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3 13:50:16

“AI는 번역가를 대체할까?”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612호입력 : 2023년 04월 2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요즘 부쩍 뜨겁다. 단순히 사람이 만든 첨단기술 수준을 넘어, 타당한 결론을 내리거나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한 예측을 하는 ‘인간의 지능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려 또한 만만찮다. 업계 어떤 인사들은 AI를 핵무기와 비교하고 있을 정도인데, 그들은 AI가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고, 문명을 파괴 할 가능성이 있다든지 하면서, AI가 가져오는 첨단생활의 이면에 대해 그런 우려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에 파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많은 분야에서 급속도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알파고가 사람 바둑기사를 이기는 장면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가볍게 생각한 것에서부터, 이제는 사람과의 상담을 사람이 아닌 AI가 하도록 시스템화 되고 있고, 유명 식당에서의 서비스도 AI가 담당하도록 설계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AI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유명 일간지에서의 “AI가 번역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사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이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대체 할 수 있다는 쪽과 불가능하다는 쪽이 그것이었다.
 
가능하다는 쪽은,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고, AI가 번역한 결과물에 대해 인간이 피드백 명령을 하면 개선된 수정본을 내놓을 정도로 정교해졌다고 하면서, 이런 추세대로라면 현재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번역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어떤 전문가는 번역의 영역은 이미 AI에 의해 타격을 받고 있는데, 사람들은 AI가 번역한 것과 인간의 번역물 사이에 차이를 알지 못하거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무슨 가치를 지닐 만큼 크지 않으며, 오히려 AI 번역의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독자들은 속도가 빠른 그쪽을 택할 것이므로 AI가 번역가를 대체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AI가 번역의 역할은 할 수 있을지라도, 사람번역가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의 전문가도 많았다. 그들은 다른 분야라면 모르되, 문학번역만큼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AI는 작품 특유의 문체나 저자 나름의 호흡 전달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싣고 있다. 또 번역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잘 전달한다는 의미보다는 책에 대한 감성적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AI 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기 때문에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번역이란 글자의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되지 않고, ‘문맥’이 중요한데 AI는 그런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길을 안내할 때와 같은 간단한 정보전달의 경우는 사람이 번역하거나 AI가 번역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겠으나, 감성이 들어가야 하는 대목에서의 번역은 AI보다 사람이 해야 올바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며칠 전 출판된 ‘진화하는 언어(모텐 H 크리스티안센 외, 웨일북출판사)’라는 책에서는, 인간의 언어는 즉흥적이기에 AI는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번역 관련 전문가 주장을 나름대로 종합해보면, 좋은 번역이란 주어진 문장을 누가 번역하더라도 똑같은 문구로 나오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진 정서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나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상황에 따라 다소의 융통성이 표현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단어의 해석에만 매달리는 딱딱한 번역보다 장인정신을 가진 문맥의 해석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AI를 만든 것이 사람이므로, 번역이라는 영역도 사람이 중심이 되고 AI는 쓸모 있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견해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래서 AI가 번역가의 경쟁상대라기 보다는 올바른 정서적 표현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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