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14:14:41

돈오점수(頓悟漸修)와 돈오돈수(頓悟頓修)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810호입력 : 2024년 03월 0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깨달음’에 다다르는 주제와 관련하여 불교에서는 두 가지 방법론을 주로 다룬다. 돈오점수(頓悟漸修)와 돈오돈수(頓悟頓修)다. ‘돈오점수’는 깨달음이라는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 단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이 말에 곧잘 비교되는 ‘돈오돈수’란, 깨달음은 점진적 수행보다 어느 순간 단박에 얻어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있어서, 점수(漸修)는 점진적 수행이 전제되어야 하고, 돈수(頓修)는 문득 한꺼번에 깨달음이 얻어지므로 굳이 수행이라는 긴 여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즉, ‘점수’는 ‘점진적 수행’이고, ‘돈수’는 오랜 수행 기간을 거치지 않는 ‘한순간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전자(前者)는 수행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점진적인 수행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後者)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어떤 사전 단계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한꺼번에 깨달음이 이루어지며, 한 번 깨달음에 도달하면 그다음의 깨달음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다음 깨달음이 필요하다면 이전의 깨달음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어느 순간 ‘도가 터졌다’고 할 때, 그 순간이 ‘돈수’의 깨달음인 셈이다.

‘돈오점수’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비유를 주로 사용한다. 하나는 봄이 와도 겨우내 쌓인 눈이 한 번에 녹지는 않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녹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가 감각기관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온전한 사람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성숙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먹고 자고 움직이며 배우는 수많은 습득 수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결과는 과정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니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도, 또 깨달은 후에라도 정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돈오돈수’는 다른 논리를 편다. 깨달음과 수련이라는 것은, 기간이야 어떻든 점차적,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마당에 돋아난 당장에 찍어내야 할 종자 나쁜 나무’는 한꺼번에 제거함으로써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지, 천천히 말라 죽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수행 방법론으로서 다른 것일 뿐이지만 전개될 전제조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꼭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돈수’ 보다 ‘점수’가 더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도를 얻는 것보다는 매일의 상황에서 점진적 노력으로 얻은 결론이 훨씬 값어치가 있을 것이라는 평범한 생각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면, 재산이 갑자기 늘어나서 세속적 부러움을 살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궁극적 삶의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며, 그 가치를 온전히 인식하기에는 너무 비약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에서 ‘점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글에서는 “삶에 ‘돈수’는 없다”거나, “‘돈수’를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단박에 이루어지는 것은 쉽게 허물어지는 일상적 경향 때문에 그렇게 주장하리라 생각된다. ‘돈수‘로 성공을 이루어 낸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되고, 눈에 많이 띌 것은 분명하지만, 이때의 ’성공‘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정의에는 ’돈수‘가 들어가 있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우리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과연 어떤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느냐의 문제도 어렵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대개 인정받는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단박’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얼핏 ‘돈수’로 성공을 이루어 낸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점수’ 하나하나 조각 맞추기를 통해 이뤄낸 경우가 많다. ‘돈수’로 얻은 큰 성공 뒤에는 수십수만 차례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작은 성공 한 조각 한 조각을 모아서 어느 순간 큰 성공을 완성한 것이다. 말하자면 성공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아주 미미한 조합인 것이다.

삶을 성공으로 만든 많은 사람은, 그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의 끊임없었던 노력 덕분인 것이다. 그래서 ‘돈오점수’나 ‘돈오돈수’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돈수’라기 보다는 ‘점수’에 의한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깨달음의 지속성도 ‘점수’를 향한 정신자세에 많이 달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돈오점수(頓悟漸修)’나 ‘돈오돈수(頓悟頓修)’에 관해 명확한 논리의 설정이나 이해보다, 우선 우리 삶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생활에 대한 되새김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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