황의 악화, 금리인상 등 최근의 세계경제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떨어지는 이런 ‘깡통전세’는 이제 지역적 구분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의 뉴스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빌라·오피스텔 중심으로 깡통전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계속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고, 또 소위 ‘나홀로’ 아파트와 소형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도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현상을 일시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의 어느 곳에서는 아파트 동 전체에 대해 세를 놓았는데 현재는 이게 모두 ‘깡통전세’가 되어 세입자의 경제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세입자들은 대부분 고령에다 가족들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는 가정환경이 아니라서 만약 ‘깡통전세’가 현실화되면,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그야말로 ‘길거리 나 앉을 지도 모르는 처지’라고 하였다. 한창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관심거리였을 때, 한 사람이 수 십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뉴스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깡통전세’로 선량한 세입자를 울리는데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더 크게 일고 있는 듯하다.

이런 ‘깡통전세’라는 낱말은 일반적으로 그 주택의 담보대출금액과 전세금이나 임차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70%가 넘으면 쓸 수 있다고 한다.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였으나, 어떤 이유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주택 구매자는 집값이 하락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와 또 집을 사기위해 은행대출을 받았다면 그 이자까지 부담하게 되는데, 급기야 집주인이 그런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여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면 전세금을 되돌려줄 수가 없게 되는 ‘깡통전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집을 은행대출을 끼고 사지 않았다하더라도 가격이 폭락하면 ‘깡통전세’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집을 팔더라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계약한 집이 깡통전세일 경우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여 자신의 계획대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집이 경매처리 되면 전세금보다 낮은 가격에 집이 낙찰되어 전세금을 손해보고 받거나 아예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손해방지를 위하여 전세금을 안정적으로 돌려받기 원하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사용할 ‘주택의 가치’보다 그 집의 ‘대출 여부’가 전세금을 결정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한다. ‘깡통전세’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개인적 조치로 보인다.

문제는 이와 같은 풍조가 단순히 개인차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깡통전세’를 가진 집구매자들의 파산이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져 경제전반적으로 사회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 빠르고 실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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