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4-27 05:11:56

‘단칸방’과 ‘우유’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484호입력 : 2022년 10월 17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몇 년 전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62학번 일동”이라고 밝힌 한 단체가 “우리말을 이대로 두어도 괜찮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주요 일간지에 한글사랑 광고를 내어 당시 많은 사람의 신선한 화제가 되었는데, 모두 그의 뜻에 지지와 찬사를 보냈다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글날만 되면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특별한 주장들이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 그런 주장은 대개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한글에 대한 긍지와 자랑스러움을 가지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이다.
 
한글학자는 아니지만, 평소 글을 가까이하는 편이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앞서 언급한 단체의 주장을 곰곰이 되새긴 적이 있다. 그들의 한글사랑 광고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말을 토씨처럼 가볍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그 예로 당시 “레드썬에서 마인드 디자인하세요.”라든지, “쉐이빙을 멈추고 프로 글라이딩하라”는 구체적 표현을 들었다.

또 아무리 줄여 쓰고 싶다고 해도 삼가야 하는 것과 자신의 느낌을 확신 없는 어미로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도 강조하였다. 요일을 “욜”로, 내일을 “낼”로 한다든지,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하면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존댓말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나 앞뒤의 내용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을 연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였다. 합이 3천 원이라는 뜻을 “3천 원이시고요”라든지 “충남의 날씨는 쾌청인데 전북의 평균기온은 15도다.”를 그 사례로 들었다. 또 ‘행복하다’는 것은 형용사이기 때문에 명령형으로 할 수 없음에도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행복하세요.”라고 쓰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는데, 이 낱말은 지금도 당연한 듯 비판 없이 많이 쓰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우리말을 외국어와 무분별하게 섞어 쓰는 것을 경계했다. 엄청난 아이디어를 성공시키거나 특별한 기지를 발휘한 듯 보이지만, 결국은 우리말의 고유성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날씨를 “날see”로, 잠을 잘 자라는 표현을 “Have a good 잠”, 나트륨을 줄여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의 표현을 “나트륨 줄이Go, 건강 올리Go"로, 산불 조심을 “산에 火내지 맙시다.”로, "벤처 창Up, 청년 취Up” 표현 등을 그 예로 지적하였다. 물론 이런 표현은 시각적 주목을 끌기 위해서거나 포스트의 구도상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마치 이런 것이 한글의 새로운 응용인양 주저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원룸과 단칸방은 어떤가? 방이 하나인 주거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원룸이나 단칸방은 같은 개념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원룸은 영어이고 단칸방은 우리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단칸방’이라고 표현함은 왠지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고 ‘원룸’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언어 사용 분위기가 문제다.
 
이런 사례가 특별한 상황이나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어떤 음식의 광고를 위해서나 출판물의 촬영하기 위하여 요리를 하는 사람을 우리말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겠지만 굳이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한다든지,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을 사진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프리랜서포토저널리스트”로 굳이 강조하여 표현하고자 한다든지, 보험 관련 ‘인생 설계사’를 “라이프디자이너”로 나타내어야 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 낱말들이 갖는 직업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직업을 우리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음이 문제고, 그런 쓰임이 마치 고급스런 언어를 발견한 양 비판 없이 도입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달빛소나타’ 보다 ‘월광소나타’가 더 감미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밀크’가 곧 ‘우유’인데, ‘밀크’라고 하면 ‘우유’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가지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한다면 그것이 곧 한글 업신여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원룸’보다 ‘단칸방’이, ‘밀크’보다는 ‘우유’가 우리말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위 단체가 스스로의 뜻으로 펼치는 우리말 사랑은 말로만 하는 잔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우리말 사랑을 “나부터 실천하자”는 호소는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돋보인다. 본받을 일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사람들
영천시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은 지난 21일 단원 및 내빈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4월 정 
영천시는 지난 23일, 남부동 통장협의회에서 영남지역 산불 피해 성금 480만원을 기탁했 
지난 22일 정나눔봉사단체가 청송 파천면 지경리경로당에서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양군청 공무직으로 구성된 공공연대노동조합영양지부와 영양환경미화원노동조합<사진>이 산불  
4050 수도권 산악회가 지난 23일 영양군청을 방문해 산불피해 성금 550만 원을 기부 
대학/교육
대구 교육청, ‘미래직업교육센터’ 개관  
청도Wee센터, 동산초 '집단상담 프로그램'  
영남이공대,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와 '일학습병행' 맞손  
대구보건대, 중장년층 대상 ‘직업이음과 함께하는 나만의 경력 설계’ 성료  
계명문화대, KOICA·우즈벡 고용빈곤퇴치부와 MOU  
영진전문대 반려동물과, 전국 반려견 대회 우수 성과  
서구, 건강마을만들기 건강리더 양성교육  
대구공업대 호텔외식조리계열, ‘현대그린푸드 취업설명회’  
호산대–주택관리공단,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지원 ‘맞손’  
계명문화대, 식품제조업소 역량강화 지원사업 2년 연속 선정  
칼럼
2006년부터 광역권, 초광역권 연합이라는 메가시티 정책이 나왔다. 처음엔 부·울 
지방자치 30년에 과연 지역주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의문스럽고, 지역 균형발전이 나 
엔트로피(Entropy)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리장성(萬里長城)은 2000년 전 진시황부터 북방의 흉노족이나 몽골족 유목민의  
벗(friend)이란 비슷한 나이에 친하게 사귀는 사람이다. 우도(友道)는 벗을  
대학/교육
대구 교육청, ‘미래직업교육센터’ 개관  
청도Wee센터, 동산초 '집단상담 프로그램'  
영남이공대,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와 '일학습병행' 맞손  
대구보건대, 중장년층 대상 ‘직업이음과 함께하는 나만의 경력 설계’ 성료  
계명문화대, KOICA·우즈벡 고용빈곤퇴치부와 MOU  
영진전문대 반려동물과, 전국 반려견 대회 우수 성과  
서구, 건강마을만들기 건강리더 양성교육  
대구공업대 호텔외식조리계열, ‘현대그린푸드 취업설명회’  
호산대–주택관리공단,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지원 ‘맞손’  
계명문화대, 식품제조업소 역량강화 지원사업 2년 연속 선정  
제호 : 세명일보 /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안기동 223-59 (마지락길 3) / 대표전화 : 054-901-2000 / 팩스 : 054-901-3535
등록번호 : 경북 아00402 / 등록일 : 2016년 6월 22일 / 발행인·편집인 : 김창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창원 / mail : smnews123@hanmail.net
세명일보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세명일보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수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