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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509호입력 : 2022년 11월 2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지난 달에는 우연히 주말마다 각기 다른 지인들과 몇 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당일치기였지만 가을이라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설레게 하였고, 무엇보다 동행한 사람들과는 우정이 더해져 그야말로 귀중한 추억이었다. 아무리 평범한 여행이라도 언제,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계기도 되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계절마다 여행이 주는 느낌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봄 여행은 왠지 나들이 분위기인데, 꽃이 피는 계절이라 김밥과 잘 어울리는 소풍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 여행은 휴가철이 먼저 떠오르고, 왁자지껄한 바닷가 파라솔이 눈에 그려진다. 겨울은 설경 속에 스키를 타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져 그저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그런데 유독 ‘가을여행’이라 하면 적어도 필자에게는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사색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얼마 전 여행도 분위기는 들떠 있었지만, 마음만은 숙연해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봄, 여름, 겨울은 마치 관광이라는 낱말이, 가을은 여행이라는 낱말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올바른 개념 정의로서가 아니라 필자의 생각이 그렇다는 뜻이다. “일 또는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표준어대사전’에 여행이라는 낱말을 풀이하고 있고, 관광은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로 일컫고 있다고 적고 있지만, 굳이 이 가을에 한 나의 여행을 꼭 사전적인 의미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유명작가는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여행을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면서, 마르코폴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을 목표로 여행을 떠났지만, 그가 다닌 세계에는 다양한 인종, 문화, 제도가 있음을 깨닫고, 돌아와서는 무역으로 돈 번 이야기가 아니라 '동방견문록'이라는 유명한 책을 남겼다. 그러니까 그는 여행은 목적을 가지고 떠나되 비록 원래 의도한 목적대로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또 다른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가 원래 의도한 대로 중국과의 무역으로 돈만 많이 벌었다면 역사적으로 이런 유명한 책이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여행의 이유'에서는, “여행을 통해 뭔가 소중한 것을 얻어 돌아와야 한다는 관념은 세상의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20세기 전까지는 여행은 언제나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고역’이라고까지 일컬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고역이라고까지 했을까? 여행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데 왜 이를 고된 노동에 비유했을까?

그것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머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믿음 때문이라 한다. 객지를 떠돌며 살아가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행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죽음 중에서도 ‘객사(客死)’는 매우 불행한 것으로, 또 점괘를 봐서 ‘역마살’이라면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뜻하므로 지극한 불행으로 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도 여러 곳을 다니므로 불행한 삶으로 봤다는 것인데, 지금의 개념으로는 지극히 부자연스런 해석이 되어버렸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왜일까? 필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힌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행복을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내세우고 있는 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씨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 그는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바로 행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행복은 의도한 대로가 아니라 뜻밖의 길에서 찾아오며, 우리가 그것을 찾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발견되기도 한다고도 하였다. 그의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라는 글귀는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어쩌면 고된 여행보다 거실 소파에 가만히 누워 과자를 먹으면서 티비를 보는 게 신체적으로 가장 안전할지 모를 일이지만 이 안전은 지루한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을 몸소 느끼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행복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 시도가 바로 여행이다. 인생의 마지막 날조차 여행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여행은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아무리 당일치기라 해도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돌아오기까지 그리 만만한 시간이 아니므로, 그 시간 운전해준 분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묻어나기에 충분하다. 또, 그 여정에서 서로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이 피로를 가시게 하고, 어차피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 또 조금 피로한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가을 여행은 여느 때와는 달리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가을이라는 계절 탓도 있고, 참으로 정겨운 동행인들 때문이기도 하리라. 이제부터는 꼭 가을이라는 계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바빠서 하지 못한 여행을 의미 있게 실천해야지 하는 낭만적인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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