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1:59:30

‘알고리즘 매매’

김찬곤의 세상보기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1915호입력 : 2024년 08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며칠 전 주가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가 실망하고 있을 때, 다음과 같이 주장한 전문가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25%로 올리자, 이틀 만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절반 이상(JP모건 추정) 청산됐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에요. 컴퓨터가 한 거지요.” 또 다른 전문가는 “7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높게 발표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컴퓨터는 이렇게까지 분석하지 못하죠. 숫자만으로 ‘경기 침체’가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신흥시장 자금을 대거 회수한 거죠.”

이는 모두 사람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내려야 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기계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요즘의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있는 말이다. 그 배경에는 모두 ‘알고리즘’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존재하여, 사람이 판단하여 결정하는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하는 주범으로 여러 군데서 많은 전문가가 ‘알고리즘’을 통한 매매를 그 이유로 들고 있는 마당에 이런 주장은 크게 이목을 끈다.
 
‘알고리즘 매매’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매매의 의사결정을 사람이 수시로 판단할 수 없게 한다. 미리 입력된 규칙이나 명령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작동하여 의사결정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저절로 주식이 매매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어진 조건에만 맞으면,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고 저절로 주문이 이루어져서 매매가 완성되는 시스템이다.
 
결국 이것은 어떤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의사결정과정이 필요 없는 것이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요건에만 맞으면 저절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짜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을 처리하는 중에, 사람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미리 만들어진 시스템이 어떤 조건을 체크하도록 하고, 그 조건만 충족되면 시간적 지체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 시점의 조건만 맞으면 앞뒤 살피지 않고 아무리 많은 물량이라도 동시에 매매할 수 있으므로 어떤 거래 불합리가 닥쳤을 때는 현실적으로 그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장점이 주는 긍정적 영향보다는 단점이 주는 폐해가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증시의 70% 정도가 ‘알고리즘 매매’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미리 조건을 걸어 놓고, 만약 A라는 주식이 개장 후 두 시간 동안 5%가 오르면 자동 매수가 이뤄지고, 그 두 시간 동안 5%가 하락하면 자동 매도가 이뤄지도록 해놓는 식이다. 그 속도는 1초 이하의 고빈도 매매도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손쉽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환경이다 보니, 거래 대금도 덩달아 커지게 되어 세계가 하루 동안 거래되는 금액이 최소 3조 7,000억 달러, 우리 돈 약 5,000조 원이 넘는 금액이 알고리즘 매매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리성을 앞세운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주요 변수가 된다는 지적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알고리즘 매매’로 인해 시가총액이 큰 주식의 등락 폭이 평균 이상으로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보통은 시가총액이 큰 주식은 주가 등락이 크지 않은 게 정상적이지만, 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하루에 8%씩 하락하기도 한 것은 알고리즘 외에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 또 ‘알고리즘 매매’는 주로 기관 투자자가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비율이 60%가 넘는 국내 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해외 알고리즘 매매의 영향권에선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알고리즘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한 측면에서는 사람들의 불필요한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런 시간 단축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에 관해 이제 서서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알고리즘이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한 캐리커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주장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시간적 간편성만을 놓고 효율성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다소의 불편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더라도 자동 시스템이 아닌 사람끼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추구하는 소통이 우리 사회를 더욱 인정 많고 건전하게 만들어가는 배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시간적 신속성으로만 가치를 따질 것이 아니라,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거나 시간의 소요가 필요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소통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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