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시작 되는 날 초복과 하지를 지나면서 여름 기운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장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오는 초복, 사전적으론 ‘삼복중 첫 번째 복날’이지만 우리에게 초복은 마음으로 먼저 맞이하는 여름의 인사 같은 날이다.
계절을 건너기 위한 작은 의식처럼,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마음이 있다.
△임금님의 복날 밥상은 어땠을까?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복날은 예외가 아니었다. 왕에게 올리는 음식은 더위에 지친 몸을 보호하고 기력을 북돋우는데 중심을 뒀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영계백숙, 민어찜, 육개장, 녹두죽 등이 있었고, 시원한 과일과 떡도 함께 올랐다.
임금님도 복날이면 국 한 그릇으로 더위를 이겨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어릴적 기억, 복날은 작은 명절이었다. 어머니는 복날이 다가오면 참외와 수박을 미리 준비하셨다. 장날 미리 사둔 과일도 초복 전까지는 좀처럼 쪼개지 않으셨다.
그 시절 복날은 명절처럼 느껴졌다. 꼭 특별한 국을 끓이거나 고기를 삶지 않더라도, 찬물에 띄운 수박과 노란 참외만 있어도 복날 밥상은 완성되곤 했다.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절기의 흐름도 인상적 이었다.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중복, 마무리 하는 말복, 조상들은 세 번에 걸쳐 더위를 이겨낼 여유를 두고, 마음의 숨을 돌릴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 지혜가 어린 마음에도 깊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초복, 중복, 말복으로 세 번씩 복날이 있는 건 더위를 한 번에 이겨 내는 게 아니라 천천히 나눠서, 견뎌내려는 조상들의 지혜였던 것 같다.
△복날, 마음을 챙기는 시간 요즘 복날은 치킨이나 삼계탕 배달로 간편해 졌지만, 그 안에 담긴 뜻까지 가볍게 흘려보내긴 아쉽다.
초복은 더위의 시작을 알리고, 중복은 가장 무더운 시기를 견디게 하며, 말복은 “이제 고비는 넘겼다”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는 이정표가 돼 왔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의 절기, 하지부터 말복 까지를 통과하며 밥상과 마음 모두를 챙기며 계절을 살아냈다.
복날이란 결국, 더위에 지친 사람에게 무었을 먹였느냐보다 어떻게 챙겼느냐의 문제였다. 속을 비우고, 마음을 정갈히 하는 복날 음식은 언제나 계절을 건너는 밥상이었다.
꼭 뜨거운 국이나 푸짐한 고기 한상이 아니어도 괜찮다. 요즘처럼 누구나 어려운 시기, 복날 밥상은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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