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4-27 05:24:39

토끼해(癸卯年)와 과이불개(過而不改)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536호입력 : 2023년 01월 0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올해는 토끼해다. 그것도 검은 토끼. ‘검다’는 것은 보통 부정적 의미로 쓰이곤 하지만, 간지사주(干支四柱)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슬기로운 꾀로 해결하고, 개성 있는 창작물이 이루어진다는 상서로운 의미’로 해석한다. 그래서 희망찬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토끼’를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동물로 간주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지혜롭다는 점을 떠올린다. ‘별주부전’에서, 자라의 감언에 속아 용궁으로 들어갔다가 용왕의 병에 자기의 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는, 간을 육지에 꺼내놓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하여 곤경을 헤쳐 나오는 장면은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우화다.

‘토끼와 호랑이’ 이야기에서도 그렇다. 배고픈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으려 하자, 토끼는 떡을 배부르게 먹게 해주겠다고 불에 돌멩이를 굽는다든지, 새를 먹게 해주겠다고 대나무 숲에 불을 질러 새 떼 소리를 낸다든지, 강의 물고기를 먹게 해주겠다고 호랑이 꼬리를 강물에 넣게 하여 꽁꽁 얼어 꼼짝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대목이 토끼의 지혜를 톺아보게 한다.

옛 문헌에서는 토끼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 추석 보름달에 토끼가 방아를 찧는 장면은 풍요 그 자체인데, 방아는 추수를 끝내고 먹을 것을 얻는 마지막 절차임으로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해질 수밖에 없다. 다산의 상징으로 많이 응용되는 까닭은 1년에 여섯 번까지 임신할 수 있다고 하니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토끼 하면 또 민첩함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비속어에 ‘토끼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도망치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 ‘토끼다’는 ‘토끼같이 재빨리 도망가다’로 해석한다고 사전에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란 토끼 눈’을 하다나 ‘놀란 토끼’ 같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행동이 가볍거나 지레 겁을 먹은 표현으로 응용되기도 하지만, 순박하고 착한 심성을 달리 표현하는 것으로 널리 대변되고 있다.

토끼에 대한 문헌 기록도 다양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토끼가 만물의 무성함을 상징한다”고 하였고, 중국 춘추시대의 한비자는 “토끼 같은 덕이 필요하다”고 하여 토끼는 덕이 많다고 여겼으며, 프랑스 로베스피에르는 “토끼는 모든 선(善)의 상징”이라고까지 하는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상의 하나로 토끼를 내세웠다. 타인을 존중하고 자애로우며 정감이 가는 동물로 생각했다는 징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도 토끼해에 태어난 많은 인물이 지혜롭고 덕이 많으며 정감이 있다고들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이 토끼에 대해서는 지혜로움, 풍요와 다산의 상징, 민첩함과 같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그러나 부정적인 일화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다. 토끼가 거북이에게 느림보라고 놀리자, 거북이는 기분이 상해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시합이 시작되자 토끼는 당연히 크게 앞서가 한참 뒤에 느릿느릿 기어 오는 거북이 모습을 보고는 낮잠을 자게 되었는데, 거북이는 쉬지 않고 달려 결국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여 시합에서 이겼다는 내용이다. 토끼가 거북이에게 진 것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게으름의 결과이니, 쉼 없는 노력이 자만을 앞선다는 교훈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풍자되고 있다.

한편 ‘교수신문’이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를 꼽았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는데,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을 개탄한다는 의미다. 이를 요즘의 잣대로 ‘토끼와 거북이’에 응용해보면 아주 불합리해 보인다. 

토끼가 앞서가다 낮잠을 잘 것이라고 사전에 확신하지 않는 한, 토끼에게 질 것을 뻔히 알면서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제안할 리 없다. 또 토끼가 한참 앞서 있다고 잠깐 쉬어갈지언정, 낮잠까지 쿨쿨 잘리는 더더욱 만무하기 때문이다.

우화이니 과학적으로 그 구성의 잘잘못을 들춰내려 하는 것이 옳지 않을 것이지만, 현대적 개념의 토끼는 적어도 자기 능력만을 믿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잘못은 당연히 고치려 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검은 토끼해인 올해 계묘년(癸卯年)의 토끼는 단연코 ‘과이불개(過而不改)’에 빠져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달리기 시합 도중 낮잠 자는 어리석은 일은 요즘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이미 마땅히 고쳐졌을 것이리라.

한문 글자를 보더라도, 토끼를 나타내는 ‘묘(卯)’자는 새싹이 땅을 박차고 나오는 모양을 띠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토끼가 뛰는 모양새도 남다르다. 아장아장도 아니고, 타박타박도 아니며, 엉금엉금도 아닌 ‘깡충깡충’이다. 이는 “힘있게 솟구치는” 모습이다. 

그래서 계묘년(癸卯年) 올해는 토끼가 가진 영리함과 부지런함과 민첩함으로, 우리 모두 깡충깡충 뛰어보자. 혹여 ‘토끼와 거북이’ 같은 우화에 빠지더라도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아니라 과이개(過而改)로 극복하자.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토끼같이 재바르고 지혜롭게 대응하여, 힘차게 솟구치는 희망의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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