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1:45:58

이동보훈팀 3년에 즈음하여

경북북부보훈지청 이동보훈실무관 정민경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141호입력 : 2025년 08월 16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오십 중반 대도시 생활이 정말 싫어서 고향으로 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가득해 질 무렵 고향에 있는 보훈청에서 보비스 요원을 구한다기에 무작정 원서를 냈다. 보비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나는 검색을 통해 보비스가 무엇을 하는지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Bohun Visiting Service(찾아가는 서비스) ‘아! 이거야말로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아 과연 내가 뽑히기나 할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복지카드 발급을 막 시작한 시기라 사무실에서 공고된 시작일보다 좀 더 빨리 와 주었음 하길래 부랴부랴 건강검진을 하고 출근을 했다. 주 업무는 한 달에 10일 우리 지청 관할 시·군 7곳의 이동민원을 위해 이동팀장과 순회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때 한 국가유공자 어르신의 고함 소리가 귀에 아른거린다.

“80이 넘은 나한테 지금 이대로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데 왜 이런 걸 만들어서 사람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그렇다. 우리 어르신들은 이제 몸이 불편하고 귀가 어둡고 무언가 새로운 걸 받아 들이기가 다 힘드신 나이가 된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라도 지금 당장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셨다.

6·25 참전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은 대부분 귀가 많이 어두워진지라 직접 마주하면서도 대화가 어려웠다. 복지카드 발급 시에는 매번 보훈회관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얘기해야 했고 때로는 손짓 발짓 필기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유공자들이 카드 발급을 위해 서너번 씩 방문하는 일이 허다했다. 신청하러 오고, 카드 안 나온다고 오고, 카드 받고 사용 안 된다고 오고, 휘청이는 걸음으로 오는 게 안타까워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한 동안 고민도 해 봤지만 개인정보가 사용되는 일인지라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때론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을 찾아가 서류를 받기도 하곤 했지만 그건 단지 몇 건의 일일 뿐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우리 국가유공자들의 상황을 감안해서 보다 쉽고 간단하게 일 처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사업이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국가유공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드리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쉬운 경우가 정말 많다.

어떤 사업을 계획함에 있어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우리 국가유공자의 형편일 것이다. 현장에서 뵙는 대다수 국가유공자들은 생각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민원을 처리함에 있어 원칙에만 의존하지 말고 예외적 상황도 감안해 좀 더 국가유공자들에게 편리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주길 바란다.

같이 동행하는 팀장 예를 들자면 지난해 귀가 많이 어두운 6·25 참전 국가유공자가 찾아 와 보청기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참전 국가유공자라 보청기 지급 대상이 아니었지만 예외로 몇 분 대상으로 보청기를 해준 경우가 있다며 형편이 어려운 그분에게도 보청기를 맞출 수 있도록 해드렸고, 또 근래에도 국가유공자가 돌아가셔서 유족이 사망 일시금 신청하러 오셨는데 사망 원인이 당뇨합병증인 신부전이라고 하기에 상이등급이 오를 수도 있는 경우라 절차를 알려 드리고 서류 준비를 도와드린 적도 있었다.

이런 여러 일들을 지켜보며 정말로 보람을 느끼게 됐다. 나 또한 항상 국가유공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목표였다.

우리 국가유공자들은 모두 나라를 위해 당신을 희생한 분들이다. 충분히 보상 받아야 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그 노후도 영예로워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또 다른 희생이 된 가족들의 안부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지 잘 몰라서 당신의 당연한 권리들을 누릴 수 없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까?

단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에서 내가 나고 자라고 이 자리에 있음을 기억하고 우리 유공자 어르신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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