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09 08:00:01

'우도' 벗 위해 목숨을 바친다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김경태 기자 / 2055호입력 : 2025년 03월 3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벗(friend)이란 비슷한 나이에 친하게 사귀는 사람이다. 우도(友道)는 벗을 사귀는 도리를 말한다. 벗과 같은 뜻으로 친구, 동무, 우인, 교우, 붕우(朋友), 붕인, 붕지, 붕집, 동료, 동지라는 단어가 있다. 한자 붕(朋)은 두개의 조개가 나란이 붙어 있는 상형문자로 글을 함께 배우는 동문이라는 뜻이고 우(友)는 좌와 우를 합쳐놓은 글자로 뜻을 같이 하는 동료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정이라고 해도 붕정이라 하지는 않는다. 삶을 사는 세상에는 인간이 서로 관계를 하게 되고 벗을 사귀며 더불어 살게 된다.

친구를 잘 사귀어 인생을 성공하는 수도 있고 잘 못 사귀어 인생을 망치는 수도 있다. 사마천의 사기 계명우기(鷄鳴偶記)에 보면 4 종류의 벗을 얘기했다. 친밀한 마음을 나누는 밀우(密友), 서로 경외하는 친구는 외우(畏友), 어울려 놀 때 함께하는 일우(逸友), 이익만 좇는 도적같은 친구는 적우(賊友)라 하였다. 불경의 패경초에는 자기가 좋아 할 때만 찾는 친구를 화우(華友), 이익의 유무에 따라 움직이는 칭우(稱友), 산과 같이 든든한 친구를 산우(山友), 땅과 같이 변함이 없는 친구를 지우(地友)라고 하였다. 우리에게 좋은 친구는 밀우와 외우, 산우와 지우임을 알 수 있다.

역사상에는 감동적인 친구의 우정과 신의에 대한 실화가 많이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조성된 사자성어가 전해 오고 있다. 관중과 포숙의 변함없는 우의를 말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 직위를 넘어서는 우정을 뜻하는 거립지교(車笠之交), 서로 뜻이 통하는 막역지교(幕逆之交), 나이를 초월하는 망년지교(忘年之交5),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문경지교(刎頸之交), 가난할 때의 참된 빈천지교(貧賤之交), 물과 물고기 같이 친밀한 수어지교(水魚之交), 절구공이와 절구 처럼 친절한 저구지교(杵臼之交), 어릴적 부터 친한 총각지교(總角之交), 민초들 간의 우정인 포의지교(布衣之交), 어릴때 함께 놀던 죽마고우(竹馬古友), 맑고 고귀한 우정의 지란지교(芝蘭之交), 송백처럼 굳건하고 변함 없는 송죽지교(松竹之交) 등 벗을 사귐에 관한 사자성어가 많이 있다.

예로부터 친구를 잘 사귀고 신의를 지키는 것을 귀한 덕목으로 삼았다. 화랑의 세속오계에는 믿음으로 벗을 사귀라는 교우이신(交友以信)이란 가르침이 있다. 유교의 삼강오륜에도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붕우유신(朋友有信)의 교훈이 있다.

백호통의(白虎通義)에는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4가지로 "재물을 통용하는 일은 그 가운데 들지 않는다. 가까우면 그를 바로 잡아주고, 멀면 그를 칭찬해 주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를 생각하고, 환란이 있으면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는 우도(友道)를 제시했다.

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먹고 살게 됐지만 도덕은 갈수록 궁핍해 지고 있다. 변함 없는 친구 굳건한 믿음의 우정을 찾기가 어렵다. 죽은 돼지를 넣은 자루를 아들이 짊어지게 한 아버지가 먼저 아들의 친구집을 찾아갔다. 아버지는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 시체를 맡길 곳이 없어 그러니 좀 맡아 달라고 했다. 여러 친구 집을 찾아 갔으나 거절 당했다. 마지막 아버지의 친구집을 찾아 갔더니 받아 주었다. 그 집에 죽은 돼지를 내리고 잔치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함께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친구는 많겠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의 사정을 돕겠다는 친구가 많지 않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의리있는 친구 찾기는 더욱 어렵다. 세상에서 사람을 믿고 사귀다가 불신도 당하고 배신을 당한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가 벗을 삼았다. 해남에서 귀양살이를 한 윤선도는 "내 벗이 몇인가 하니 물과 돌, 소나무, 대나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 -" 자연 속에 벗을 찾는 오우가를 지었다. 세상의 권세에 밀려나서 현실을 도피한 자연속에 살면서 사람 대신 돌과 나무, 달과 구름을 벗으로 삼았다.

불신과 배반의 무리들이 탐욕과 증오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속세에서 진정한 친구를 찾을 수 없다. 네 죽고 내 살자고 시위하는 거리에서 까딱 잘못 했다간 밟히든가 껍데기 홀랑 벗길지도 모른다. 이 위급한 상황에도 '돼지 먹는날'에 모여 송죽지교의 우정을 확인하며 언필칭 동생동사를 말한다면 이 또한 히로의 삶을 사는 것이요, 레전드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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