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텔러를 아십니까?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러는 많이 들었고 익히 잘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컬처텔러는 생소한 용어다. 경북 문경에는 하늘재, 문경새재, 토끼비리 등 옛길이 많이 있다. 그래서 통상적 내용보다는 옛길에 대해 특화된 해설이 요구되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옛길 컬처텔러는 스토리텔러이지만 범위를 옛길로 한정해 전문화 한 관광 분야 전문인력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10여 년 전 정부에서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추진한 '영남 옛길 컬처텔러 양성 교육'을 문경문화원과 옛길박물관이 주관하여 추진할 때 수강생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교육 대상을 경북 북부지역 5개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 20명을 선발했기 때문에, 나름 기본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라 교육 효과는 배가 될 수 있었다. 필자는 교육 전후로 해서 10여 년간 문화관광해설사란 이름으로 스토리텔러, 컬처텔러로 활동하였다.
컬처텔러는 해설사(이야기꾼)로서의 기량을 갖추고 활동해야 하므로 지역의 문화 역사 등에 대한 소양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찾아온 관광객에게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자면 동일한 소재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다르고 독특하게 전개하는 등 고도의 테크닉으로 오감을 작동할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해설이 될 수 있도록 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럼 옛길 컬처텔러가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교육 당시 수강생으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아 수료식 전 '컬처텔러의 눈으로 본 컬처텔러'라는 주제로 세미나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해,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의미로 단편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하지 못한 것이지만 기술해 보고자 한다.
길은 주인이 없다. 걷는 이가 주인이다. 산천(계곡, 폭포, 단풍 등)의 아름다움은 거기 있다. 그러나 거기를 찾는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컬처텔러는 많은 사람이 길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여야 하겠다.
옛길 컬처텔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는 컬처텔러란? 우리말로 '이야기꾼', 라틴어로 '호모나랜스(Homo narrans)', 영어로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다. 특히 옛길 컬처텔러는 길과 관련된 모든 길문화를 총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입담이 좋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이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라는 이론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정보에 대한 사실적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감동적인 스토리를 입히는 사람을 말한다.
이화경 작가가 쓴 장편 역사소설 '꾼'은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김흑의 이야기이며 별별 인생을 살다 간 이야기꾼들의 삶을 그렸다. 고갯길이나 주막의 봉놋방,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극적인 순간에서 멈추고 짐짓 이야기를 다른 것으로 돌리면 모인 사람들이 안달하며 엽전을 던져 준다, 그러면 하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나 현실감 있고 극적으로 이야기했는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흥분한 청중이 이야기꾼을 나쁜 사람으로 오인하고 낫을 들고 죽이려 달려드는 일까지 발생하였다고 한다. 우리 컬처털러는 김흑처럼은 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작가는 “삶 밖의 삶, 현실 바깥의 세계, 사랑 넘어 사랑, 죽음 이후의 죽음, 꿈 너머 꿈 등 인생살이 울고 웃는 이야기들을 드라마틱하게 들려주어 고난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희망을 주고 삶을 윤택하게 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이야기꾼이다”라고 하였다. 가장 이상적인 컬처텔러의 상이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감염력이 강하고 인간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유능한 컬처텔러는 길 위의 문화, 역사, 전설, 설화, 민요, 자연물 등 기존에 존재했던 사실들을 획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계층의 수준에 맞게 재 가공한 후 재미있고 설득력 있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므로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필자는 누군가 내게 문화관광해설사나 컬처텔러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받거나 강의할 때 해설사나 텔러는 학식이 높은 대학 교수에서부터 우리 생활 속에 재미와 활력을 주는 거리에서 각설이타령 하는 엿장수, 광대까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컬처텔러는 다기능 다능력을 가진 만능 탤런트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옛길 컬처텔러인가?하는 물음을 나에게는 물론 동료 수강생에게 던져 본다. 기껏 3개월 과정으로 유명한 길 몇 군데 걸어본 것, 유명 강사에게 몇 번 강의 들은 것, 옛길 관련 과제 2편 쓴 것이 전부인데 교육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인가? 문화관광해설사 활동 연장선상에서 지식습득, 현장 체험 수준으로 끝난 것은 아닌가?
사실 필자가 이런 질문을 한 진의는 교육 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컬처텔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다. 아직은 나도 여러분도 전문 컬처텔러가 아니다. 수료하는 오늘이 다시 출발하는 날,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서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자면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땅과 길을 이해하고 이야기꾼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1달에 2번 이상 새로운 길을 걷고, 하룻길에 최소한 열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숨은 이야기 3가지를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최소한 3년의 수련 기간을 가진 이후에 컬처텔러라고 말하자. 니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고 했다. 현대는 직선으로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이지만, 곡선의 느림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게 할 것이다. 옛길은 느림의 공간으로 과거에서 미래를 배우는 지혜의 공간이며 꿈과 희망의 공간이고 현대인들의 지친 영육을 달래주는 힐링의 공간이다. 이러함으로 우리 옛길 컬처텔러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실로 막중하고 크다. 컬처텔러 눈으로 본 컬처텔러는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멋지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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