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20:05:15

펫밀리와 플라세보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583호입력 : 2023년 03월 13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3월 23일은 무슨 날일까?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세계의 모든 강아지들을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미국의 한 학자의 제안으로 2006년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보조를 맞추어 ‘반려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여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려동물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강아지의 날’이란 게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낯선 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1,500만이나 되고, 또 필자를 포함하여, 누구보다도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부득이 그들을 방치하는 결과가 되지나 않을까 하여 선뜻 입양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짐작되어 ‘강아지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펫밀리’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펫(Pet)과 패밀리(Family)의 합성어로 펫밀리(Pet+mily)부르고 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개체를 넘어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확고히 굳어져 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같다. 

펫테크(Pet+Technology)라는 말도 이미 오래전에 등장하여 쓰이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증가와 그 증가에 따른 IT의 발전으로 생겨난 여러 가지 기술을 의미한다. CCTV(펫캠) 설치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기본적인 보살핌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까지 알 필요가 있어 반려동물 관련 IT 제품과 이를 응용한 기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펫테크를 통해 반려동물이 밥을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수시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결국 반려동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돌보는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에, l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여러 기술의 결합이 시대적으로 등장하게 된 셈이다.

한편 이렇게 반려동물에게 집중하고, 그들을 돌보기 위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쏟는 정성과 노력에 비해 반려동물이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이 오히려 자신에게 확실히 더 많은 행복을 되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문득, 이런 종류의 기쁨이 일종의 ‘플라세보(Placebo)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세보는 심리학 용어로는 ‘기쁘게 해주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재 이 용어는 실제로 효과가 없는 약이지만 이 약을 먹으면 효과가 나타나겠지 하는 심리적 기대감과 안정감이 실제로 그 약의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 예언적 암시 효과이고 자기 충족적 효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의심 없이 믿음을 갖느냐에 따라 비례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불안증을 치료하기 위해 유명 내과 의사에게 진료 받고 처방받아 특효약을 먹어서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처방전을 보니 소화제와 비타민이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때 환자 증세를 낫게 한 것은 ‘믿음’이었지 복용한 ‘약’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던 경우가 꼭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오픈라벨(Open label) 플라세보’가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고 소개한 기사를 며칠 전 우연히 접했다. 가짜 약으로 플라세보 효과를 내려면 환자가 그 약의 실체를 모르고 복용해야 하는데, 그 실험에서는 환자에게 가짜 약이라고 알려줘도 약효가 나온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환자 스스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가짜임을 인지해도 약효가 어느 정도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이 임상연구를 하면서 환자들에게 가짜 약임을 모르게 하고 복용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오픈라벨 플라세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로도 다양한 종류의 유사 사례가 학술지에 보고되면서부터 이 내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약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 마음이지, 그 약 고유의 성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펫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플라세보’가 의미하는 것을 깊숙이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관심과 객관적인 부(富)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주관적 마음이며, 타인의 감정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믿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는 플라세보임을 알고 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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